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달 29일 오사카에서 만나 휴전을 이끌어냈지만 양국의 무역협상 앞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출처= Nikkei Asian Review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치고 나와 "중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유보하는 무역 휴전의 대가로 중국이 미국 농산물의 구매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생각은 달랐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농산물을 사겠다는 명시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으며, 대규모 구매는 최종 무역 협상의 진전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완화하려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포기했을 지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주석과의 회담 후,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연기하고, 상무부가 지난 5월 블랙리스트에 올린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대가로 중국이 미국 농산물 수입을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주석과의 회담을 마치고 "중국이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다. 그것도 매우 빨리,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고 “미국은 중국이 사야할 물건들의 목록을 중국에 줄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엄청난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중국은 회담 이후 아직 미국 농산물의 대량 구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한 관리는 중국이 특정 농산물 구매에 대한 명시적인 합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경제보좌관은 중국이 콩, 밀, 그리고 에너지 제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인정했다.

NYT는 미중 무역협상을 장기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양측의 입장 차이가 노출되는 것은 무역 전쟁이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미국이 기존의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야 하며 자국의 지적재산법 및 기타 법규 변경을 보다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관세는 유지하는 한편 중국이 이미 약속한 대로 법규를 즉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먼저 대규모 농산물 구매를 추진하는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쌓여 있는 중국 컨테이너. 중국은 최근 협상에서 미국 농산물을 사겠다는 명시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출처= NPR

양국 협상팀은 협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의 미국 농산물 대량 구매는 언제든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10일, 중국 류허 부총리와 중산 상무장관과 전화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오사카 합의 이행에 대해 양측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도 10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화웨이와 거래하려는 미국 기업에 대한 면허를 발급할 것"이라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종류의 제품이 면제될 것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미국 기술업계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기업들의 수익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며 행정부를 상대로 제재 완화 로비 활동을 벌여 왔다. 화웨이에 대한 부품 판매가 재개되면 화웨이에 마이크로칩, 소프트웨어,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에 들어가는 기타 특수 부품을 판매하는 퀄컴, 인텔, 브로드컴, 구글과 같은 미국 기업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 줄 것이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나친 양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미국이 그 대가로 무엇을 얻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주장한다.

양국의 무역 협상은 지난 5월 초에 중단되었다. 중국 정부가 잠정 합의된 일부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자 미국은 중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2000억 달러어치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나머지 거의 모든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중국도 미국 상품에 대한 기존의 관세를 인상하면서 양측은 다시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며 증시를 뒤흔들고 2020년 선거로 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사카 회담은 이를 진정시킬 기회였고 기대대로 양측이 휴전에 들어갔지만, 중국은 회담 전 선의의 표시로 54만 4000톤의 콩을 구매한 이후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본부장을 지낸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추가 농산물 구매는 이제 양보가 아니라 무역협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무역 협상의 일부 진전을 조건으로 한 약속일 뿐이지요. 무역회담이 좌초된다면 중국은 약속을 끝까지 지킬 생각이 없습니다."

중국 상무부의 가오펑 대변인은 "중국과 미국은 농산물 교역 분야에서 상호보완성이 강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감이 크다"면서 "중국은 양국 간 무역 마찰로 농산물 교역이 영향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업 교역은 양측이 앞으로 계속 협의해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