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한국 자동차 회사들도 승용 세단 판매 둔화로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새로운 SUV 차량을 앞다퉈 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8인승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출처= Auto Trad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인들이 좀 더 널찍한 공간의 차를 선호함에 따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 큰 인기를 끌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다양한 크기와 가격대의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딜러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너도 나도 SUV 개발에 나서면서 도를 넘은 경쟁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업계의 데이터를 보여주며, 크로스오버(Crossover)와 SUV 차량의 열기가 식고 판매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다양한 모델들이 딜러 매장에 더 오래 정체되어 머물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동차 회사들은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판매 프로모션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향후 몇 년 동안 훨씬 더 많은 SUV 모델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고, 딜러들의 판매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객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차량 선택 폭과 더 나은 거래 조건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승용세단으로부터 SUV로 급선회하며 SUV의 생산량을 늘린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는 이익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딜러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과잉 생산을 한 후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인으로 전환하는 오래된 습관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Palm Beach) 북부에 있는 얼 스튜어트 도요타(Earl Stewart Toyota)를 운영하는 얼 스튜어트는 "우리는 현재 SUV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지금 나와 있는 것도 너무 많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이미 너무 많은 선택권을 주었다”고 우려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크로스오버와 스포츠 유틸리티 모델의 수는 2014년 70개에서 현재 96개로 계속 증가했다. 보고서는 2023년이 되면 이들 차량의 모델 수가 사상 최다인 149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존 머피는 "이것은 업계에서 매우 큰 골치거리"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자동차 회사들이 이 모델들에서 오랫동안 누려온 이익 프리미엄은 향후 3년 이내에 크게 떨어져, 결국 현재 마진이 아주 낮은 승용 세단 수준이 될 것입니다.”

자동차 가격비교 회사인 켈리 블루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오늘날 크로스오버와 SUV 차량이 신차 시장의 47%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승용 세단은 2012년 50%에서 현재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카테고리에 가장 최근 진입한 차량으로는 현대자동차의 8인승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UX라고 불리는 렉서스 준중형 크로스오버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소비자들이 다시 대거 승용 세단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판매가 더욱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크로스오버와 SUV에 대한 수요도 이미 최고조에 달했으며, 이들 모델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이상으로 더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자동차 분석 전문 사이트 에드먼즈 닷컴(Edmunds.com)의 제러미 아체베도 애널리스트도 "파이는이미 정해졌다”고 말했다.

리서치회사 LMC오토모티브(LMC Automotive)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크로스오버와 SUV 판매는 1.6%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됐다.

켈리 블루북의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자동차 판매는 2.2%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1% 증가했었다.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생산 라인을 확장해 보다 저렴한 소형에서부터 더 크고 호화로운 가족용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종류의 크로스오버와 SUV 선택 폭을 추가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높은 지상고와 더 큰 화물 공간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SUV차량이 승용차와 같은 엔지니어링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크기의 승용차보다 생산비는 조금 더 올라가지만 판매가에는 더 많은 프리미엄을 부과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자동차 제조업체의 수익성은 높아졌고 신차 가격도 그 만큼 높아졌다. 예를 들어, 켈리 블루북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5월 중형 SUV의 평균 가격은 3만 7790달러로 중형 세단의 평균 가격보다 1만 2000달러나 높았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은 SUV 차량과 트럭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공장을 학보하기 위해 승용차 모델 라인을 없애 버렸고, 일본과 한국 자동차 회사들도 승용 세단 판매 둔화로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새로운 SUV 차량을 앞다퉈 출시했다.

그러나 에드먼즈 닷컴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크로스오버와 SUV 판매가 둔화되고 있음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신차들이 딜러의 주차장에 머무는 기간이 지난 5월에 평균 71일을 기록하며 2015년 평균 51일, 지난 해 평균 63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승용 세단은 79일로 지난 3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또 자동차 회사들의 할인 및 기타 프로모션에 대한 지출도 올해 5월가지 지난해에 비해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 임원들은 SUV 차량의 판매 증가 속도가 느려지고는 있지만 소비자 수요는 여전히 건전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스타일과 사이즈는 더 이상 구매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웨슬리 채플(Wesley Chapel)에 사는 31세의 시스템 엔지니어 브랜든 암브로시오는 최근 타던 세단을 교체하기 위해 새 SUV를 구입하러 쇼룸에 들렀다. 쇼룸을 둘러본 후 그는 큰 감흥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로 너무 비슷해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