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SNS에서는 몇 장의 이미지가 떠돌면서 또 한 번 ‘반일(反日)’ 광풍이 불고 있다. 그 이미지들에는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 브랜드 제품을 사지 말자’거나 ‘일본 여행을 가지 말자’라는 등의 일본 불매운동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메시지에 상당히 많은 이들의 동요하고 있다.  

이는 아무런 논리 없이, 자신들의 행동으로 정작 손해를 보는 주체가 누구인지 전혀 고민하지 않은 아주 전형적인 감정적 ‘반일 프레임’의 확산이다. 너무나도 위험한 발상이다. 일련의 행위들은 마치 일제강점기 3·1 운동의 저항과 동일시되면서 여기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매국노’처럼 치부하며 또 다른 혐오의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일본이 잘 했느냐? 결코 아니다. 아베 정권의 선택은 두 나라의 외교 문제를 외교로 풀지 않고 경제로 보복하는 아주 치사한 조치다. 심지어는 일본의 주요 언론들도 아베 정권의 결정을 연일 비판하고 있으니. 그러나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다. 민간이나 기업의 어떤 조치나 결정은 우리나라가 입는 경제적 불이익을 줄일 수 없다. 

이 와중에 더 가관인 것은 일본 불매운동이라고 전달되는 이미지나 문구들의 메시지는 이를 처음 생각해 낸 이들이 얼마나 생각이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미지에는 유니클로, 아사히맥주, 데상트, ABC마트,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소니 (여기에 심지어는 롯데까지도 언급되는 이미지도 있다) 등 일본이 원조이거나 혹은 일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브랜드 제품을 사지 말고 일본 여행도 가지 말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만약 이러한 운동으로 한국에서 나오는 매출이 크게 줄어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일본 정부가 스스로 ‘우리가 정말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한 끝에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게 된다면 이는 정부가 나서서 응원을 해도 모자랄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0%보다 낮지만. 

진짜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불매운동에 동요해서 해당 브랜드나 점포의 매출이 떨어지면 정작 피해를 입는 이들은 편의점에서, 의류 매장에서, 신발 할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혹은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원조인 브랜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 목표가 어긋난 반일 광풍으로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경제도 어려워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어 서민경제가 계속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일본과 관련된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의 젊은 인력들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가. 그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쓰이는 일본산 정밀 측정 장비나 금형장비도 당장 용광로에 던져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다하다 K-POP 걸그룹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멤버의 퇴출 요구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이 얼마나 생각이 없고 무가치한 혐오 프레임인지를 알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당부를 드리건대, 저 쓸데없는 프레임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동요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일련의 상황이 발생한 원인, 책임 그 어떤 것도 일본과 연결된 일반 기업이나 그 곳에서 일하는 이들과 관련이 없다. 어쩌다 대중이 이끄는 감정에 휩쓸려 잠시 동요한 분이 있다면 제발 이 어리석은 광풍에 힘을 더하거나 애써 휘말리시지 마시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