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가능성에 부정적인 트윗을 남겨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SNS 경쟁자인 트위터를 통해 그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라 흥미롭다. 그는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면서 “규제없는 암호화폐는 불법적인 활동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암호화폐 가능성을 일축했다. 출처=갈무리

암호화폐 성장세 꺾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알려지자 당장 암호화폐 시세가 출렁이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리플 등 알트코인은 지난 4월 초부터 급등세를 기록했으나 최근 조정기에 들어갔으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추가 하락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실제로 11일까지 꾸준히 3% 성장세를 보이던 대장주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시작되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비트코인 비판은 지금까지 제도권 금융에서 지목하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암호화폐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화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고, 자금세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논리는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페이스북이 우버와 비자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개하자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는 보고서를 통해 거대 기술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비판했으며 맥신 워터스 미국 하원 금융위원장은 “페이스북이 의회 및 당국의 제어없이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루노 르메이어 프랑스 재무장관도 리브라 프로젝트의 백서가 발표된 직후 언론을 통해 “기존 화폐의 대체수단이 되면 곤란하다”고 우려를 보인 바 있다.

국내 금융위원회도 최근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며 리브라가 금융안정성을 저해하고, 금융위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가 자금세탁의 원흉이 될 수 있다며 “상용화를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금세탁은 물론 개인정보보호 및 소비자 보호 등에 있어 문제가 있다”면서 “페이스북이 부작용을 차단할 수 없다면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는 일리가 있다는 평가다. 변동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고 있으나 현재 통용되는 화폐만큼 안정적이지 않으며, 실제 화폐가 암호화폐로 변하며 자금세탁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가 나온 이유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악재가 심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 뉴욕경찰청의 비트파이넥스, 테더에 대한 조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이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까지 겹치며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 암호화폐 시장의 업황 악화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가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의 블록체인 시장 진출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카카오의 그라운드엑스, 두나무의 루니버스 등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를 가동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 막을 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암호화폐가 글로벌 금융 안정에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며 위험 사항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선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디지털 자산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의 결합으로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암호화폐 흔드는 이들의 진짜 의도는?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 가동을 바탕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흔들기에 돌입하는 이들의 ‘진의’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한 우려다.

파월 FRB 의장과 BIS 등의 암호화폐 비토는 자금세탁방지, 개인정보보호 우려를 아우르지만 큰 틀에서는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기존 금융 질서의 교란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보여주지 못한 암호화폐 플레이어들이 춘추전국시대를 보냈으나,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단일 플랫폼이 암호화폐에 집중하는 순간 제도권 금융이 발작적인 비판에 나서는 이유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 SNS 중심의 탈 중앙화, 마이크로 레코드 기능을 바탕으로 자체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에 성공할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제도권 금융은 지금까지의 기득권을 놓칠 수 있다는 공포에 질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비판하며 달러를 강조한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정화폐인 달러를 가지고 있다”면서 “달러는 단연코 세계 최고의 통화”라고 말했다. 달러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암호화폐가 자체 기축통화가 되어 달러의 패권을 흔드는 장면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가 깔렸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