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오라클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AWS 및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과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한편 국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데이터베이스 강자에서 클라우드로의 체질전환이 국내 시장에 얼마나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라클은 서울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통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시장 등판을 두고 '정중동'이다.

▲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오라클은 3일 2세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서울 리전(OCI Seoul Region, 이하 오라클 서울 리전)의 개소를 발표했다. 또한 2019년 말까지 인도 뭄바이, 호주 시드니 등 전 세계 19개 지역과 향후 1년 내 두 번째 국내 리전을 포함한 차세대 데이터 센터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도 함께 밝혔다.

탐 송(Tom Song) 한국오라클 사장은 “최근 오라클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며 “이번 서울 리전 개소를 기점으로 기업고객들에게 일관된 높은 성능과 서비스 수준, 비용 효율성을 제공할 것이다. 앞으로도 오라클은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중심의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환경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혁신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의 입지는 빅3인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뒤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는 약 30% 수준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가 13%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은 8%의 점유율로 맹추격하고 있다.

AWS는 독보적인 존재다. 이커머스의 아마존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후 글로벌 ICT 플랫폼의 패권을 장악했다는 평가다. 2011년 80건 이상, 2012년 160건, 2013년 280건, 2014년 516건, 2015년 722건의 주요 서비스와 기능을 발표했으며 2016년에는 1017건, 2017년에는 1430개의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출시했다. 

구글도 움직이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스태디아 게임 플랫폼으로 업계를 놀라게 한 구글은 최근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 루커를 2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 로드맵으로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라클과 손을 잡아 눈길을 끈다. 두 회사는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제휴를 맺었으며 애저와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동시에 워크로드가 가동되는 것이 골자다. 데이터베이스 시장이 클라우드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생태계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라클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개척에 나서는 한편,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오라클은 자신감이 넘친다. 현재 전 세계 175개 국가에서 오라클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 고객은 43만 여 개에 달한다. 국내는 6000여 개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오라클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이점을 바탕으로 핵심 비즈니스 워크로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오라클 서울 리전을 통해 클라우드 이전업무를 완료했거나 앞으로의 이전 계획을 수립했다. 오라클 서울 리전의 서비스를 채택한 기업들은 KEB하나은행, SK스토아, 삼성유전체연구소, 티웨이항공, 서원유통, 미디어캐스트, 시너지21, 바스랩,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조선대학교, 인제대학교, 포이시스, 아트박스, 덱스터스튜디오, 네오스토어, 와이즈와이어즈, 애터미, 큰사람, 미디어캐스트 등이 있다.

오라클은 파트너사가 오라클의 제품군을 포함해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오라클 파트너 네트워크(Oracle Partner Network)’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오라클 클라우드와 관련한 파트너사의 지원 및 투자에 대한 혜택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차원에서 이들에게 오라클 제품과 솔루션에 대한 교육,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오라클 클라우드 고객에 대한 파트너사의 이해를 높이고, 더 많은 기업고객이 차별화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오라클은 이 외에도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로 기업 고객의 클라우드 이전 업무를 지원함은 물론, 파트너사가 오라클 클라우드 관련 이해도와 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인증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오라클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무료 핸즈온(hands-on) 세션도 매주 진행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가 복수 리전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도 부산에 리전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내년 서울에 리전을 개소한다. 여기에 오라클이 서울 리전 가동에 나서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파트너의 기대감은 높다. 진덕원 SK스토아 매니저는 “최근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유통 환경 속에서 정확한 빅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통찰을 제시하는 것은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해 오라클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말했으며 이재관 영우디지탈 대표는 “지난 26년간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다양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지원해온 기업으로서 영우디지탈은 최근 클라우드로 이전중인 IT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이번 오라클 한국 데이터센터 개설은 당사에게 커다란 성장동력으로 작용한다. 앞으로도 오라클과 함께 클라우드 비즈니스에서 상생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가운데 국내 토종 플레이어들은 좌불안석이다. 공공시장에서 KT가 여전히 두각을 보이고 있으나, 민간시장에서는 사실상 존재감이 사라지는 추세다. 그나마 네이버의 NBP가 데이터 주권 확보를 내걸며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나, 최근 용인시 데이터센터 설립이 불발되는 등 클라우드와 데이터베이스 모두에서 크게 동력이 약화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