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플랫폼 럭시를 인수한 후 택시업계와 날을 세우는 진통을 거쳐 플랫폼 택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 ICT와 택시의 결합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웨이고는 쾌조의 흐름을 보이고 있고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는 현대기아차로부터 50억원의 전략투자를 받았습니다.

국토교통부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상생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신규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운송 사업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플랫폼 업체가 운행을 하려면 개인택시 면허를 사거나 임대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여객운송사업 면허 총량제 신설을 통해 총 면허 총량을 정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반택시도 가동될 조짐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제4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총 8개 안건에 대한 임시허가 및 실증특례 여부를 심의의결하며 코나투스의 택시동승을 승인했습니다. 택시로 합승이 가능해졌습니다. 승객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택시 동승 중개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를 허용한다는 전제지만 의미있는 발전입니다.

"택시의 뜻대로"
카카오 모빌리티와 웨이고, KST모빌리티와 코나투스의 성과는 다사다난했던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역사를 볼 때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새로운 신사업인 모빌리티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한편 최소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는 무조건 반대하며 생존권 보장 카드까지 빼들었던 택시업계를 다독이는 한편, 택시업계의 살 길은 모빌리티와의 협업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한 모든 이들의 성공입니다.

이 과정에서 택시업계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당연하지만 모빌리티의 혁신에 올라탈 수 있는 과실을 얻었고, 생명연장의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형편없는 택시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살 길을 찾았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제도적 측면에서 택시기사들이 얻은 것이 많습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과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법인택시 기사는 운송수입금 기준액(사납금) 폐지를 얻어냈고, 택시 월급제도 가능해졌습니다.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안이 현실이 된 셈입니다. 핵심 쟁점이었던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58조의 1항과 2항에 따라 1주간 40시간 이상을 보장하기로 했으니, 더 할 나위가 없습니다.

카풀 운행도 평일 오전과 오후에만 가동될 전망이기 때문에, 이 역시 택시업계의 승리입니다. 정리하자면 택시업계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ICT 기업의 도움을 받아 모빌리티 혁명에 동참하게 됐고, 기사 입장에서 보면 택시 서비스 질적 향상을 위한다면 명목으로 많은 혜택을 받아낸 셈입니다.

개인택시기사도 이 과정에서 당연히 수혜를 받을 전망입니다. 당장 고급택시를 추구하는 ICT 기업의 구애를 받고있으며 국토부의 상생안에는 면허 임대 및 판매의 길도 담겼습니다. 면허 총량제가 단행되기에 면허 가격은 올라가면 올라가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면허의 총 숫자가 정해진 상태에서 ICT 기업들이 면허를 임대하거나 매입하려고 나서면 당장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결국 '혁명'을 주장하던 ICT 기업들이 법과 규범의 제약에 막혀 안달하던 사이, 택시업계의 강공모드에 크게 휘청이면서 택시업계에 "함께 합시다"는 읍소를 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구사업인 택시사업 종사자들의 불만도 달래고, 그들을 모빌리티 혁명의 동반자로 삼는 것은 너무 '아름다운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서울시의 S-택시 사업 실패로 보듯, 이제 정부도 함부로 민간의 영역에 진입하면 곤란하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혁명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습니다.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말입니다.

모빌리티의 지향점은 온디맨드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ICT 기업과 택시업계의 협력으로 굳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의 스마트제조 2025처럼, 구사업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키우는 전략과 동일합니다. 이 과정에서 구사업 종사자는 미래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고, 신사업 종사자는 구사업 종사자를 도태시켰다는 비판을 피하면서 '업의 본질'에 충실한 든든한 우군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사업 종사자들에게 돌아간 제도적 혜택도 아름답고요.

그러나 모두가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구사업 종사자들과 기꺼이 만난 신사업 종사자들이 존재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신사업 종사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풀러스 등 카풀 스타트업과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 VCNC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으며, 자체 플랫폼에서 택시와 비슷하지만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쪽입니다. 그 대가는 큽니다. 당장 국토부의 상생안이 발표되면 카풀은 '피봇'을 고려해야 하며 VCNC는 택시면허를 임대하거나 매입하려는 순간에 몰릴 예정입니다.

