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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이재용 부회장 혈혈단신 일본으로...리더십 발휘할까활로 찾을 수 있을까?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에 돌입하며 국내 경제계가 동요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징용 노동자 처우와 관련된 한국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가운데, 공격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소재 분야에 집중되는 분위기도 우려스럽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혈혈단신’ 일본행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막무가내 보복...반격카드 ‘만지작’

일본은 4일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 변경을 통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비롯해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등 3개의 수출 규제에 돌입했다.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징용 노동자에 대한 강제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이에 대한 보복성 제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과 관련된 제재라는 말도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일 후지TV에 출연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을 언급하며 이번 제재가 사실상 북한과 관련이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제대로 무역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수출된 화학물질의 행선지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의혹이 있다”는 말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 일본 경제산업성이 보인다. 출처=뉴시스

일본의 제재가 시작되자 한국 정부는 WTO 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본의 경제제재는 사실상 보복조치라면서 “국제법에 위반된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WTO에 제소할 것이라는 점을 밝히는 한편 “국제법 및 국내법상 조치 등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4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이후 일본의 경제제재를 두고 "WTO의 규범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첫 공식반응을 보인 바 있다.

소재사업 육성에도 속도를 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업 르네상스 로드맵의 소재부품 개발에 총 6조원을 투입해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미 1조원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쳤고, 2021년부터 6년간 5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끄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4대그룹 총수들과 긴급회동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김 정책실장, 홍 부총리와 4대그룹 총수들이 회동한 자리에서 어떤 말이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한 공동전선 구축 논의가 논의됐을 것”이라면서 “현 상황에서 우리의 카드를 일본에 공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공개적인 행보보다는 물 밑 행보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후 문재인 대통령도 30대 그룹 총수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단 수행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재용 부회장 일본으로...‘발걸음 무겁다’

일부 언론보도와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7일 김상조 정책실장, 홍남기 부총리가 연 4대그룹 총수 미팅에 참석한 후 당일 오후 일본으로 향했다. 이번 일본의 제재가 삼성전자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선 품목은 모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작에 필수적인 소재들이다. 특히 일본 수입 의존률이 90%가 넘는 포토리지스트의 경우 삼성전자의 미래 반도체 전략에 필수적인 파운드리 핵심소재로 여겨진다. 일본의 제재가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의 급소를 찔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현지 인맥을 총동원해 소재 분야 활로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별도의 수행원도 없이 공항에 내린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 제재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5월 일본 출장길에 올라 현지 통신 사업자와 접점을 마련하는 한편, 다양한 현지 판로를 점검한 바 있다. 최근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만나는 등 일본과의 관계정립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출장을 계기로 소재 분야 난맥상을 원 포인트 해법으로 풀어낼 방법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의지대로 일이 풀리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현재 일본 내부서도 아베 내각의 한국에 대한 수출 제재에 대한 불만은 큰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 신문은 4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일본의 수출 규제가 이어지면) 일본 기업의 피해도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간 수출재를 다루는 한국의 피해가 심해지면 이를 수급받아야 하는 일본 기업의 피해도 커진다는 논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6일 "일본의 제재가 이어질 경우 일본 기업의 피해도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반일감정도 변수다.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 업체는 물론 유니클로, 소니, 니콘 등 일본 기업들은 높아지는 반일감정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인 작가가 원작을 쓴 것으로 알려진 동화 '엉덩이 탐정' 등도 부모들의 불매운동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등 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 휴전을 끌어낸 미국의 피해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전자가 일본으로부터 소재를 공급받지 못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를 제작하지 못하면 애플의 아이폰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일본의 경제제재로 한국의 피해는 물론 미국, 나아가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베 내각이 참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사태 장기화 조짐이 감지되는 것은 리스크다. 실제로 일본 정재계 내외부에서는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된 일”이라면서 “단순한 참의원 선거용은 아닐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자국 정부의 경제제재로 좌불안석이지만, 그 이상의 불만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아베 내각의 강력한 의지가 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한까지 거론하며 강대강 대치를 자초하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이 부회장이 일본으로 가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내우외환...‘풀어야 한다’

일본의 기습적인 경제제재로 국내 경제는 사실상 패닉에 빠져있다. 정치권은 책임공방만 몰두하고 있으며 아직도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소재산업 육성을 기치로 걸고 장기적 대안찾기에 나섰으나 ‘타이밍’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고, 국회는 연일 ‘네탓공방’만 벌이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3일 SNS를 통해 “여야정 모두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면서 “위기라고 말을 꺼내면 듣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한 행간이다.

이 부회장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내부적으로는 삼성바이로로직스 사태,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 등을 앞둔 상태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에 따른 대안으로 시스템 반도체 육성 카드까지 빼들었으나 일본의 기습에 크게 휘청이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재 비축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분위기가 나쁘다. 일본의 제재가 이어지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에 들어간 후 경영 전면에 나서 실사구시에 가까운 전략적 행보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과 일본의 중재자, 나아가 삼성전자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우외환에 빠진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행보로 활로찾기에 성공할 경우 ‘의외의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재 분야의 국산화가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지만 단기간의 피해를 감수하며 초기술 격차를 보여주는 한편, 일본의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면 경영능력 등 일각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연이은 위기론을 지피며 상황을 불안하게 유지해왔다”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원인이지만, 여기에는 리스크테이킹을 할 수 있다는 장기적인 자신감도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 무대는 만들어졌고, 이제 액션플랜이 가동될 것이라는 뜻이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7.08  10: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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