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호황)이 종료됐으나,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최근 고무적인 분위기가 감지되어 눈길을 끈다. 재고가 줄어드는 한편 가격 하락세가 멈췄으며, 일각에서는 수요도 회복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가격을 10% 인상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업황 악화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D램 시장은 전년 대비 17.5% 줄어든 약 92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줄어든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매출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128단 1Tb TLC 낸드플래시가 보인다. 출처=SK하이닉스

올해 반도체 공급과잉 현상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등에 따르면 새롭게 가동되는 300mm 웨어퍼팹만 모두 9곳이며 이는 2007년 12곳에 이어 두 번째로 최대 규모다. 2000년대 후반 300mm 웨이퍼가 대세로 부상한 후 순식간에 생산량이 커져 공급과잉에 이른 셈이다.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지나친 치킨게임을 지양하면서 완급 조절에 나선 배경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와 공급 불일치 현상이 장기화되며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의 인텔에 이미 전체 1위 자리를 내어준 상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이 약 4689억달러며, 지난해와 비교해 7.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1위 자리는 인텔에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스템 반도체의 인텔은 올해 706억달러 매출이 유력하며 삼성전자는 631억달러 매출을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행간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낸드플래시의 최근 분위기가 고무적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6월 중순 5달러까지 떨어진 가격이 7월 초 10% 올랐다. 여기에 일본 도시바 공장에서 2월 발생한 정전사건에 따른 공급량 불안, 나아가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낸드플래시 업황 호조에 대한 ‘신호’로 봐도 무방하다. 대만의 디지타임즈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10% 가격 인상을 보도한 이유다. 여기에 이미 감산에 돌입한 SK하이닉스 등 조심스러운 물량 조절 의지를 보이는 기업들이 등장하며 낸드플래시의 ‘몸 값’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