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글로벌 부동산 투자시장이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미국-일본-호주 등 중심에서 프랑스-영국-독일 등으로 자금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투자대상도 오피스 빌딩의 고정적인 임대료 수익 확보에 중심에서 호텔-정부기관 청사-물류센타-단지 개발-특화 빌딩 매입 등으로 다양화되고, 투자방식도 개발-매매-임대-운용 등 수익원 개발이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현상이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와 맞물리면서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으로 부동산 투자가 다시한번 주목받고 있어 올해 글로벌 부동산 투자 유입자금 규모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부동산 투자금액은 약 7조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투자금융회사들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미국-일본-호주 등 시장을 탈피하여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영국-프랑스-독일 등 서유럽 부동산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해외 부동산시장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말까지 설정된 해외 부동산 펀드 및 투자일임 계약액은 공모와 사모를 합쳐 총 6조95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부분이 유럽 부동산이며 단일 부동산으로 2000억원을 초과하는 부동산 만도 7건에 4조 860억원에 달한다.

추세대로 보면 오는 연말까지 연간 부동산 펀드(이하 투자일임 포함) 설정액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부동산 투자 패턴이 종류의 다각화와 더불어 규모의 대형화, 수익원의 다양화를 이루며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변화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종류의 다각화 ‧ 규모의 대형화 ‧ 수익원 다양화

기존의 부동산 투자 패턴은 공모펀드나 사모펀드나 대부분 투자지역 핵심 상권의 오피스 빌딩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임대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운용됐다.

이런 투자방식은 투자금 회수 방법이 임대료 수입에만 한정되어 회수 기간이 매우 장기가 소요되고, 임차인의 변경과 시장의 시세에 의해 임대료 수익이 오르내리고 공실에 따른 수익 감소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주무대였던 미국-캐나다-일본-호주 등지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 투자 매력이 낮아짐에 따라 한동안 저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저평가된 유럽시장의 부동산으로 시선이 향하게 됐다.

또한 임대료 수입에 한정돼 있던 투자방식이 확대되어 부동산 매입은 물론, 단지 개발, 특화 빌딩 매입 운영, 호텔 매입과 운영, 해당 지역 정부기관 청사 매입 후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임대료 수입과 운용수익, 수수료 수입 등으로 수익원이 확대 진화하고 있다.

▲ 파리 ‘라데팡스 마중가 타워(Tour Majunga)’(자료: 미래에셋대우)

개별 부동산 투자의 특징을 살펴보면 지난 2월에 미래에셋대우가 인수한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 ‘마중가 타워(Tour Majunga)’는 매매가격만 1조 1000억원으로 국내 민간 자본의 해외 부동산 투자금액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마중가 타워’는 지난 2014년에 완공된 프라임 오피스빌딩으로 파리 서부 사업지역인 라데팡스 지구에 있으며 프랑스에서 네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구조는 친환경 건물로 건축됐으며 기존의 오피스빌딩과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건물에는 '딜로이트' 본사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악사 인베스트 메니저’본사가 전체 면적을 100%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잔여 임차기간은 9년 6개월(2월 매입 당시)로 장기 임차계약되었고 글로벌 기업이 임차인으로 임대료 수입 등이 원활하여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미래에셋대우는 ‘마중가 타워’에서 연 7% 중후반의 임대료 수익이 가능한 우량자산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프랑스 파리에 있는 ‘크리스탈파크 오피스 단지’는 6억9100만유로(약 9200억원)에 인수하여 운영-관리까지 하는 콤플렉스형 부동산으로 프랑스 현지 파트너 운용사와 합작으로 인수한 부동산이다. 삼성증권이 인수한 ‘크리스탈파크 오피스 단지’는 프랑스 파리 북서부 외곽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지역에 있으며 연면적 4만4000㎡규모 오피스 빌딩과 강당, 휴게시설 등 부대시설을 비롯해 2만㎡에 달하는 녹지 공원으로 구성됐다. 이 부동산은 건물만 아니라 단지 내의 모든 시설 전체를 운용-관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방식이다.

동종화 삼성증권 책임매니저는 “부동산 투자를 대체투자의 한 방편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독일의 태양광발전소, 영국의 철도사업, 미국 NASA의 오피스 빌딩 등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을 대체자산으로 활용하여 중수익을 창출하는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메이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 기본적인 증권거래와 서비스업무로 벌어들이는 브로커리지 수익 만으로는 절대 수익금액이 부족하여 증권사들이 기업 대출과 부동산개발 매입-임대-운영 등 투자로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 벨기에 ‘외교부 청사’(자료: 한국투자증권)

김형근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부동산전략팀 연구원은 “2017~2018년은 글로벌 시장의 금리가 낮아져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호주-미국-일본 등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여 매입수요가 많았다” 면서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중 무역분쟁 등 시장 변동성으로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최근 미 연준(Fed)이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부동산이 가격이 상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무역분쟁 이전에 차이나머니가 호주-캐나다-미국 등지의 부동산을 많이 매입했으나,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2018년 하반기 이후 중국 당국이 해외 투자금 유출을 막아 해외 부동산 매입거래가 중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부동산시장 또한 저금리(기준금리 연 1.25%)에 의한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3%를 지급하더라도 연 5% 수준의 수익이 가능한 부동산 갭투자가 가능하여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었고 결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정책을 실행하기에 이르렀다”며 “그런데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사인이 나오자 시중 실세금리와 예금 금리는 선반영되어 다시 저금리 상황으로 돌아가면 부동산시장은 공급이 부족할 경우 서울-수도권은 도로 상승장으로 바뀔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유럽의 부동산은 영국의 브렉시트와 그리스 사태 등 불확실한 리스크에 싸여 상당 기간 경기침체가 지속되어 부동산의 인기가 떨어지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었다” 며 “또한 금리가 낮아 자본환원률이 5~6%에 이르게 되자 임대료 수익성향이 높아져 Sell down 투자수요가 높아지면서 최근 유럽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찾게되었다.”고 풀이했다.

또한 그는 “일반 투자자들은 거대 실물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부동산 리츠펀드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글로벌 리츠펀드는 개발-매매-임대수익 등으로 투자자 수익이 4~5%에 이르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고 상장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거래하므로 거래가 편리하다”며 “EU(유럽연합) 내의 국가간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이태리 경기가 호전되고 있으며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부동산에 투자룸이 충분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도 리츠펀드를 이용하면 안정적인 유럽 부동산 투자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