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취업교과목을 한 학기 16주 과정으로 가르칠 때의 일이다. 보통 70여명이 수업을 들었다. 그것도 ‘매주 월요일 0교시’ 수업이다. 요즘 같으면 악랄한 수업이라고 지탄을 받을 만한데, 당시에는 매학기 10분정도만 지나면 수강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 과목이었다. 벌써 8년전의 일이다.

4학년 2학기의 4주쯤 지났을 때 한 학생이 찾아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교수님! 이번에 취업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부터 수업이 불가능합니다.”

순식간에 귀가 트였다. “그래? 합격했다고! 축하한다. 그런데, 4주밖에 지나지 않아 아쉽네. 좀더 배우고 가면 좋을 듯한데. 출근을 당장해야 한다니…”

나머지 학생들에게 참고가 되겠다는 생각에 몇 가지 추가 질문을 했다. “어느 회산데?”

“독일 주방기기 전문회사인 ‘휘슬러’입니다” 다른 학생들의 눈빛이 둥그레졌다. 예나 지금이나 선호도가 높은 외국계기업이었다.

“몇 명 면접보고, 몇 명 뽑았어?”, “10여명 면접 보았습니다. 저 한 명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줄래?”

“840여명이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필기시험으로 20명 정도 고르고, 면접에 10여명 참석하여 그 중 한 명 뽑힌 것이 접니다”

놀랄만하다. 서울의 왠만한 내로라하는 스펙의 취준생들이 도전한 것 같았다.

“필기시험은?” 라고 질문을 하니,

“’기업이란 무엇인가?’라는 서술식 한 문제였습니다”

“그래 뭐라고 썼는데?” 라고 물으니

“교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업은 역할분담이다’로 쓰고 그 전제로 써 나갔습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업 때 배운대로 ‘결론부터 답을 한다’는 원칙으로 면접에 답하니 저한테 눈길이 많이 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대개가 여학생이다보니 답변이 장황했습니다”

매강의 시간마다 강조한 두 가지의 원칙!

- ‘기업은 역할분담이다. 개인 전문성과 관계연결성이 핵심이다’

- ‘결론부터 답한다’

이 말은 취준생뿐 아니라 직장인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학교와 기업,사회와의 차별화 포인트의 핵심이자 모든 발상,답변을 하는 꼭지점이다.

그런데, 한국 대학교교육에서 통째로 빠져 있다. 덕분에 4주간 매주 3시간의 짧은 배움을 실천한 것만으로 이런 놀라운 성과가 있었던 것이다.

* * * * *

필자는 모든 강의의 출발점을 이 부분으로 삼는다. 경영, 취업, 리더십, 인문학강의 등등

‘분업과 결합, 태도.인성, 경쟁의 필연성’로 이어지는 구조화이다.

 

* 역할분담(분업)

350년전에 영국의 아담 스미스가 말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시작된 이론, 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나는 열명의 사람들이 일하는 이런 작은 공장을 본 적이 있다… 그 열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 하루에 약 48,000개 이상의 핀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므로 각 사람은… 하루에 4,800개의 핀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개별적, 독립적으로 일했다면… 그들은 각자 하루에 20개도, 어쩌면 1개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240배 증대)

이 분업의 효과는 ‘인간의 욕구와 교환 필요 시장의 존재,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수요와공급, 시장가격’으로 이어진다. 우선 기업의 존재를 그대로 설명해주며, 이 인간의 욕구는 다음 단계로 혁신과 기업가정신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그냥 ‘경제이론’이다.

 

* 분업과 조립 - 개인 전문성, 연결 관계성 그리고 K.S.A

그런데, 이 역할분담은 취준생이 가져야 할 기본 인식구조의 단초(端初)가 된다.

