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롯데칠성이 사상 최대의 3분기 실적에 근접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빠르게 찾아온 무더위와 여전히 높은 기온으로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본격적인 음료 최대성수기에 진입한 만큼 날씨로 수익성 개선은 하반기까지 더욱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항상 우려되던 주류 부문에서도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6월 가격인상 효과까지 하반기에 반영되면 실적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 롯데칠성의 소용량 음료와 미니 생수 제품. 출처=롯데칠성음료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547억원, 407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은 시장기대치를 7% 상회할 전망이다. 이처럼 호실적의 원인은 수익성이 높은 탄산음료 부문의 매출 성장과 맥주 부문 적자의 축소가 꼽힌다.

덥고 건조한 날씨도 한몫했다. 지난 6월 공식적으로 장마가 시작됐지만 강수량은 현재까지 굉장히 낮기 때문이다. 음료 시장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적으면 음료 시장 성장은 극대화된다. 최대 성수기에 진입했지만 3분기 실적이 기대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3분기 연결 매출액은 7323억원, 영업이익은 639억원이 예상된다.

▲ '처음처럼 미니어처' 시즌 1.5 제품. 출처=롯데주류

주류 부문의 실적 개선이 큰 영향을 미쳤다. 롯데주류는 지난 6월 소주와 맥주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주력상품 ‘처음처럼’ 공장 출고가는 1006.5원에서 1079.1으로 73원 올랐다. 경쟁사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오리지널’ 출고가를 1015.70원에서 65.5원 오른 1081.2원으로 인상했다. 롯데주류 소주 제품 인상 폭이 하이트진로보다 더 높았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 이외에도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와 ‘청하’의 가격을 인상했다. 2014년 제품 출시 이후 첫 가격인상인 클라우드는 10.6%로 두 자리 수 인상 폭을 기록했고, 청하 가격 인상도 2012년 이후 7년 만이다. 하이트진로가 대표제품인 소주 가격만 올린데 반해 롯데주류는 ‘피츠 수퍼클리어’를 제외한 대부분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러한 가격 인상은 롯데칠성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주류 부문에서 광고판촉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판관비가 감소해 매출 적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2분기 음료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4429억원, 504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 롯데칠성 사업부문별 매출액 비중. 출처=NH투자증권

그러나 맥주 부문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 52시간 정착되면서 회식 수요 감소로 업소용 시장에서의 맥주 수요가 급감해 자사의 맥주 매출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2분기 주류 부문의 매출은 1938억원으로 영업적자는 전년 동기대비 86억원 감소한 9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유의미한 맥주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올해부터는 수익성 경영 기조에 따라 광고판촉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있어 적자가 축소되고 있다. 다만 주류에서의 경쟁자 하이트진로의 ‘테라’ 관련 마케팅 비용 집행만 절제되면 시장기대치는 더욱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점 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 전반적 원가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진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제품으로 브랜드 전환을 꾀하고 있다”면서 “경쟁사 제품 대비 동사 제품을 채택할 경우 음식점 업체들 입장에서 마진이 좋기 때문에 동사의 점유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료부문 중 탄산은 5%대 외형성장이 지속되고 있는데, B2C채널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사이다가 특히 성장하고 있고, B2B채널은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콜라 위주의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음료 부문의 매출 비중은 탄산(30%), 커피(12%), 생수(10%), 주스(9%), 기타(5%) 순이다.

▲ 탄산음료 판매량 추이. 자료=유로모니터

탄산음료 매출 성장이 나타나고 있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탄산음료 시장은 웰빙 트렌드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청량감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호도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최근 3년간 7.6%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칠성의 탄산음료 매출 성장은 가격인상에 따른 효과가 아닌 판매량의 증가로 인한 결과다.  

지난해부터 소용량 패키지 음료 출시로 일부 음료와 아이시스 생수의 매출도 증가했다. 소용량 제품은 기존 제품이 성인 남자 음용 기준에 맞춰져 있어 한 번에 마시기 부담스러워하는 어린이 및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기획됐지만, 음용 트렌드 변화로 최근에는 연령 및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커피는 지난해 출시한 대용량과 가성비를 내세운 ‘콘트라베이스’를 중심으로 10~15%대 성장이 나오고 있다. 마진은 다소 낮지만 성장성이 높은 생수도 점유율을 높여가며 1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부담없이, 낭비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용량 제품은 최근 ‘1코노미(1인가구+이코노미)’ 트렌드와도 맞아 앞으로도 꾸준한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소용량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 증가를 확인한 만큼 향후 소용량 제품의 품목 확대를 검토하고 판매처 확대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칠성의 주류와 음료의 가동률 추이. 자료=롯데칠성

각 부문의 매출 성장도 좋지만 이익의 성장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수익성이 양호한 탄산음료의 매출이 성장하면서 원재료의 가격이 하락했다. 적자 품목인 커피와 생수, 주스 등도 실적이 상승했다. 즉 음료와 주류가 모두 양호한 수준의 2분기 실적인 셈이다. 탄산음료가 5.6%의 성장을 보여주는 가운데 커피와 생수도 계속해서 외형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의 맥주 사업에는 과도한 우려가 반영되어 있어 2분기 순이익이 하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탄산음료 시장의 성장과 매주사업 적자폭 축소 등 예상보다 긍정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큰 이슈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장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은 올해 식음료업계 중 연간 이익개선 폭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내년 맥주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고 향후 음료와 주류 부문 모두 수익성이 개선되면 실적은 더욱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음료사업부문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어 주류부문의 비용부담에도 영업실적 개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날씨 등 긍정적인 환경이 지속된다면 하반기 실적과 맥주사업 리스크가 크게 축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