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분야를 넓히려 틈을 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일곱 과목의 기말 시험을 치루는 강행군이 있었습니다.

온 몸이 쑤시고 나중에는 펜을 쥔 손가락에 쥐가 나더군요. 눈은 한 단계 더 나빠진 듯하고.

이번 학기에 배운 과목에 ‘독성학’ ‘유해폐기물관리’같은 환경 분야도 있었지만,

‘공중보건학’ ‘보건교육’ ‘보건 영양학’ ‘보건 역학’ 등 보건 자(字)가 들어간 과목이

네 과목이나 되었는데, 내 머리의 보건이 많이 생각되었습니다.

분명 외웠는데 돌아서면 잊어 먹는, 깜빡 깜빡이 일상이 된 기억력의 보건 말이지요.

보건, 환경 분야에 대해 기초 지식들을 많이 익혔는데, 단편적인 지식의 홍수 속에

정말 급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잘 아시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율 입니다. OECD 국가 중 1위로, 자살자수가

10만명 당 24명을 넘는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1군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적으로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1군전염병 기준은 있고, 또 다릅니다. ‘전파속도가 빠르고,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해 정도가 너무 커서 발생이나 유행 즉시 방역 대책을 세워야하는 것’이더군요. 전염병 기준으로도 인구 10만명 당 질병 발생이 10명 정도 넘으면 공포스러울 것 같은데, 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자살율은

더 가슴 아프고, 공포스러운 것 아닌가요?

다른 하나는 화학물질에 무차별적인 노출 같아 보였습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아침에 집을 나와 회사를 가고, 일하고,

퇴근하기까지 하루 동안 CCTV에 몇 번이나 노출되는가를 보여주었는데 놀라웠습니다.

9초에 1회꼴로 무려 팔십 번이 넘더군요. 공익의 목적도 있다지만, 개인의 인권을 생각하면 섬찟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CCTV 실험처럼 우리가 하루 동안 알게 모르게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은 어떨까요? 아침에 치약을 이용하고, 샴푸를 하고, 세탁소에서 가져온 옷을 입고,

즉석 조리된 식품을 하나 정도는 먹고, 화장하고 출근. 캔이나 종이컵에 들은 커피를 마시고, 길거리에서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에 노출되고.. 사실 알고 보면 이런 노출이 카메라에 찍히는 것보다 우리 인체에는 휠씬 더 위험할 것 같습니다. 삼만 종에 이르는 국내 사용 화학물질은 인간이나 동물 대상으로 독성 실험 후, 이용해야 하는데 여의치가 못한 형편입니다. 식품과 약품 분야도 만족스럽지 못한데, 다른 분야는 더 열악하겠지요. 그럼에도 매년 신화학물질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가습기 살균제 같은 일의 재발을 계속 안고 사는 겁니다. 이름하여 ‘화학물질의 습격’ 정도가 되겠는데, 이것의 대책은 개인의 몫이라 하니 황당하기도 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안 쓰거나 최소 사용하는 것!

물론 한 학기를 마치며 알게 된 것 중 다행이고, 좋은 방향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보건 예방의 많은 관심을 미래 세대인 젊은 층, 학생에 두겠다는 것도 맞아 보입니다. 우리 인구 중 20프로 이상이 젊은 학생들인 점도 있지만, 그들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장래 실천 가능하니 그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매력이 있고, 효과가 있다는 거죠.

나 개인적으로 다행인 점도 있었습니다. 단답형의 지식을 외우는 건 어려웠지만,

맥락으로 전체를 이해하니 누구보다 제대로 써 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알고 익힌 것들이 개인에게는 힘이 되면 좋겠고,

우리가 사는 주변을 좀 더 밝은 빛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