현대사회에서의 분업은 ‘조립,결합’을 전제로 한다. 조립이 되어야 온전한 제품이 되고 고객에게 팔리는 것이다. 조립의 상당부분 부품(자동차의 경우 부품만 약 3만개)은 다른 회사에서 만들어져 조립,완성업체에 납품이 되어 제 때 결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조립선상에 일하는 모든 사람은 제각기 다른 일을 한다. 우리가 ‘직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 조립,결합은 ‘순서’가 있다. 하나의 부품, 하나의 단계만 멈춰(혹은 지연, 과속) 있어도 전체가 멈춘다. 본인의 앞단계와 뒷단계의 연결은 회사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CRITICAL)인 변수가 되는 것이다.

각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스타일의 차이를 넘는 앞단계와 연결된 두 사람, 뒷단계와 연결된 두 사람의 관계는 기계적인 수준을 넘어 ‘보다 더 나은(more than, better than)’ 연결고리가 되어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의 기반이 된다. 작은 차이가 경쟁자와의 승패를 갈음한다.

그래서 남는 핵심은 ‘한 회사에서 모두가 다른 일을 한다는 것과 회사의 인원이 3명이든 천명이든 만명이든 개인의 전문성과 조직의 연결성이 핵심주제가 된다. ‘일과 사람’이다.

(1) 일 - 개인의 전문성이다. ‘직무역량’이고 ‘취업목표’이다. 전공과는 다르다.

(2) 사람 - 연결되는 관계성이다. 인간관계의 ‘태도, 인성’이다. ‘리더십’이라고도 한다.

둘 다 무조건 좋아야 한다. 그래서, 학교교육의 목표 뿐 아니라 기업의 인사고과에서도 K(knowledge), S(skill), A(attitude)의 3가지로구성이 된다. 개인전문성을 위한 K,S와 조직연결성을 위한 A로 구성되어지는 것이다.

 

* 태도 - ‘잔소리’ 그리고, 평생의 기본 자산

Attitude를 번역하면 ‘태도,인성’도 되겠지만 필자는 ‘잔소리’로 번역을 한다. 세상을 제법 산 사람들에게는 중요성이 더 구구절절해진다. 취업하고 성공하고 출세하려면 남다른 분야의 전문성과 ‘좋은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식들이 그렇게 싫어해도 진정한 어른들은 쉬지 않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원리를 강의시간에 알려주고 신념화를 위해 틈나는대로 목소리 높여 따라하게한다.

(박창욱)“왜 시간 지켜야 되나요?”? (학생) “같이 일하니까”

==> 혼자 늦으면 다른 사람 기다리고, 생산량 못 맞추고, 고객을 기다리게 하니까

(박창욱)”왜 인사 잘 해야지요?” ? (학생)”같이 일하니까”

(박창욱)”왜 웃어야 하지요?” ? (학생)”같이 일하니까”

(박창욱)”왜 깔끔하게 하고 다녀야 하지요?” ? (학생)”같이 일하니까”

(박창욱)”왜 씩씩한 목소리의 사람이 좋지요?” ? (학생)”같이 일하니까”

(박창욱)”왜 눈 마주쳐야 하지요?” ? (학생)”같이 일하니까”

(박창욱)”왜 경청해야지요?” ? (학생)”같이 일하니까”

“정확하게는 같이 일해서 좋은 성과내어 같이 나누어 행복하자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수업하듯이 묻고 답하는 것을 반복해 본다. 매수업시간마다. 그 원리를 게임으로도 하며 강하게 각인(刻印)시켜 주려고 노력해 본다. 그런데, 고쳐지지 않는다. 여전히 지각하고, 기어들어가는 소리하고, 스마트폰에 눈길이 먼저 간다.

학교 강의시간은 다른 사람과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없으니까. 가정에서도 매일반이다.

제조업의 메카격인 독일! 그 회사의 면접관들은 한국의 학생이 기업이란?이라는 질문에 대답을 ‘역할분담,분업’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이 신기했을 것이다.

입사한지 4개월만에 독일 본사에 업무차 출장도 갔다왔다고 한다. 인정을 받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