택시업계와 손잡은 ICT, 그리고 택시업계와 손을 잡지 않는 ICT. 이들의 엇갈린 운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나아가 이들의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넘겨야 할까요?

모빌리티의 본질적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순간입니다. 모빌리티는 무엇을 지향할까요? ICT와 만난 택시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 아니면 혹자가 말하는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모두 맞는 말입니다. 다만 핵심이 빠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본질적 목표, 지향점은 온디맨드에 있습니다. 온디맨드가 최종 지향점이며 나머지는 모두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수단이자 과정일 뿐입니다.

글로벌 차량공유 온디맨드 플랫폼 우버의 역사를 보면, 우버는 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가 강타한 시절 부의 불평등이 가장 심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는 우버가 공유경제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버를 비롯해 모빌리티 기업들을 공유경제 기업이라고 말하며 "허상이다"고 지적하는데, 안타깝지만 전제부터 틀린 헛다리만 더듬는 꼴입니다. 공유경제는 정해진 자원을 얼마나 알뜰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지, 플랫폼 사업자가 공급과 수요를 조절해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버는 경제가 가장 어렵던 시기, 부의 불평등이 극에 달했던 도시에서 제대로 된 재원없이 사업을 하고 싶었던 트래비스 칼라닉이라는 온디맨드 플랫폼 전문가의 손에서 탄생한 기업입니다.

여기서 우버의 등장 배경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트래비스 칼라닉은 우버를 창업한 결정적 이유로 "택시를 잡기 어려워서"라고 말했습니다. 택시를 잡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지옥같은 교통체증에 택시를 제대로 잡지 못했던 불만입니다. 여기서 트래비스 칼라닉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내 앞으로 오는 호출 택시"를 고안했고, 이것이 우버의 시작입니다. 네. 역시 온디맨드입니다.

우버의 시작과 동기를 살폈으니, 이제 글로벌 모빌리티 흐름을 찾아볼 차례입니다. 소프트뱅크가 운전대를 잡은 우버와 디디추싱, 그랩, 올라 등은 모두 무엇을 꿈꾸는가? 단순 택시앱? O2O 관점에서 이러한 노림수도 있지만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매스 인프라입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모빌리티 기업들이 일부 연동되는 장면이 힌트입니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합. 그 통합의 플랫폼 아래에서 고객에게 가장 최적의 이동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똑똑이. 트래미스 칼라닉이 우버를 창업하며 생각했던 "내가 원하는 순간 나에게 오는 운송수단"의 연장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들은 비단 자동차를 넘어 스쿠터, 전기 자전거, 전기 킥보드를 아우릅니다. 우버가 전기 스쿠터 스타트업 라임에 투자하고, 영국의 민영철도회사 버진트레인(Virgin Train)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버진트레인의 웹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한 승객들이 문자메시지로 우버 탑승 예약 링크를 받아 도착한 역에서 바로 우버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이유입니다. 헬리콥터를 날리는 이유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카오 T 바이크를 가동하며, 쏘카가 일레클에 투자한 이유입니다.

▲ 타다의 헬기 사용자 경험이 눈길을 끈다. 출처=우버

모빌리티의 최종 지향점이 나옵니다. 모빌리티는 비단 자동차를 넘어 마이크로 모빌리티 플랫폼을 아우르는 '이동의 모든 것'을 끌어들여 강력한 온디맨드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실시간으로 교통상황과 지형을 파악해 A에서 B로 이동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는 겁니다. 어제는 자동차-자전거-스쿠터라면 오늘은 스쿠터-자전거-열차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차 기능이 들어가고 스마트시티의 통합 플랫폼 내부에서 작동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모든 과정은 철저하게 온디맨드 플랫폼 전략에 담기며, 이동 플랫폼의 라스트 마일입니다. "내가 원할 때 최적의 경로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것"이 모빌리티 최종 지향점인 이유입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눈처럼 쌓일 것이고, 인공지능까지 등장하는 진짜 혁명은 그때 시작됩니다.

