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된 2020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

16개월 뒤인 2020년 11월 3일 치러질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 세계의 시선은 지금 2020 미국 대통령 선거로 향한다. 세계가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를 주목하는 이유는 미중 패권전쟁의 향방 때문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패권전쟁 중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진행 중인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다. 2020 미국 대통령 선거의 투표는 미국인이 하지만 결과는 중국과 공유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 국민 못지않게 중국도 2020 미국 대통령 선거를 주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월 18일 플로리다 주 올랜드 암웨이센터에서 재선 도전 출정식을 가졌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4년 전 선거에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를 출정식 개최지로 선정한 이유는 초박빙의 승부수가 펼쳐진 지난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그곳에서 재선 도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20 미국 대통령 선거는 시작되었다.

 

후보 경선에 나선 미국 민주당

지난달 26~27일 이틀간 민주당도 같은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시에서 첫 TV 토론회를 개최했다. 20명의 후보들이 두 개조로 나뉘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28일 금요일, NBC 뉴스는 1810만 명이 토론회를 시청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역대 TV토론 최고 시청자 수는 2015년 10월의 1580만 명이었다. TV토론에서 선발된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하지만 선거는 박빙 끝에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공화당 후보 트럼프는 2015년 8월의 폭스 뉴스 TV토론에 첫 출연했을 당시 민주당보다 훨씬 많은 2400만 명 시청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출정식과 민주당의 TV토론. 2020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이 개막되자 언론은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로 2020 미국 대통령 선거를 요약했다.

하지만 선거의 프레임은 이미 공화당 중심으로 짜여졌다. 미국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2004)에서 역설한 패착을 민주당은 또다시 저지른 것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에 공화당 상징동물 코끼리를 생각하게 하는 것처럼, 민주당은 ‘트럼프냐, 아니냐?’를 따지자는 선거로 몰고 가면서 선거의 주도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프레임 작업의 취약성 못지않게 민주당이 인물난에 시달린다는 사실이다. 이번 TV토론에서도 드러났지만, 민주당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할만한 전국적 인물이 없다. 유세가 진행되면 금세 유명해질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유명해져서 이슈 메이커 트럼프 대통령을 추월하기는 쉽지 않다.

 

환골탈태한 미국 공화당

4년 전인 2015년 8월 이후, 미국 공화당은 엄청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한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었다. 출마 선언 직전까지 공화당원이 아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경선 참여와 함께 공화당의 질서를 순식간에 바꿔나갔다.

경선 중에 떨어져나갈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의 상황을 연출했다. 벤 카슨 전 존스홉킨스대 소아신경외과장,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랜드 폴 전 상원의원,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 팩커드 대표, 짐 길모어 전 버지니아 주지사, 릭 샌토럼 전 상원 등이 경선 초반에 사퇴했다. 과거 공화당이었다면 끝까지 살아남았을 인물들이었다.

이후 2016년 2월 1일부터 6월 7일까지 이어진 미국 공화당 경선에는 트럼프 그룹 회장인 트럼프 후보, 테드 크루즈 텍사스 주 상원의원, 마크 루비오 플로리다 주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이 참여했다. 트럼프 후보는 예선 과정에서 보인 위력을 공화당 경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냈다. 트럼프 후보의 압도적 우세였다. 경선 막바지, 크루즈와 케이식 후보는 일부 지역에서 단일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세론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최종 득표는 트럼프 44.9%. 2위 크루즈 25.1%, 3위 케이식 13.8%, 루비오 11.8%였다. 공화당 경선 최후 승자는 트럼프 후보였다.

그리고 2016년 11월 8일 화요일에 치러진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의 상대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였다. 제42대 클린턴 대통령 영부인이자 뉴욕 주 상원의원을 거쳐 오바마 1기 행정부 국무장관을 지낸 민주당 최초의 여성 후보였다.

투표 결과는 48.2% 대 46.1%로 힐러리 후보가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는 304대 227로 트럼프 후보가 앞섰다. 미국 선거 사상 5번째 맞이한 특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뿐이 아니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자기 당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표한 반란 투표자도 7명이나 나왔다. 트럼프 측 선거인 중 2명은 클린턴 후보를 찍었고, 힐러리 측 선거인 중 5명은 트럼프 후보를 찍었다. 이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쳐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 사이 미국 공화당은 전혀 다른 당으로 거듭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인물의 당선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공화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라는 평가도 많다.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미국 민주당

트럼프 대통령 이후 전혀 다른 성격의 정당으로 거듭난 미국 공화당. 이제 그 여파가 미국 민주당으로 전이될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미온적이다.

20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TV토론 이후, 미국 언론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버몬트 주 상원의원, 유색 여성 후보 카멜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을 주목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0% 이상 지지도가 하락했다. 그 외 후보들은 그나마 언론으로부터 주목도 받지 못했다. 그만큼 두드러진 인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TV토론에서 미국 민주당의 진짜 위기가 엿보였다. 후보들이 2020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의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외형상, 2020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의제는 트럼프냐 반 트럼프냐로 보이지만, 실제 의제는 세계 질서 조율의 사명을 미국이 계속 감당하느냐 마느냐이다. 후보들은 그것을 놓치고 있었다.

중국도 아는 이 의제에 대해 미국 민주당 후보들만 과문한 표정이었다. 미국의 경찰국가 활동에 대해 부정적이던 오바마 대통령의 정서가 계승되는 것이라면 미국 민주당은 2020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패권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물러선다고 중국도 물러서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