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blue, Acrylic on canvas 162.1×130.3㎝

괴테는 세익스피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에 대해 하는 말은 불충분하다.”이 말은 서경자에게도 똑같이 해당한다고 본다. 그의 작품을 보는 것만이 모든 것이 아니며 보는 것은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보는 것만을 과시한다면 우리는 그 외의 것을 소홀히 여기거나 아예 잃어버릴 수도 있다. 현란한 이미지와 효과 등에 길들어진 현대인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작가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비가시적인 존재의 궁극을 바라보는 일이며 내밀한 본질에 다가서는 일이다. 그는 모든 예술의 시작인 원초적 경이를 직감하고 있으며 초자연적인 것을 향한 우리의 갈망을 촉진시킨다.

또한 작가는 간결한 조형을 통해 시적 감흥을 자아낸다. 물결 위에 초롱거리는 밝은 햇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무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 같기도 하다. 공짜로 얻어진 것 같은 여유가 놀랍다.

▲ 162.1×130.3㎝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나타내기보다 쥐고 있는 것을 놓아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까닭모를 여유와 유유자적에 사로잡히는 것으로도 충분한 것같은 도취감에 흠뻑 젖는다.

서경자(서양화가 서경자,SUH KYUNG JA,서경자 작가,여류중견작가 서경자, 서경자 화백,ARTIST SUH KYUNG JA,徐敬子 作家,画家 徐敬子)의 그림은 한적한 호수에 온 것처럼 심적 고요함, 평화스러움을 형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그러기에 못내 아쉬운 광경이지만 여간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개와 구름과 폭풍우가 걷힌 뒤의 맑고 청명한 세계!

지상의 소음을 떠나 달콤하게 하늘의 평화를 노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평화의 샘에서 퍼 올린 물은 아무리 마셔도 탈이 나는 법이 없거니와 사계절 무지개 빛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