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차량공유 온디맨드 플랫폼 우버는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탄생했다.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은 지옥을 연상하게 만드는 교통체증 때문에 택시가 잡히지 않자 우버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한다. 우버의 기본이 온디맨드에 있음이 잘 드러난다. "내가 원할 때, 나를 위해 찾아오는 택시"

현재 우버는 글로벌 차량공유 온디맨드 플랫폼을 좌우하는 거대한 사업자로 성장했다. 트래비스 칼라닉 시절에는 택시와 날을 세웠으나, 지금은 택시도 포함하는 '매스 인프라'의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비단 자동차를 넘어 스쿠터, 전기자전거 등을 활용해 최적화된 교통 라스트 마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A라는 곳에서 B라는 곳으로 갈 때, 자동차가 갈 수 있는 도로는 자동차를 제안하고 스쿠터가 편한 곳에서는 스쿠터를 제안하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교통상황까지 반영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우버는 에어택시 비전도 공개했다. 이 역시 매스 인프라에 포함되는 거대한 퍼즐 중 하나라는 평가다. 다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온디맨드 플랫폼 정체성이 담겨있으며, 이는 모빌리티의 새로운 전략이 '맞춤형'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늘로!
우버는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에어택시의 비전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 공개했다. 우버에어 첫 해외 출시 지역으로 호주를 선정, 2020년 시범 비행을 거쳐 2023년 상용화를 12일 선언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차량 온디맨드 플랫폼을 넘어 이동의 매스 인프라를 연결해 하늘길도 묶겠다는 전략이다.

우버에어는 우버의 기술을 하늘로 도약, 지상의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도심 교통에 비행을 통한 새로운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의 댈러스와 로스엔젤레스에 이어 호주 멜버른에서도 가동에 돌입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분위기다.

수잔 앤더슨(Susan Anderson) 우버 호주·뉴질랜드 및 북아시아 총괄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우버 글로벌 엘러베이트(우버에어) 서밋에서 "우버가 2012년 처음 호주에 진출한 이래 호주 시민들은 진심으로 우버를 환영하며 일상 속에 수용해 왔다"고 말하며 “호주 각 주 정부들은 도시를 위한 미래 운송 수단으로써 승차공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큰 전략은 도시의 연결, 나아가 이동의 매스 인프라 구축이다. 에릭 앨리슨 우버 엘러베이트 대표는 “멜버른은 우버에어가 상용화될 호주 내 첫 번째 도시가 될 것이며, 시드니를 비롯한 다른 도시들도 곧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몇 년 안에 우버에어를 통해 버튼 한 번에 비행 서비스를 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버콥터도 눈길을 끈다. 미국 맨해튼의 로어맨해튼과 존F케네디국제공항을 잇는 헬리콥터 운송 서비스를 진행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 우버의 헬리콥터 사용자 경험이 눈길을 끈다. 출처=우버

비단 우버만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를 노리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에어택시 스타트업인 블레이드는 지난 3월 이미 에어택시 서비스를 발표했다. 알라카이도 등판했다. 6월 액화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에어택시인 스카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기존 배터리 방식이 아닌 액화수소 방식이라 눈길을 끈다. 국내 스타트업인 하이리움산업이 알라카이에 액화수소탱크 기술을 지원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에어버스도 최근 에어택시 로드맵을 발표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에어택시 시장이 2040년 1조5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며, 2030년까지 자율비행전체 운항 횟수는 누적 기준 10억회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모빌리티, 온디맨드
모빌리티 플랫폼이 자동차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은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일 뿐이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차를 비롯해 모든 이동수단이 모빌리티의 큰 그림 내부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 연장선에서 이제 에어택시의 비전까지 등장한 셈이다.

문제는 단순 자동차를 넘어 하늘까지 넘나드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규모의 경제로만 좌우되는 순간이다. 각 국의 규제가 풀려 모빌리티의 운신이 넓어지는 순간에도 하늘을 아우르는 자본력이 없는 플랫폼들은 자연스럽게 고사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즉 모빌리티를 단순히 택시와 같은 구산업 운송 사업자와의 상생으로만 이해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오래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빌리티는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며, 온디맨드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추는 사업자만 최종 승지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결정이 우려되는 이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타다가 가진 혁신성을 택시 안에 담아내야 한다"면서 "계속 논의해 합의점을 만들어 모든 영역들이 새로운 모빌리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주  발표를 앞 둔 국토부 상생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상생방안에 담긴 택시 면허 구입 및 임대에 대한 안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국토부의 상생방안은 신규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운송 사업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플랫폼 업체가 운행을 하려면 개인택시 면허를 사거나 임대하는 방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여객운송사업 면허 총량제 신설을 통해 총 면허 총량을 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당장의 갈등 수습에는 도움이 되지만, 매스 인프라로 발전하는 모빌리티의 플랫폼 전략과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상생에 방점을 찍어 모빌리티를 제도권안으로 불러와 비즈니스 정상화를 끌어내는 장면은 고무적이나, 온디맨드와 같은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큰 그림을 그리는 일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부분의 모빌리티는 우버의 탄생이 그랬듯 온디맨드 방식을 중심에 두고 기술의 고도화가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쩐의 전쟁이 예고되는 가운데 시작부터 택시와의 상생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초기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인 쏘카 VCNC에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이 나온다. 다양한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매스 인프라로 발전하는 최초 플랫폼 사업자에게 최소한의 경쟁을 위한 전제조건을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온디맨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기술은 부가적 장치에 불과하다. 이제 하늘까지 넘나드는 매스 인프라의 시대를 맞아 모빌리티가 온디맨드로 흘러갈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그 부작용 차단에 주력하는 한편 최대한 많은 카드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규모의 경제, 쩐의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 기반 플레이어 하나 정도는 온전히 남겨두어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