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 스모그로 베이징 시민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중국정부는 대기오염 사실을 부정하기에 급급하다.


약 60여 년 전인 1952년 12월 영국 런던에서는 가정 난방연료에서 나온 매연과 겨울에 발생하는 안개가 복합된 스모그가 닷새동안 지속되면서 무려 9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서 12월말에는 4000여명에 달했고, 그 이듬해에는 8000여명이 사망해 총 1만2000여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집단살인극의 범인은 바로 스모그에 섞인 아황산가스로 드러났다. 아황산가스가 가득한 매연이 안개와 뒤섞여 빠져나가지 못한 채 거리를 뒤덮으면서 교통은 일대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이 일었다. 차량들은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야 했고, 교외에서는 열차가 충돌하는가 하면 템즈강의 선박 운항도 금지됐다.

공기 오염이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 이 사건은 이후 ‘런던형 스모그’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영국을 가보지 않은 사람도 런던이라고 하면 안개 자욱한 거리를 떠올리는 것도 이 사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모그 혹은 대기오염이라고 하면 중국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최근 중국에서 스모그로 인해 비행기가 대거 결항되고 호흡기 환자가 급증하면서 대기오염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이 일본, 한국 등에 이어 세계의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면서 대기오염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유럽과 미국이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불거졌던 문제가 중국에서는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 등 국제행사를 거치면서 공장지역을 도시외곽으로 이전하고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통해 대기 오염을 줄이고 공기 질을 높였다고 평가받았으나 행사 이후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생산이 중단됐던 공장들은 다시 가동을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자동차들은 매연을 내뿜으면서 중국 대도시의 공기 상태를 이전보다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 12월 5일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에서는 스모그로 인해 비행기들이 일제히 결항되거나 지연되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한 시간 이상 출발이 지연된 항공편이 80여대에 달했고 이착륙이 취소된 항공편이 총 236대에 달할 정도여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베이징의 난위엔 공항에서도 스모그로 인해 항공편 20대 정도가 운항이 취소됐고, 스모그가 걷히면서 착륙을 기다리던 항공기들이 일제히 몰려들어 한 시간 동안 100여대에 가까운 항공기가 일시에 착륙하는 대혼잡을 빚기도 했다.

베이징 지역에서만 스모그로 불편을 야기한 비행기가 500여 편에 달할 정도지만 중국 정부는 처음에는 안개로 인한 기상악화라고 강조하다가 나중에야 스모그로 인한 문제점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중국정부 측은 해외 선진국의 대기오염 기준과 중국의 기준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다.

그러나 미국 대사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대기 오염은 전체 6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에 속할 정도로 나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대기오염 사실을 부정하는 동안 시민들은 질 낮은 공기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아직도 석탄연료를 이용하는 곳이 많은 중국에서는 스모그에 황산염, 납, 망간 등의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어 폐렴, 기관지염, 심장병, 고혈압, 뇌일혈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린이와 노인들은 특히 겨울철에 자주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다. 중국 대기오염의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중국에 갓 정착한 외국인들이 대부분 코나 목에 이상이 생기는 경험을 한다는 점이다. 목이 쉽게 붓고 코 안이 허는 등 몸에 다른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나쁜 공기에 노출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천식이 있거나 하는 경우에는 공기청정기를 모든 집안에 끼고 살거나 최악의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는 상황도 비일비재할 정도라고 한다.

정부가 상황을 부인할수록 시민들의 대기관련 데이터에 대한 신뢰감도 더욱 낮아져만 가고 있다. 베이징이 대기오염 정도를 측정할 때 이용하는 기준은 국제 기준보다 낮은 PM10(직경이 10㎛이상의 먼지)을 미세먼지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해외에서 사용하는 국제기준은 PM2.5(직경 2.5㎛ 이상의 먼지) 기준이다.

특히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중국정부 관료들이 근무하는 빌딩 등은 모두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는 전언이다. 뒤늦게 환경부가 나서 대기오염 기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불만이 사그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대기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런던형 스모그에 이은 ‘베이징형 스모그’라는 신조어가 사전에 새겨질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중국공상은행 시총 ‘글로벌 톱’ 파워

중국이라고 하면 우선 어마어마한 크기의 국토와 많은 사람들을 떠올릴 만큼 약간 과장하자면 중국의 모든 것들은 그 사이즈가 크거나 숫자가 많다. 중국의 은행들도 예외가 아니라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0대 은행 중 4곳은 중국의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12월 첫 주 주가를 기준으로 분석한 것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中國工商銀行-ICBC)은 시가 총액 2250억 달러로 1위에 올랐고, 2위는 중국건설은행, 3위는 중국의 농업은행이 나란히 차지했다. 7위는 중국은행으로 4대 국영상업은행이 모두 세계 10대 은행에 포함돼 있다.

1984년 유한회사로 설립된 중국공상은행은 2010년 기준으로 직원 숫자가 39만 여명, 기업고객이 412만 곳, 개인고객이 2억59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전역에 1만6000곳이 넘는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지점도 203곳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총자산 규모가 13조4586억 위안에 달하고 전년도와 비교해 순이익이 28.4%나 증가한 1660억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금리 통제로 인해 높은 예대금리 차이로 수익을 남기고 대출은 안전한 기업에만 선택적으로 하는 등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경영으로 막대한 수익을 남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받지 못해 부도가 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이 은행원들은 일반 중국인들의 몇배에 달하는 봉급을 받는 상황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어 은행원의 호시절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