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앞세워 세계 3대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정식 가입했다. 노선 다변화 등으로 운송 효율성을 대폭 높여 적자 늪에 빠진 실적 개선을 이뤄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비용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3일 현대상선은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네 번째 회원으로 정식 가입했다고 밝혔다. 협력기간은 오는 2030년까지 총 10년 간 지속된다.

글로벌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Alphaliner) 등에 따르면, 디 얼라이언스는 TEU 기준 시장점유율 7.3%로 세계 5위 기록하고 있는 독일 하파그-로이드(Hapag-Lloyd), 6.7% 점유율로 세계 6위에 있는 일본 원(ONE, Ocean Network Express), 2.8%로 8위 유지 중인 대만 양밍(Yang Ming) 등 3개 선사가 회원으로 있다. 현대상선 시장점유율은 1.8%로 세계 9위 수준이다.

▲ 지난달 19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현대상선과 디 얼라이언스' 주요 관계자들이 현대상선 회원사 신규가입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Rolf Habben Jansen 하파그 로이드 사장, Jeremy Nixon ONE 사장, Bronson Hsieh 양밍 회장 겸 사장. 사진=현대상선

해운동맹은 물동량 감소에 따른 운임 하락 등이 지속되는 현재 해운업 시황에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여겨진다.

본래 해운동맹은 중소형 선사가 대형선사에 맞서기 위해 꾀하던 전략적 제휴였다. 항로와 선복 공유 등을 통해 운송효율을 대폭 높이고, 노선 다변화로 세계 여러 화주와 접촉해 더 많은 물동량을 확보, 운임비 등 원가를 낮춰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시황 악화가 지속되다보니 대형선사도 수익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 됐고, 결국 ‘해운공룡’들은 끼리끼리 동맹을 체결하면서 세계 시장을 집어삼켜나가게 됐다.

실제로 3대 해운동맹인 ‘2M’, ‘오션얼라이언스’, ‘디 얼라이언스’는 세계 10위권 선사들이 회원으로 있으며, 이들 동맹은 세계 물동량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TEU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 18%를 차지하는 세계 1위 해운사 APM-머스크(Maersk)와 점유율 14.9%의 세계 2위 MSC가 체결한 해운동맹 ‘2M’은 세계 해운물동량의 40% 이상을 실어 나르고 있다.

▲ 세계 3대 얼라이언스 현황. 출처=한국기업평가

현대상선은 지난 2017년 ‘2M’과 3년 협력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식 회원으로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당시 재무적 상황이 좋지 않아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 등 제반 문제가 있었고, 운용규모 등도 2M 회원사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대상선은 2M 협력체계 하에서 선복매입과 선복교환만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동맹 효과는 제한됐다.

현재 현대상선은 미주 서안 항로 다수 노선 단독 운영과 2M 선복교환을 동시 진행하고 있으며, 구주(유럽) 항로에서는 1개 노선 단독 운영 및 선복매입 방식을, 미주 동안 항로에서는 2M선복매입만을 취하고 있다.

해운동맹은 통상적으로 ▲선복매입 ▲선복교환 ▲선복공유의 3단계로 분류된다. ‘선복공유’는 동맹사들과 항로를 공유해 선박을 같이 투입하며 노선 다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에 해운동맹의 정수로 일컬어진다.

반면,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유상으로 매입하는 ‘선복매입’과 해운사가 항로를 개별 운영하되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교환하는 방식인 ‘선복교환’은 원하는 기항지도 선택하기 어렵다. ‘불평등 협력’ 혹은 ‘셋방살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이유다.

▲ 세계 주요선사 아시아~미주 점유율(2017년 기준). 출처=한국기업평가

즉, 현대상선은 이번 해운동맹 정식가입을 통해 회원사와 선복공유를 하며 노선다변화 등을 꾀해 운송효율 극대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얼라이언스 정식멤버 가입을 위한 협상을 3대 얼라이언스 모두와 다각도로 진행해 왔고, 현대상선 입장에서 가장 조건이 좋은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노선 다변화가 이뤄지면 더 많은 화주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등 운송효율이 제고될 수 있고 이는 곧 실적개선과도 이어질 수 있다”라며 “노선 다변화에 따른 리스크 감소와 운임협상력 증가 등의 부수적 효과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초대형 컨선 발주, 해운동맹 가입의 ‘키 포인트’

업계는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이 지난해 한국 조선 3사에 고루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덕분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2만3000TEU급 컨테이너 12척을 내년 2분기에 인도할 예정이다. 또한 2021년 2분기에는 1만5000TEU급 8척도 인도할 예정이다.

▲ 현대상선이 운용 중인 컨테이너선 현대드림호. 사진=현대상선

초대형 선박 확보는 해운동맹 가입의 선결조건이나 마찬가지다. 선박운항에는 유류비 등 고정비가 항시 지출되므로, 일단 운항을 시작했으면 최대한 많은 짐을 실어 날라야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수익성이 높아지면 운임비 축소 등 원가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게 되며, 곧 시장경쟁력 확대를 도모할 수도 있게 된다. 이는 다시 운임비를 낮출 수 있는 동인이 된다. ‘선순환’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따라서 선박규모가 기존 동맹 회원사 보유 선박 보다 크게 작을 경우에는 동맹 가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더 큰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은 지난 2017년 연구결과 보고서를 통해 “선사들이 해운동맹을 결성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용 절감과 서비스 향상이라는 정량적 효과 때문”이라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선복량을 확보해야 얼라이언스에 참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내년 인도 예정인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아시아-북구주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현대상선이 가입한 ‘디 얼라이언스’의 해당 항로 점유율은 28%로 늘어날 방침이다.

하파그 로이드 사장 롤프 하벤 얀슨(Rolf Habben Jansen)은 “현대상선 신조 선박으로 인해 얼라이언스 서비스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레미 닉슨(Jeremy Nixon) ONE 사장은 “현대상선 참여로 서비스 확장, 기항 빈도 증대, 그리고 화물 운송 흐름 개선이 가능해져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동맹 앞세운 '흑자전환' 가능할까?

현대상선의 이번 해운동맹 가입은 그토록 바라마지않는 ‘실적개선’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해운동맹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송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에는 모두 스크러버가 선제 장착돼있어, 고유황유 사용에 따른 유류비 증가 및 스크러버 설치에 따른 영업공백 없이도 IMO 규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 지난 5월 20일 현대상선이 새로 발표한 CI가 적용된 현대상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셜 리더호. 사진=현대상선

현대상선은 16분기 연속 적자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마이너스(-) 1057억원이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디 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이 본격화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차질없이 투입되면 2020년 하반기부터는 현대상선의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이 오히려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해운산업 재건 성과와 미래발전방안 세미나’에서 장세호 산업은행 산업혁신금융단장은 현대상선 자본비로는 수익을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조선비즈 등은 보도했다.

장세호 단장은 “현대상선 2만3000TEU급 선박 12척과 1만5000TEU급 선박 8척 조달 금융비용 총합은 달러 기준 7.5%가 넘으며 자문수수료까지 포함해 최소 8.5% 이상 조달금리 부담이 발생한다”라며 “현대상선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고비용 선박까지 고려하면 영업이익률 15% 이상 기록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약 2조3500억원에 이르며, 이에 따른 금융비용은 17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