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증권가의 예상치에는 근접하지만 실적은 반토막이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류에 따른 매출, 영업이익 하락세가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마트폰의 IM부문 실적도 크게 나빠졌다는 말도 나온다.

매출은 1분기 대비 6.9% 늘었으나 전년 동기 대비 4.2%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심각하다. 1분기 대비 4.6% 늘었으나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6.3% 떨어졌다. 당분간 예년과 같은 10조원 영업이익은 요원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반기 반도체 수요 호조 및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IM마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두고 반도체 3조3000억원, 디스플레이 7000억원, 스마트폰 1조6000억원, 가전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는 상황이 어렵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종료되며 단가 하락 및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반도체가 주력인 국내 수출 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국내 수출액은 441억8000만달러롤 기록해 전년 대비 13.5% 감소했다. 7개월 연속 하락세인 가운데 반도체 업황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스마트폰의 IM부문이다. 1조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추정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흐름이 나쁘다는 평가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김선우, 서승연 연구원은 "무선사업부의 분기 수익성은 노트7 소송 사태가 있었던 2016년을 제외하면 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하반기에는 화웨이 이슈로 인한 일부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이는 수량적 수혜에 그칠 뿐 무선 실적에 구조적인 해결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가전은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우호적인 환율과 QLED TV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서 고무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500달러 기준 북미 프리미엄 TV 시장의 63.8%는 LCD 기반이며, 이는 삼성전자 QLED TV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OLED TV가 프리미엄 TV의 대세로 부각되며 LG전자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북미에서는 삼성전자의 TV가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도 삼성전자의 TV 존재감은 강해지고 있다. 29.4%의 시장 점유율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0%에 가까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QLED TV를 중심으로 초대형,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QLED TV 판매량은 91만 2000대로, 지난해 1분기의 36만 7000대에서 약 2.5배 성장하면서 대세 프리미엄 TV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중 89만 6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33만 7000대 대비 3배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OLED TV는 올해 1분기 판매량이 61만 1000대였다. 작년 1분기에는 47만대가 판매됐다. QLED TV는 올해 8K 제품 본격 판매, 라인업 확대를 통해 금액 기준으로도 OLED TV를 크게 앞섰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는 일회성 수익이 나와 1분기 대비 실적이 호조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어렵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바닥 칠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2분기 저조한 실적을 거뒀으나 하반기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초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시스템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부의 가동률 개선 덕에 LSI 실적은 양호한 수준으로 파악되며, 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효하다.

삼성전자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파운드리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가 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코리아'를 연 가운데 파운드리사업부 정은승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모지에서 사업을 시작해 역경을 딛고 업계 1위에 오른 경험이 있다.”며, “파운드리 분야의 최고를 향한 여정도 쉽지 않겠지만 난관을 헤치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신시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디자인 서비스, 제조, 패키지 등 개발부터 양산까지 협력 생태계를 활성화해 시스템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 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 기업에게 7나노 이하 EUV 기반 초미세 공정도 적극 제공해 차세대 첨단 제품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저전력 28나노 FD-SOI 공정 기반 eMRAM 솔루션 제품과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수율을 높인 7나노 핀펫 제품을 출하와 차세대 5나노 공정 개발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 전류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의 3나노 GAE(3나노 Gate-All-Around Early) 공정 설계 키트(PDK v0.1, Process Design Kit)를 팹리스 고객에게 배포하는 등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로 인해 반도체 사업의 불투명성이 커졌으나,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디스플레이도 하반기 애플의 신모델 OLED 출하가 시작되면 호조세를 탈 수 있다. 나아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면 하반기 위기 탈출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체력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대우 박원재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크지만 TV 및 가전, 디스플레이 상황은 예상보다 견조하다”면서 반도체 부문 실적 상승은 2020년 2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4분기부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이는 그룹 내의 다양한 부품 사업에도 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