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민연금공단(NPS)이 일부 국내 패션 기업들의 지분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기준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패션기업 중에서는 ‘F&F’, ‘휠라코리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분이 증가했다. 이들 종목은 국내 1020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었거나 K-뷰티의 열풍으로 중국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권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 바 있다.

▲ 국민연금 지분 늘어난 종목. 출처=국민연금공단(3일 기준)

최근 한국거래소와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이 대량 보유한 종목 가운데 128개 종목의 지분이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고 새로 공시하거나 지분율이 1%포인트 이상 증가한 대부분의 회사는 패션 브랜드, 게임업체, 연예 기획사였다. 그 중 국내 의류업체 F&F의 주식 지분은 6.04%라고 공시했다. 스포츠웨어 회사 휠라코리아의 지분율은 7.69%에서 9.79%로 2.1%포인트 증가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분율도 8.2%에서 10.32%로 2.12%포인트 증가했다. 

▲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팝업스토어 '마이 커빗리스트' 내부 모습. 출처=디스커버리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F&F와 휠라코리아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판단한 것은 ‘어글리슈즈’의 돌풍이 컸다는 의견이다. 어글리슈즈는 밑창이 울퉁불퉁한 운동화로 못생겼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을 타면서 ‘샤넬’과 ‘구찌’, ‘발렌시아가’ 등 명품 의류브랜드에서도 어글리슈즈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서 시작된 신발 열풍은 지난해 의류에 집중하던 국내 브랜드들도 슈즈라인을 새롭게 론칭하거나 사업 비중을 크게 확대시켰다. 휠라의 ‘디스럽터2’는 2017년 7월 출시 이후 국내에서만 220만 켤레가 팔렸다. 신발 덕에 2016년 9671억원이던 휠라코리아 매출은 2017년 2조 5303억원, 지난해 2조 9546억원으로 뛰었다.

▲ 버킷 디워커 라이트베이지(왼쪽) 버킷 디펜더 챠콜그레이(오른쪽). 출처=디스커버리

F&F의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도 지난 4월 어글리 슈즈를 전략 상품으로 신발사업을 본격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스커버리는 지난 2017년 말 슈즈팀을 신설하고 프로스펙스 출신 이진 부장, 휠라코리아 출신 김익태 상무 등을 영입하며 신발사업을 준비해왔다. 이후 올 초 출시한 디스커버리의 ‘디워커’ 등 ‘버킷’ 시리즈 신발은 3개월 만에 총 10만 켤레가 팔리면서 선방하고 있다.

지난 2013~2017년 평균 매출성장률 172%를 기록하며 폭풍 성장을 이어온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이 역성장 했다. 이처럼 의류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신발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커버리의 어글리슈즈가 휠라보다 두 배 정도 가격이 비싸지만, 자사만의 기술력과 독특한 디자인이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F&F가 올해 1분기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의 신발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실적 우려를 털어냈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올해 디스커버리가 신발사업을 키우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디스커버리는 버킷 디워커, 버킷 디펜더 시리즈 외에도 자사 어글리슈즈 카테고리를 지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가을시즌에는 계설의 색감을 담은 다양한 컬러를 점목한 제품도 공개예정이다”고 말했다.

F&F는 디스커버리 이외에도 스포츠의류 브랜드인 ‘MLB’를 두 축으로 패션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F&F의 MLB 브랜드 매출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고 평가했다. 또한 올해 MLB와 MLB키즈의 매출액도 각각 20%와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제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MLB가 지난 6월 중국 티몰(T-mall)에 정식 입점한 이후 누적 매출 약 5억원, 일 매출 3000만~3500만원 수준”이라면서 “브랜드 인큐베이팅 능력과 디자인 역량 기반 신규 브랜드, 카테고리와 채널별 고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리 연구원은 “MLB 면세점은 2분기 역대 최고 분기 매출액을 경신할 전망이고, 작년에 인수해 신규 론칭한 브랜드도 향수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휠라 휠라바리케이드XT97 테이피테잎 제품. 출처=휠라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밀렸던 휠라코리아는 10대를 겨냥한 어글리슈즈로 전성기를 다시 찾았다. 단가의 가격을 낮춰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한 것이 통했다. 그렇다고 휠라 제품이 미친 듯이 팔린 것은 단지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각에선 외부에서 스카웃한 유명 디자이너가 리뉴얼 라인을 모두 잡은 것이 주효했다는 판단이다. SPA 브랜드 수준의 가격에 품질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청소년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 9546억원, 영업이익 357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 64% 증가했다. 지난해 휠라 부문만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매출이 23% 증가한 8346억 원, 영업이익은 36% 증가한 849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휠라코리아는 지속적인 어닝서프라이즈 기록하고 있다”면서 “브랜드력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폭이 드라마틱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진 미국법인과 로열티 성장으로 올 하반기 성장률 둔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으나 이는 기우임을 1분기 실적으로 증명했다”면서 “브랜드 가치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바디비치의 베스트 셀러인 폼클렌징과 일루미네이션 제품.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의류 부문보단 화장품 부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매출 3273억 중 화장품 관련 매출이 1032억원, 영업이익은 81.3% 비율로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화장품부문에서 발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2년 인수한 프리미엄 코스메틱 브랜드 ‘비디비치(VIDIVICI)’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해 1003억원을 기록했다. 비디비치는 6년 전 인수된 신세계의 토종 화장품 브랜드다. 인수 후 끊임없는 투자와 제품 개발을 통해 2017년도에 처음으로 5억7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 중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큰 매출을 올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비디비치의 성공에 힘입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연이어 새로운 브랜드 ‘연작(YUNJAC)’을 선보였다. 연작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3년 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자체 브랜드다. ‘자연이 만든 작품’을 뜻하는 연작은 과학기술로 고급 한방 원료의 효능을 극대화 한 고기능성 자연주의 화장품이다.

▲ 연작의 홀 플랜트 이펙트 라인 중 하나인 컨센트레이트 세럼 제품.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브랜드 제조·생산을 맡고 있는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도 지난해 국내 매출 246억원을 기록하고 2017년(114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의 전체 매출액도 258억 6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108.0% 증가했다.

하누리 KB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사업의 고수익성에 따라 매출 기여 증가에 따른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HN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분기 패션부문은 비수기 진입에 따라 절대 매출과 이익규모가 축소될 전망이지만, 화장품의 경우 지난 1분기의 매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지영 연구원은 “특히 비디비치는 인기아이템이 기존 ‘스킨일루미네이션’, ‘페이스클리어퍼펙트 클렌징폼’에서 ‘퍼펙트 브이핏 쿠션’, ‘퍼펙트 핏 아이 타이트닝 젤’, 립스틱 등으로 넓어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추가적인 매출 상승을 기대해 볼만하다”면서 “수입화장품도 ‘아워글래스’의 중국 내 인기 상승에 힘입어 고성장 지속 중으로 화장품 R&D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내년부터는 수익성의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