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한국 주요 LPG수입업체가 7월 LPG 공급가격을 대폭 낮췄다. 업계는 LPG차량 구매 제한 폐지를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과 아람코 계약가격(CP) 하락 등을 주요 인하 동인으로 보고 있다.

2일 LS그룹 계열 LPG 수입·공급업체 E1은 국내 LPG 7월 공급가격을 킬로(kg) 당 101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SK가스도 LPG 7월 공급가격을 킬로 당 101원 인하하겠다고 전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인하로 국내 가정∙상업용 프로판 7월 공급가격은 킬로 당 840원을, 산업용 프로판 가격은 킬로 당 847원을 기록하게 됐다.

차량용 부탄 7월 공급가는 킬로 당 1208원(리터 당 약 705원)이 됐다.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인하 폭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7월 LPG 공급가격이 동결되거나 혹은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대체로 전망했다.

이같은 이레적 하락은 LPG차량 구매 제한 폐지에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3월 ‘액화석유가스(LPG)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자들도 37년만에 LPG차량을 전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택시업자와 장애인·국가유공자 등만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었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LPG차량 비사업용 등록대수 감소량은 총 1317대로 규제 폐지 시행 이전인 지난 2월 감소량 5129대보다 약 74.3% 줄었다.

일반인 구매 불허 등의 영향으로 LPG차량은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보여왔다. 지난 2010년 LPG차량 등록대수는 올해 5월보다 약 43만대 많은 245만대를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LPG 수입사들이 원가 상승분을 공급가에 전부 반영하지 못해 손실을 입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하 폭은 시장 예측보다 많이 내려간 것”이라며 “LPG차량 구매 규제 폐지 영향으로 최근 자동차업계들이 LPG차량 출시에 힘쓰고 있어 LPG 수입업체들이 이에 맞춘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자동차 업계가 구매제한 관련 법 개정 이후 두 달 가량 지나서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LPG차량을 출시하다보니, LPG연료 판매량이 아직 유의미한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LPG차량 판매 증가에 따른 연료 판매 확대 기대감도 있으므로 이번 인하폭은 소비자 구매심리를 겨냥한 마케팅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1 관계자는 “현재 기존 미반영 인상분이 크게 누적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인하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 E1 LPG 연료 저장설비 풍경. 사진=E1 유튜브

LPG사업법 개정 외에 아람코의 LPG 계약가격 하락 영향도 받았다는 평가다.

한국 LPG 공급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아람코가 통보한 계약가격(CP)에 환율, 세금 등이 반영돼 결정된다. 가격 반영 시차는 운송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약 한 달 가량 차이난다.

아람코는 6월 프로판 CP를 전월 대비 톤 당 95달러 인하된 430달러로, 부탄 CP는 115달러 인하한 톤 당 415달러로 공지한 바 있다.

단순 계산했을 때, 프로판은 킬로 당 약 100원 내외, 부탄은 135원 내외 가량 인하될 수 있는 요인이 생긴 셈이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과 한국 성장률 마이너스 기록 등의 영향으로 4월 말 부터 급격히 오른 원·달러 환율이 CP 할인을 일부 상쇄한 모양새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50원 오를 경우 프로판 가격은 6월 CP 기준 킬로 당 5원 내외, 부탄 가격은 6원 내외 상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