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1년 전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완전히 사라지고 KT가 딜라이브를 품을 수 있을까? 유료방송은 물론 5G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여야와 정부 부처의 이견이 충돌하며 합산규제 논의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합산규제 폐지가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나 정부가 뚜렷한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면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2소위)는 12일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사업법(IPTV특별법)상 합산점유율 규제 재도입에 대한 법안을 심사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 달 뒤 최종 결정하기로 결정하는데 그쳤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IPTV와 케이블 등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가 전체 시장의 점유율 33%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IPTV와 케이블 시장 점유율 관련 제도가 제각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후 통합 방송법을 전제로 1년 전 일몰됐다. 그러나 한시적 중단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부활시키거나,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느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여야와 정부 부처 모두 동상이몽인 것으로 드러났다.

9명의 2소위 위원 중 5명은 합산규제 일몰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여당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방송통신의 인수합병 시장이 열리고 있다"면서 합산규제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 부처의 안이 먼저 통일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모두 일몰에는 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과기정통부는 사후규제, 방통위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제재인 사전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원론적으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이 필요하다는 쪽으로는 의견이 모였으나,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규제의 수준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야당은 "이견이 좁혀지면 논의하자"는 쪽이고, 야당은 "일몰에 들어가자"는 입장인 셈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논의 자체가 공회전하며 동력을 상실할 수 있고, 현재 상태인 일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의원이 야당을 겨냥해 자연스럽게 일몰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20대 국회까지 쭉 논의를 끌고 가자는 것이냐"는 불만을 보인 이유다.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KT의 입장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KT는 현재 유료방송 시장 전체에서 IPTV와 위성방송을 포함해 31%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려 움직이고 있으며 KT는 딜라이브 인수 카드를 고려하고 있으나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발동되면 통합 점유율이 37%를 기록해 사실상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길이 막힌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이유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논의 자체가 표류하는 지점이다. 최소한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아야 다름 로드맵을 준비할 수 있는데 논의 자체가 답을 내지 못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업계 일각에서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합산규제가 발동되기 때문에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없다는 결론이라도 나와야 플랜B를 가동할 수 있는데, 현재 KT는 완벽한 불확실성에 빠져 정책 노선 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나와야 하며, 가능하면 합산규제가 사라지는 것이 전체 ICT 통신 플랫폼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다. 미디어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지킨다는 전제로 5G를 기점으로 발생하는 미디어 플랫폼 전략은 글로벌 트렌드며, KT가 과도한 시장 지배자적 횡포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5G를 중심으로 방통융합 기조에 따라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는 지점에 주목, 이에 대비하기 위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