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SSG.COM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김포 네오002 센터. 출처= SSG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정한 유통 사업부문의 방향성은 크게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된 가격 그리고 이커머스로 구분된다. 그가 이끄는 이마트는 현재 2가지의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변화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비용으로 이마트는 현재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 현재 이마트가 추구하는 방향은 미국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인 ‘월마트’가 겪은 어려움과 성장의 국면과 닮은 부분이 많다.    

월마트의 시련과 성장 

현재는 아마존에 약간 밀린 감이 있지만, 월마트는 미국 유통업계를 넘어 ‘세계 유통업계 1위’로 불리던 기업이었다. 미국 전역의 수많은 대형 오프라인 판매점 운영으로 사실상 월마트는 미국의 유통시장을 대변하는 업체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나 글로벌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이커머스로 넘어가면서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보여준 아마존에게 자국 내 유통시장에서의 입지를 빼앗겼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2016년 월마트와 아마존의 실적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6년 2월 1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월마트의 2016년 회계연도(2015년 2월~2016년 1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0.7% 줄어든 4821억달러(약 595조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당시 월마트의 지표를 해석한 국제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월마트 연간매출이 감소한 것은 1980년 이후 35년만에 처음이었다. 같은 기간 아마존의 매출 실적은 1070억달러(약 124조원)에서 1359억달러(약 158조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시기의 이커머스로 매출을 한정하면 월마트와 아마존의 우위는 완전히 뒤바뀐다. 2016년 이커머스에서 8300만달러(약 969억원)의 매출을 아마존이 벌어들일 때 월마트는 2000만달러(약 230억원)를 벌어들였다. 아마존은 가격 경쟁력 확보와 유료회원제 서비스, 물류 강화를 통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완성시켰고 유통의 대세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간 이후 월마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업체라는 성징을 아마존에게 내주게 됐다. 

▲ 월마트가 2016년 인수한 온라인 쇼핑몰 제트닷컴. 출처= 제트닷컴

월마트의 온라인의 강화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이에 월마트는 2016년 8월 8일(현지시간) ‘온라인의 코스트코’로 불렸던 초저가격 온라인 쇼핑몰 제트닷컴(Jet.com)을 인수함으로 이커머스 부문을 강화해나가기 시작했다. 제트닷컴 인수 후 월마트는 경쟁력이 있는 이커머스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월마트는 매출 1229억달러(약 146조8000억원), 영업이익 49억달러(약 5조853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북미지역 오프라인 할인점의 매출 신장률은 3.4%를 기록하며 1분기만을 놓고 보면 9년 만에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부문 총거래액은 약 37% 늘어나 전체 신장률에 약 1.4% 기여했다. 온라인 경쟁력 강화 그리고 규모의 경제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월마트는 이전의 명성을 서서히 되찾고 있다. 

월마트의 전철을 따라가다 

월마트가 보여준 위기와 성장의 기록을 이마트는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마치 쿠팡이 아마존의 비즈니스를 벤치마킹한 것처럼. 상품이 유통되는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의 문제로 오프라인 유통매장들은 이커머스 업체들과 경쟁이 쉽지 않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직접 연결을 통한 유통, 보관비용 감축으로 제품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 가장 처음 반기를 든 곳이 바로 이마트였다. 2016년 2월 이마트는 이커머스 업체에서 가장 잘 판매되는 기저귀, 분유 등의 판매가격을 최저가로 낮추는 강수를 뒀고 이는 유통업계 전역으로 확산돼 온라인 대 오프라인이 경쟁하는 ‘가격 대전’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2019년 신년사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가격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했고 이는 곧 이마트의 초가격 전략으로 반영됐다. 여기에 이마트는 2019년 3월 1일 자사의 공식 이커머스 법인 SSG.COM의 공식 출범과 함께 최근에는 김포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의 가동을 통한 새벽배송 역량까지 갖추면서 오프라인으로는 최저가격, 온라인의 완성인 물류 경쟁력 강화를 이뤄냈다. 월마트의 성장 전략과 방향성이 거의 일치한다. 

▲ 출처= 하이투자증권

완성되가는 '큰 그림' 

이마트의 실적 부진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오랫동안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할 요소들이 많은 반면 오프라인 매장들의 수익성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1분기 매출액 4조5854억원, 영업이익 743억원, 당기순이익 6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11.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1.6%, 순이익은 44% 감소했다. 

2018년 4분기의 영업이익 23.4%, 당기순이익 43.5% 감소에 이어 올해 1분기도 부진한 실적의 기조를 이어갔다. 이러한 기조는 2분기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이마트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7898억원(YoY, +20.1%), 영업이익 185억원(YoY, -65.3%)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마트의 실적 부진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이끄는 사업들과 비교됐고 업계 일각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실적 부진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최저가격과 이커머스 안정화를 향한 운영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출처= 신세계그룹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용진 부회장은 현재 이마트가 유지하고 있는 초가격 정책을 넘어서는 더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머지않은 기간 내에 공개돼 또 한 번 국내 유통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이마트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 궤적은 미국 월마트가 보여준 성장의 길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를 바라보고 그린 정용진 부회장의 큰 그림은 어떻게 완성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