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창동역사 제공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창동역사가 결국 회생절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창동역사의 회생시도가 실패하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제3부 서경환 수석부장판사) 이 9일 창동역사의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결정했다. 창동역사는 10일 관계인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법원은 9일 관계인 집회를 취소하는 결정도 동시에 내렸다. 관계인 집회는 채무자 회사 또는 채권자 등이 제출한 수행가능성이 있는 회생계획안에 대해 채권자들이 동의여부를 묻는 일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법원이 정한 기간에 제출된 모든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 결의에 부칠만한 것이 못 된다”고 회생절차 폐지 이유를 밝혔다. 

법원에 제출된 회생계획안은 모두 두 건. 재판부는 이 회생계획안들이 이행하기 어려운 계획으로 판단했다. 

앞서 창동역사의 관리인(김현태)은 현대산업개발의 투자를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으나 현대산업개발이 투자 포기를 선언하면서 회생계획이 무의미해졌다. 

창동역사의 일부 분양피해자들이 외국계 회사의 투자를 전제로 작성한 회생계획안도 법원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들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부동산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특수목적법인 더홀딩코리아가 미국 텍사스에 본점을 두고 있는 유에스케이 인베스트먼트앤캐티탈(USK INVESTMENT&CAPITAL INC.)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창동역사에 투자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회생계획안에서 제안한 투자금은 약 936억원이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분양피해자들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재판부가 투자자의 인수자금 조달에 대해 더 확실한 소명을 원했다”며 “투자자들이 이 같은 인수자금 조달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생법원은 더홀딩스코리아에 대해 국내 금융기관에 예치된 이행보증금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동역사 관계자는 “회생법원이 무자본인수 방식의 M&A 투자를 우려해 추가로 국내금융기관에 한 예치한 이행보증금으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무자본 M&A는 인수자가 자기자금 없이 차입한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분양피해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투자회사가 제출한 자금조달 서류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회생법원의 의심을 제거하기에는 부족했다. 

더홀딩스코리아가 제출한 자금조달 서류는 제이피모건(JP MORGAN CHASE BANK)발행 수표 사본과 외국환반입신고증 사본 등이다. 

◇ 창동역사, 또다시 흉물로...

창동역사의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창동역사의 회생을 기대하고 피해를 보상받으려던 분양피해자들의 불만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창동역사의 구조물이 기약 없이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피해자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다시 회생을 신청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예상비용과 향후 회생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분양피해자들이 나서 회생을 신청하는 상황은 기대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은 주주인 코레일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분양피해자도 코레일도 다시 회생을 신청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 파산법조계 "창동역사, 피플랜 가능하다“

파산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창동역사의 회생폐지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창동역사가 한 차례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기존의 복잡한 법률문제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창동역사는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분양피해자들의 피해금과 창동역사의 회계적 가치를 이미 산출해 놓은 상태다. 

파산법조계는 투자자와 투자금이 확정되면 피플랜 회생절차도 가능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피플랜(P-PLAN)은 회생절차개시신청 이전에 회생법원 외에서 이해관계인들과의 사전 협상(자율협약, 워크아웃에서의 협상 포함)을 거친 후 회생절차개시 전까지 사전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말한다. 채무자 회사의 부채 2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앞서 미주제강이 한차례 회생절차를 거친 후 두 번째 회생절차에서 피플랜 회생계획안 작성해 제출, 수원법원이 44일 만에 회사의 회생을 졸업시켰다. 국내 회생절차 가운데 최단기간이다. 

더홀딩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이행보증금 요구에 대해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 예치의 이행보증금이 마련되는 상황이라면 피플랜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파산법조계 안팎의 시선이다. 

남은 문제는 최대 채권자 효성건설의 의중이다.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변호사는 “최대 채권자 효성건설이 창동역사 피플랜에 대해 사전 동의가 없으면 피플랜은 역시 가능하지 않다”며 “사전에 투자자와 효성건설이 투자금 제시와 피플랜 동의가 서로 담보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효성건설은 창동역사에 약 1200억원의 공사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다. 

회생법원의 폐지결정에 이해관계인들이 항고하지 않으면 폐지결정은 14일 이후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