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미·중 무역 분쟁의 불확실성, 한·일 무역 분쟁 장기화 가능성, 수출 경기 부진 지속 등 대내외 경기 하방 리스크가 우리 경제를 압박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기업들의 하반기 경기 인식은? 출처=Imagetoday

국내 경기는 현재 저점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이 하반기 국내외 경제 상황과 기업 경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파악한 보고서 ‘2019년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전망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기업들 "미·중무역전쟁 장기화될까 불안"…정부 혁신성장은 "잘 하고 있어"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들은 대체로 올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글로벌 경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응답자의 약 54%는 하반기 세계 경제는 상반기보다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가장 우려되는 불안 요인은 단연 미·중 무역 전쟁 장기화로 지적됐다.

▲ 2019년 하반기 세계 경제 전망과 세계 경제 불안요인.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국내 경제는 ‘2%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기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또한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77.2%가 ‘대체적으로 동의한다’에, 15.8%가 ‘전적으로 동의한다’에 응답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국 경제가 침체 상황이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는 수출 경기 둔화, 투자 위축,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등을 꼽았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 정책 중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로 혁신성장이라는 응답이 23.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에 부동산 시장 및 가계 대출 규제, 통상 정책, 노동 정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정부 정책 중 가장 못하고 있는 분야로는 규제 정책이라는 응답이 21.0%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노동정책, 일자리 정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가장 잘하는 정부 정책과 가장 잘 못하는 정부 정책.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조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주 52시간 시행으로 기업 비용 부담 증가가 가장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해서 응답기업의 94%(다소 필요하다 48%, 반드시 필요하다 46%)가 조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주 52시간 근로 시행으로 추가 고용 등 기업 비용 부담 증가(41.4%), 제품 출시 등 어려워져 기업 경쟁력 하락(34.3%) 등의 응답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경영변수 중 가장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응답 기업의 43.6%이 미·중 무역 분쟁 여파를 꼽았으며,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규제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상반기 경영실적 "예상했던 만큼"…하반기는 '수익성 향상'에 중점

상반기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는 예상 수준을 유지했다. 42.2%의 기업들의 상반기 경영실적은 연초에 예상했던 수준을 보였다고 응답했다. 예상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둔 기업들은 주된 이유로 내수 호조를 언급했다. 반면 경영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기업들은 내수 부진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해 기업에 따라 체감 내수경기가 상이함을 시사했다.

▲ 하반기 기업들의 경영목표와 기업 활동 우선순위.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주요 기업들은 2019년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다소 높은 경영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응답한 기업의 61.4%가 ‘수익성 향상’을 하반기 기업 활동의 우선순위로 둔다고 응답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상반기에 비해 소폭 증대시킬 것을 계획했으며 설비투자, R&D, 신규고용은 상반기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기업 활동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수익성 향상(61.4%), 매출 증대(16.8%), 비상경영체제 유지(14.9%) 순으로 응답했다. 자금 사정의 경우는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는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환율은 상반기와 비슷한 1100원 이상~1200원 미만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응답이 71.6%로 가장 많았고 1000원 이상~1100원 미만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응답은 14.7%를 차지했다. 하반기 평균 유가는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인 50달러 이상~60달러 미만으로 예상한 기업은 54.9%, 60달러 이상~70달러 미만으로 예상한 기업은 38.2%를 차지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2019년 하반기 투자 종합지수는 2019년 상반기 대비 하락했으며, 특히 투자 실적을 나타내는 추세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투자의욕을 나타내는 심리지수는 상반기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종합지수가 2019년 상반기 107.4p에서 2019년 하반기 106.5p로 하락했다. 산업별 지수를 살펴보면 제약·바이오 산업의 투자지수가 160.0p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건설, 유통, 식음료, 조선 등 8개 산업군의 투자지수는 산업 평균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