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이 있다. 잘 자라서 훌륭한 재목이 될 나무는 싹 틀 때부터 알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이나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뿌리를 내린 벤처기업들을 살펴보면 해당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전도유망한 산업일수록 사람과 기업이 몰리고, 다양한 성공신화가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맥락에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장래는 밝아 보인다. 최근 바이오산업은 2000년대 초반 강하게 일었던 창업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양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에서 300여 개의 바이오벤처기업이 신규 설립됐다. 첫 번째 바이오벤처 붐이 정점을 찍었던 2000년(288개)보다 높은 숫자다. 이미 2차 바이오벤처 붐이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 가능성 높은 벤처기업들이 바이오산업으로 몰리면서 거액의 투자금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의료 산업에 유입된 신규 투자금은 84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2% 증가했다. 올해는 5월까지 지난해 절반 수준인 4048억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매년 증가하는 신규 투자금 덕분에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성공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바이오벤처 성공사례로 셀트리온을 꼽을 수 있다. 2002년 서정진 회장이 인천 연수구청 벤처센터에서 처음 둥지를 틀었던 셀트리온은 어느새 매출 1조원을 넘보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셀트리온뿐만 아니라 신라젠, 제넥신, 헬릭스미스 등 이른바 '1차 바이오 붐' 당시 탄생한 기업들도 한국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정부도 바이오산업의 미래가치를 알아보고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올해 정부는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과 사업화 등에 총 2조 93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작년보다 2.9% 늘어난 투자 규모다.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개발계획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세계 1위 바이오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비전하에 2030년까지 300개 바이오·헬스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1만 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계획이다. 또 바이오벤처 지원센터, 유전체 분석서비스 시설 등을 확대해 기존 ‘제조·선도기업’ 중심에서 중소·창업기업 등이 입주하는 제조·혁신 클러스터로 전환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바이오산업의 미래는 걱정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실을 돌아보면 장밋빛 미래만을 자신할 순 없다.

바이오산업을 향한 기대와 관심이 언제 뒤집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를 핑계로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던 정책이나 계획들이 중간에 흐지부지 끝나는 사례를 참으로 많이 봐왔다.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2년까지 연평균 9.1% 성장해 33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서도 바이오산업은 시스템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더불어 3대 중점성장 신사업으로 거론되며 각광을 받고 있지만 전 세계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실을 보기까지 5~10년이 걸리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인내심을 가지고 미래 씨앗을 뿌려 또 다른 수출효자 산업을 육성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