지금 우리의 모빌리티 시장이 우려스러운 이유입니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이동하는 모든 것을 확보하려는 일부 사업자들의 노력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단지 택시업계라는 구사업 종사자를 신사업과 연결하는 선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이를 과도기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는 모빌리티 기업들을 벼랑으로 모는 것을 보니 그럴 확률은 지극히 낮아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국내 모빌리티는 일종의 착시효과에 빠져 있습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꿈틀대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택시업계를 달래며 ICT와 만나게 만들어 그들의 생명연장을 도와주고, ICT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조력자로만 위치할 뿐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예로 들자면, 핀테크 기업들이 기존 은행권들의 현 비즈니스를 안락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수준에 머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구축하는 셈입니다. 지분은 은행이 99, 핀테크 기업이 1 정도겠네요.

더 큰 문제는 이런 흐름으로 계속가면 택시, 즉 자동차에만 집중된 모빌리티 트렌드가 지나치게 고착화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지금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최초 발화점이 택시업계를 달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스 인프라를 통해 통합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나가는 글로벌 트렌드와는 거리가 멉니다.

물론 택시와 ICT의 만남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선택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택시와 ICT의 만남으로 촉발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키워 매스 인프라의 온디맨드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면 좋겠지만, 현 상황에서 국토부의 상생방안 등을 봤을때 요원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택시와 협력하지 않는 ICT 기업에 최소한 링에 오를 자격도 주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바꿔야 합니다. 택시와 ICT의 만남도 중요하고, ICT 스스로 철저하게 플랫폼 관점에서 매스 인프라 통합 온디맨드 전략이 동시에 가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지금처럼 택시와 ICT의 만남으로만 모빌리티 시장이 열린다면, 택시기사들을 '표'로 보는 정부 입장에서는 행복할 것이며 택시업계도 만족할겁니다. 택시와 협력한 ICT 기업도 "제도권으로 들어온 것이 어디야"라며 흐뭇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풀러스, VCNC와 같은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는 곳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의 카드를 너무 일찍 포기하는 패착입니다.

▲ VCNC가 타다 프리미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왜 패착이냐고요? 현재 글로벌 차량공유 온디맨드 플랫폼 우버는 국내에서 개인택시와 협력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 등 택시업계와 만난 ICT입니다. 그런데 우버는 택시업계와 만난 다른 ICT 기업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강점을 두 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과 기술입니다.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린 우버는 고객들이 어떤 나라에 가도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도록 지원하며 이는 ICT로 인해 국경이 사라지는 시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겁니다. 그리고 현존하는 대부분의 모빌리티 기업을 압도하는 막강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버는 국내에서 택시업계와 협력하지만 엄청난 자본력이 있고, 순식간에 매스 인프라 온디맨드 플랫폼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버의 시장 장악은 체질부터 독과점을 지향하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으로 보아 지탄받을 일은 아니지만, 다소 국수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우려스럽습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를 바탕으로 ICT를 도입, 매스 인프라 전략을 가동하지 않는다면 우버는 그 틈을 여유있게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택시업계와 협력하며 안전하게 국내 시장에 안착한 우버가, ICT 단독으로 매스 인프라 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전개한다면? 우리는 들고있는 카드가 없습니다. 있는 것이라고는 "택시타기 좋은 호출앱" 하나만 있겠군요.

물론 모빌리티의 최종 지향점인 온디맨드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닙니다.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온디맨드는 필연적으로 고용 시장의 유연성 악화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이는 법과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ICT 단독 플랫폼에서 특히 문제가 큽니다. VCNC가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러한 약점이 존재한다고 거대한 트렌드를 무시하는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이제 정말 플랜B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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