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피자헛의 최근 5년 간 실적은 과거 우리나라 피자 시장을 주도하던 당시 권위와는 달리 초라한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피자헛은 생존을 위해 브랜드 정체성을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중저가 브랜드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고육지책’은 고객 호응으로 이어졌다. 피자헛의 변신 행보가 향후 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피자헛 FCD 매장 목동중앙점 내부 전경. 출처= 한국피자헛

피자헛, 최근 5년 간 실적 내림세…가맹체제 전환·가격정책 부작용 탓

1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피자헛 매출액은 2013년 1451억원에서 2017년 208억원으로 85.7% 급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2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됐다. 작년 실적은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현재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는 9~10월 올해 기준으로 작성된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통해 밝힐 계획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실적 추이는 피자헛과 반대 양상을 보이거나 비교적 약한 감소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외식업체 청오디피케이의 매출액은 2013년 1591억원에서 2017년 2198억원으로 4년새 3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스터피자 운영사 MP그룹의 피자사업부문 매출액은 1419억원에서 49.9% 감소한 71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2014년까지 1000억원대 수치를 보인 뒤 2015년부터 수백억원대로 내려왔다. 당시 본사 방침에 따라 전국 매장이 모두 가맹점으로 전환되기 시작돼서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과 달리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가맹점의 매출액은 가맹본부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글로벌 본사 ‘염(yum!) 브랜드’는 실적이 저조한 한국피자헛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기존 직영점 체제를 100% 가맹점 체제로 전환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모든 점포가 가맹점으로 전환됨에 따라 매출액(200억원)이 전년(893억원) 대비 큰 폭 하락했다. 

영업손실 규모가 2015년 207억원으로 전년(7억원) 대비 30배 가까이 악화한 현상은 가맹점 전환의 여파라는 것이 본사 설명이지만 이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통상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비 점주로부터 가맹비 등을 지급받아 이익이 발생할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피자헛은 반대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피자헛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2016~2017년 들어 피자헛 손실액이 각각 13억원, 12억원을 기록한 점을 미뤄 일시적인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피자헛이 저조한 실적을 내는 직영점을 가맹 운영할 점주를 모집하기 위해 각종 영업비용을 지원하는 등 계약 조건을 내걸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글로벌 본사가 한국피자헛에 가맹점 체제를 적용해 직접적인 경영에서 손 떼되 기존 투자비를 회수한 것이 한국지사 비용으로 계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소비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 정책을 펼친 점도 해당 기간 피자헛 실적을 갉아먹은 요소로 꼽힌다. 피자헛은 1985년 2월 이태원에 1호점을 낸 이후 고객들이 미국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 피자 브랜드라는 마케팅 포인트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피자가 더욱 보편화하고 중저가에 품질 경쟁력을 갖춘 피자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남에 따라 피자헛 강점이 희석됐다.

고품질 식재료를 원물로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제휴 및 프로모션 등 수단을 활용한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실시해 고객으로부터 ‘가격 거품’이 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4년에는 공식 홈페이지에 구축한 외국인 전용 주문 페이지에서 같은 메뉴를 한국인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책정해 ‘피자헛에서 저렴하게 주문하는 방법’이라는 글로 조롱받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소비자 1250명을 대상으로 피자 전문점 상위 5개 업체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자헛은 ‘가격’ 부문에서 5점 만점에 3.19점을 받아 5위에 머물렀다. 미스터피자와 도미노피자는 각각 3.36점, 3.30점을 받아 3~4위에 올랐다.

고급 이미지 벗고 ‘동네 맛집’ 콘셉트 도입

피자헛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우리 동네 맛집 아지트’라는 콘셉트의 ‘패스트캐쥬얼다이닝(FCD)’ 매장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FCD 매장은 기존 점포에 비해 고객 접근성이 좋고 소용량 메뉴를 전용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을 특징으로 갖췄다.

피자헛은 이 같은 컨셉트를 관철하기 위해 편하게 방문할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피자를 즐기고 싶어하는 고객 니즈를 매장 개선 과정에 반영했다.

▲ 한국피자헛이 지난 6월 13일 출시한 FCD 매장 여름 신제품 6종. 출처= 한국피자헛

FCD 매장에서 다루는 전용 메뉴는 고객 2~3명이 간단히 즐길 수 있는 8~12인치 피자로 가격대는 3800~1만500원으로 책정됐다. 주요 메뉴로 머쉬룸 버거 피자, 파이브 치즈 피자 등이 있다. 피자 외에도 파스타, 라이스, 샌드위치 등 식사 상품과 수제 맥주, 사이드 메뉴 등을 판매한다.

기존 핵심상권에 출점된 매장이 아닌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일반 다이닝(내점) 매장을 대상으로 운영 형태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수를 늘리고 있다. 이날 기준 FCD 매장은 17개에 달한다.

FCD 매장 전략은 성과로 이어졌다. 피자헛에 따르면 2017년 3월 FCD 매장 1호점인 구리도농점의 배달주문 건수는 매장 전환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FCD 매장의 평균 배달 및 포장 건수는 일반 매장 대비 1.7배 가량 많다. 배달 매출도 최근 4년 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피자헛은 올해 상반기 배달 매출 규모가 3년 전인 2016년 상반기에 비해 57% 신장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피자헛은 향후 5년 내 전체 매장의 25~30%를 FCD 매장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매장 344곳 가운데 FCD 매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일반 매장은 16.9%인 58곳이다. 이 수치를 감안하면 향후 배달 전용 매장과 FCD 매장 두 가지가 주로 운영하는 투 트랙 전략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피자헛 관계자는 “피자헛은 해당 기간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마케팅 및 상품 개발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며 “신규 출점이나 기존 가맹점의 운영방식 전환 등을 통해 FCD 매장 수를 늘려나가는 전략을 꾸준히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피자헛의 이 같은 변신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브랜드 정체성에서 탈피할 정도의 고육지책인데다 개선 시점이 다소 지연됐긴 했지만 이 같은 변신 전략을 심화함으로써 생존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주영 숭실대 중소벤처기업학과 교수는 “피자헛이 국내 진출할 당시 우호적 조건이었던 이국적인 브랜드 감성, 가족 단위 외식 문화, 독보적 브랜드 입지는 약화했다”며 “국내 피자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피자헛이 중·고가 브랜드로 거듭난 점은 과거 만큼은 아니더라도 입지를 이어갈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