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SK텔레콤이 지자체와 함께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초기 우려와 달리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주로 사용하는 기능은 음악듣기와 감성대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단장이 ICT를 활용한 노인 돌봄 사업 결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다희기자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이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날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단장은 “분석 결과를 공개하는 이유는 지자체, 정부에서 독거노인의 삶의 실태를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라면서 “아직까진 노인의 삶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SK텔레콤, 행복한 에코폰 그리고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는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5개 지자체에 거주 중인 어르신 11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AI스피커의 사용 및 감정관련 키워드 발화 분석 결과, 독거 어르신들은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 화자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는 ‘감성대화’ 사용 비중(13.5%)이 일반인 사용 패턴(4.1%)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았다.

또 조사 대상자 중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독거 어르신들이 오히려 AI스피커 사용에 적극적(평균 사용횟수 58.3회)이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보유하고 있는 독거 어르신(30.5회)과 두 배 정도 차이가 벌어졌다. 사용횟수는 사용시간과는 관계없이 서비스를 1회 이용한 기준으로 집계됐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용 행태도 확인됐다. AI스피커가 설치돼 있는 독거 어르신 중 3명은 긴급 SOS 호출을 이용, 실제로 119·응급실과 연계해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 독거어르신과 일반 이용자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 사용 비중. 출처=SK텔레콤

“말로 하니 훨씬 쉽다”…음악·감성대화 사용 비중 높아

SK텔레콤은 “평소 ICT 디바이스와 친밀하지 않은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설치돼 있지 않은 어르신의 경우에 AI스피커를 두 배 정도 많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인터넷이 없는 독거 어르신들에게 AI 스피커가 정보·오락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 사용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IC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말로 하는 음성 UI를 선호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이번 데이터 분석 대상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75세이고, 최고령 어르신이 99세라는 점에서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AI스피커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일부 불식시킨 것으로 평가했다.

독거 어르신들의 서비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FLO(63.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서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 순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누구’ 사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음악(40%), 날씨(10.5%), 무드등(6.9%), 알람·타이머(6.6%), 감성대화(4.1%) 등 순이다.

1인당 음원 평균 재생횟수는 4월 129곡에서 5월 302곡으로 크게 증가한 가운데 음원 장르는 이미자, 나훈아, 장윤정 등 트로트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성대화의 경우 독거 어르신의 이용 비중이 일반 이용자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돼 AI 스피커가 독거어르신들의 대화상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어르신들의 대화 중 긍·부정 감정 키워드를 추출해 어르신의 환경·심리 상태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행복한 에코폰 전문 심리 상담사와 연계해 어르신 케어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SK텔레콤은 5개 지자체 1150명의 독거 어르신들의 AI스피커 ‘누구’를 통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용 패턴 분석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출처=SK텔레콤

“음성만으로 위급상황 알릴 수 있어”

독거 어르신들에게 가장 불안한 점은 혼자 있는 상황에서 위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부분이다. 119에 전화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AI 스피커는 독거 어르신들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야간)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후 ICT케어센터에서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다.

독거 어르신들은 “가족이 없어 연락할 곳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도움을 받아 고마웠다” “과거 다른 서비스로 실제 응급 신고를 했을 때의 경험과 비교할 때 자신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도 개발해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AI 스피커에 적용되는 신규 서비스인 ‘행복소식’은 행정구청 관내 이벤트를 안내하고, 복약지도 및 폭염·한파 주의 안내 등에 사용될 수 있다. 또 어르신들을 위한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보라매병원과 함께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나양원 행복한 에코폰 대표이사는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편리함을 제공하는 보조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친밀감을 경험하는 소통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장에서도 ‘말을 해줘서 좋다’, ‘든든하다’, ‘자식 같다’는 반응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빠르게 다가오는 노령화 시대에 대비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에 기반한 어르신들의 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독거 어르신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