#1. 지난 11일 대법원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면탈하였다는 이유로 2002년 법무부장관에 의해 입국이 금지된 스티브 승준 유(한국명 : 유승준)가 2015년에 주 로스엔젤레스(LA) 총영사관 총영사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 사증 발급을 신청하였다가 거부되자 위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인 스티브 승준 유의 상고를 받아들이고 원심으로 파기환송 하였다.

2002. 1. 18.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은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미국인 ‘스티브 승준 유’만 남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19년. ‘스티브 승준 유’는 다시 한국인 유승준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하에서는 스티브 승준 유(한국명 : 유승준)를 대중에게 더 잘 알려진 이름인 유승준으로 통일하여 표기한다.

#2. 2002년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병무청장은 법무부장관에게 ‘유승준은 공연을 위하여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출국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하였는데, 유승준이 재외동포 자격으로 입국하여 연예활동을 할 경우 국군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들이 병역의무를 경시하며 외국국적 취득을 병역 면탈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며 입국 자체를 금지해 달라’고 하였다. 잘 알려진 대로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병무청장의 입국금지 요청에 따라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한 유승준에 대한 입국 금지 결정을 하였고, 그 정보를 내부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유승준에게 통보되지 않았다(이하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

유승준은 2015. 8. 주LA 총영사에 사실상 대한민국 국내에서 내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경제활동이 가능한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하였는데, 주 LA총영사는 2015. 9. 2. 유승준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유승준이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하여 사증발급이 불허되었다. 자세한 이유는 법무부에 문의하기 바란다.’고 통보하였고, 그 무렵 여권과 사증발급 신청서를 반환하였을 뿐, 처분 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 처분서를 작성해 주지는 않았다(이하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 처분).

- 1심과 2심의 판단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1심과 2심은 주LA 총영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유승준은 2002년 당시에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하자 있는 ‘처분’이라며 제소기간 내에 이를 다투었어야 하는데, 제 때 다투지 않아 더 이상 다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므로(이른바 불가쟁력의 발생), 주LA 총영사로서는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에 구속되고, 그에 따라 주LA 총영사가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내리는 것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 대법원의 판단은?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대법원은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행정소송 상의 다툼이 되는 ‘처분’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처분’은 행정청의 행정의사가 ‘외부’에 표시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의사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것이 아니고 행정 ‘내부’ 전산망에 입력하여 관리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얼핏 말장난 같아 보여도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2가지 측면에서 유승준이 승소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첫 번째는 1심과 2심에서 보듯 유승준은 ‘2002년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을 왜 그 때 바로 다투지 않다가 이제 와서 이를 문제 삼느냐’는 ‘원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지는 순간 ‘그 당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소송으로 다투려 해도 다툴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려 2002년 당시 소송을 제기 하지 않은 유승준에게는 다툴 수 없는 것을 다투었어야 한다고 법원이 강요할 수 없다는 ‘면죄부’가 주어졌다. 두 번째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과적으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그 법적 성질이 ‘처분’이 아닌 ‘상급행정기관의 내부적 지시’에 불과한 것이 되어 버렸으므로 주LA 총영사는 유승준에 대한 이 사건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내리기 전에 사증발급거부가 적법한가에 대한 판단을 독자적인 재량에 근거해 내렸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LA 총영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적인 판단권을 행사하지 않고 ‘상급행정기관의 내부적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따라 이 사건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내렸는바, 이 같은 주LA 총영사의 ‘재량권 불행사’는 위법하다는 논리로 이어지게 되었다.

부수적으로는 주LA 총영사가 이 사건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내릴 당시 행정절차법 제24조 상의 ‘처분서 작성·교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LA 총영사는 2015년 당시 유승준도 아닌, 유승준의 아버지에게 이 사건 사증발급거부처분결과를 문서가 아닌 전화로 통보한 바 있는데, 이는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단서가 예정한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 향후 유승준의 운명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공은 다시금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고, 대법원이 내린 판단 취지에 따라 새로운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결과를 예측하기는 조심스러우나 대법원이 내어놓은 판결문과 보도자료 등의 내용이 암시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항소심에서는 유승준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법원은 주LA 총영사가 이 사건 사증발급거부처분 당시 고려했어야 할 사정과 관련하여 ①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 입국금지제한을 받을 뿐이라는 점 ② 재외동포법 상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현행법은 41세)가 된 때에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체류자격의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병역의무를 면하였음을 이유로 한 제재조치로 이 때 의무를 위반한 내용과 제재처분의 양정 사이에는 어느 정도 비례 관계에 있어야 함 ④ 재외도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서 재외동포에 대하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함 등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승준이 파기환송된 항소심에서 승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재외동포로서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별론으로 연예계 활동을 다시 재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가 4년 넘게 이어온 소송보다 더 냉혹하고 준엄한 ‘국민 법감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