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에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은 화웨이가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인 훙멍을 정식으로 출시할 경우, 단숨에 글로벌 3대 운영체제로 등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끈다. iOS보다 안드로이드의 피해가 클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11일 미중 무역전쟁이 이어진다는 전제로 화웨이가 훙멍 운영체제를 출시하면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3위에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2022년 글로벌 점유율 6%를 기록한 후 2024년에는 8.7%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기간 iOS는 13%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안드로이드는 7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훙멍은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며 중국 신화에서 천기가 개벽하기 전 자연적인 원기를 상징하는 단어라는 설명이다. 중국 한족 중심의 대국굴기를 운영체제 철학으로 담았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훙멍을 탑재한 P40을 출시할 계획이다.

훙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 파괴력을 두고 업계에서는 아직 설왕설래다. 우선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처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웨이가 훙멍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나, 최소한 중국 시장에서는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안드로이드의 파괴력이 반감된다. 화웨이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커스터마이징 버전이며, 만약 훙멍이라는 독자 운영체제가 등장할 경우 안드로이드에서 훙멍으로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전전긍긍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며, 이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에서 중국이 미국과 날을 세우는 한편 러시아 및 동유럽을 중심으로 훙멍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6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양국의 우호관계를 다졌으며 러시아 통신회사 MTS는 2020년까지 화웨이 통신 장비를 통해 5G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훙멍의 존재감이 확장될 수 있다. 화웨이가 자체 운영체제 훙멍을 구축하는 한편 러시아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훙멍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이 양강구도로 고착화된 상태에서 훙멍이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뿌리내리기 어렵고, 무엇보다 iOS 및 안드로이드 진영은 모바일을 넘어 인공지능과 초연결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기술력이 놀랍기는 하지만 이제 첫 발을 떼는 훙멍이 단순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초연결로 나아가는 선발주자를 추격하기는 어렵다는 회의감도 감지된다.

iOS와 안드로이드 외 어떤 독자 모바일 운영체제가 성공한 적 없다는 전적도 발목을 잡는다. 대표사례가 화웨이와 같은 제조사의 삼성전자다.

실제로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는 한 때 바다 운영체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생태계 구성에 실패했고, 최근에는 타이젠에 시동을 걸었으나 스마트폰 탑재에는 실패했다. 타이젠은 현재 웨어러블과 가전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운영체제로 가닥을 잡았으며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 일부에 탑재된 타이젠도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