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 경제사업성이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 변경을 통해 반도체 및 TV 제조에 필수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등 3개의 수출 규제를 7월 4일부터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통해 사실상 규제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 경제는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전화위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현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제재는 국내 기업들에게 악재로 여겨진다. 반도체 및 가전 등 제조 중심의 국내 기업들이 일본의 소재 분야 제재와 직면한다면 당장의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의 생각만큼 제재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KB증권은 ‘일본 수출규제, 국산화 과속 계기’ 리포트를 통해 “(일본 제재에 따른 국내 기업의) 생산 차질은 향후 부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일본,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세트업체 (스마트폰, TV, PC 등)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에 돌입한 상태에서 일본이 재차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도 변수다. 일본의 경제제재가 정치적 논란에서 시작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 시절 징용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벌어진 두 나라의 충돌로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든 것은 WTO 협정 위반의 소지가 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일본의 사전협의가 없는 조치를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KB증권은 “한국은 WTO 제소를 통한 의견 수렴 과정도 전개할 것으로 보여 시장에서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제재가 IT소재 국산화 행보에 힘을 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KB증권은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지금까지 해외 의존도가 컸던 한국 IT 소재의 국산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와 전환점이 될 전망”이라면서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은 2020년부터 반도체, OLED 및 전기차 분야에서 적용되는 핵심 소재 일부를 2020년부터 국산화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SK머터리얼즈, 한솔케미칼 등 IT 핵심 소재 개발과 상업 생산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몇 개의 업체를 중심으로 호재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