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배달앱 시장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위 사업자 배달의민족이 배민장부 기능 확대를 통해 경쟁사의 정보에 접근하자, 경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배민장부 논란

배민장부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간편하게 매출 현황 및 내역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무료 서비스로 올해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된 매출 현황을 정기적인 알림 문자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논란은 배민장부 기능의 확대에서 비롯됐다. 배달의민족은 8일 배민장부의 기능을 확장해 점주들이 타 플랫폼의 매출 정보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점주 입장에서는 편리하지만, 점주가 배민장부에 요기요 및 배달통의 사장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입하는 방식에서 반발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사장님 및 고객들의 소중한 정보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정보보호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사장들이 요기요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될 배민장부 서비스는 요기요의 서비스가 아닌 만큼 요기요의 관리 감독 영역이 아니다. 이곳에서 오가는 정보의 보안과 안정성을 책임질 수 없어, 혹시라도 정보 보안 관련 문제 발생 시 요기요에서 해결 방법이 없으며 그로 인한 피해가 사장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요기요 사장님 사이트 내에는 사장님들의 주문, 매출 정보뿐 아니라 매장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정보와 요기요의 운영 노하우를 알 수 있는 정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면서 "배달의민족이 이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직접적으로 배달앱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플레이어인 배민이 현재 서비스 중인 단순 매출관리 여타의 서비스들과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배달의민족도 즉각 재반박했다. 배달의민족은 “요기요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배민장부에서 보이는 것은 외식업주가 경쟁사를 통해 올리는 매출액 정보며, 이는 경쟁사의 것이라기보다는 해당 음식점 업주의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비슷한 서비스가 이미 가동되고 있으며 방식에 있어서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정보(아이디, 패스워드)에 대한 수집 동의를 구하는 것이지 결코 일방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앱 업계 최초로 국내 ISMS(정보보호관리체계)와 글로벌 ISO27001(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받은 IT기업으로서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안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면서 “관련 정보도 업주의 동의를 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만 활용된다”고 말했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는 “충분히 법적 검토를 마쳤다”면서 “만일 경쟁사에서 배민장부와 비슷한 자영업자 매출 관리 서비스를 내 놓고, 똑같은 방식으로 배달의민족 매출 정보를 가져다 보여준다 하더라도 반대할 생각이 없으며,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점주의 편의성을 극대화시켜 시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만 보자는 뜻이다.

시너지 일으켜야

최근 배달앱 시장은 격변의 연속이다. 배달의민족이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쿠팡, 위메프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도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경쟁자들이 배달의민족이 구축한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단기간에 따라잡을 가능성은 낮고, 이들이 배달의민족과 달리 사용자 경험과 관련된 데이터 전략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배달의민족이 다소 초조해 보인다는 말은 나온다. 쿠팡 등과 공정거래위원회 논란 등을 겪으며 치열하게 대립하는 것도 사실 여부와 달리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의 견제구’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올해부터 엄청난 마케팅 전략을 가동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할인쿠폰과 프로모션을 통해 단기간에 뒤집기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배민장부를 두고 격돌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점주에게 필요하다면 요기요 장부도 만들 수 있다는 배달의민족 의견도 의미있고, 자사 업주들의 정보보호에 신경쓰려는 요기요의 의견도 의미있다”면서 “무엇이 시장 전체의 성장을 끌어낼 수 있는 시너지인지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여론전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