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인보사 성분 변경 확인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환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를 투여 받은 환자를 종합관리하면서 안전대책코오롱티슈진과 협력해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인보사로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심사 기준을 보이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책임 통감하지만 인보사 안전성 확신”

코오롱생명과학은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투약환자 안전관리 종합대책(안) 발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회견은 식약처가 이달 9일자로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린다고 지난 3일 최종 확정한 것에 따라 긴급히 마련됐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인 2액이 ‘TGF-β1 유전자 도입 동종 유래 연골세포(연골세포)’라고 표기해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실상은 ‘TGF-β1이 삽입된 신장 유래세포(GP2-293세포,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돼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회수‧폐기할 예정이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보사 주성분인 1액(동종 유래 연골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전자 전달체로 사용되는 2액(신장 유래 293세포)에 대해 착오했다”면서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에 따라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결정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주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우석 대표는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다”면서 “식약처도 인보사의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본부장은 “환자에게 투약되기까지 짧게는 시판 후 1년 반, 길게는 임상 1상 이후 1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약 3853건 투약 사례가 있다”면서 “한국에서 78명에 대한 잔존검사 결과, 혈액내 인보사 잔류에 대해 전혀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환자안심센터 운영…관련 정보 직접 제공

코오롱생명과학은 15년 동안 장기추적조사를 통해 환자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까지 확인‧등록된 인보사 투약 환자는 1725명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 10월까지 약 3700명 투약 환자 전원을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환자안심센터 등을 운영해 환자와 의료진에게 인보사 관련 정보를 직접 제공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국에서 ‘환자 소통 간담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유수현 바이오사업본부장은 “소통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본부장이 인보사의 안전성과 투여환자 종합관리 대책(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장기추적조사에서 가장 집중되는 점은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다. 유수현 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부작용 정보”라면서 “모든 이상반응에 대해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전신검사, 혈액검사뿐만 아니라 조직 병리검사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환자 관리를 위해 전국 주요 지역별 거점병원 약 20곳을 지정할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과 인보사 처방 환자에 대한 진료 협약을 맺고 장기추적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외부전문가위원회도 만들어 이슈가 발생할 시 즉각 대응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환자 관리에 활용되는 비용은 약 500억원에서 700억원일 것으로 예측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앞서 인보사 투약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15년 장기추적조사를 하기로 하면서 8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재무제표에 621억원의 충당금을 계상해두면서 당기순손실이 687억 578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5.5% 증가했다.

유 본부장은 “처음에는 순수 연구비용으로 추산해 약 9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로 산정했으나 효율성을 따져 다시 임상을 디자인해 500억원에서 700억원 선으로 산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FDA 만만한 곳 아냐…임상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코오롱그룹의 미국 자회사이자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과 협력해 미국 임상 3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앞서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다르므로 앞으로 FDA에 소명자료를 모두 제출한 후 검토를 받아 임상 3상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이 진행되는 것은 인보사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방안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FDA가 인보사 임상 3상을 허가하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으므로 미국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본부장이 질의응답에 대답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한국 식약처에 비해 인력 활용이 원활한 미국 FDA가 인보사 임상 3상 진행을 허가할 수 있다는 낙관론은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 냉정하고 명확한 언어로 필요한 자료를 코오롱 측에 요구했다”면서 “식약처에서도 코오롱 측이 반박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FDA에는 제출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더라도 해당 자료를 토대로 미국에서 품목허가가 가능할지 지속해서 봐야한다”면서 “업계에서는 코오롱 측의 의약품 연구개발(R&D) 윤리에 대한 지적과 인보사 효능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석 대표는 미국 임상 3상 진행 과정에 대해 “이는 티슈진이 답해야할 사항”이라면서 “전해들은 바로는 이달 15일에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으로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FDA가 8월말까지 휴가기간다. FDA가 접수를 받으면 법적으로 30일 이내에 답을 해야한다. 이 기간을 피하는 게 좋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있다”면서 “다양한 사안을 고려해서 티슈진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계획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소송 문제는 불편?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질의응답 시간에 “장기추적조사 시 환자를 임상 연구에 준하는 태도로 관리한다고 했는데 환자를 실험 대상자로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코오롱 측에 질문했다.

▲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가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코오롱 측 관계자들은 “이날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자리니 따로 소통하자”고 답했다.

엄태섭 변호사는 “인보사가 안전하다면 굳이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장기추적조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라면서 “코오롱 측이 장기추적조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다른 의약품 개발에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날 ‘코오롱 인보사 환자관리대책 기자회견에 대한 환자 입장’을 발표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환자 측은 코오롱의 투약환자 안전관리 종합대책에 대해 추상적으로 환자 추적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는 하나 세부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엄 변호사는 “환자들과의 대화는 공청회 등을 통해 얼마든지 열 수 있었다”면서 “코오롱의 모든 해명은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실제 해명 과정에서 환자들의 소리를 듣는 과정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