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ditation, Acrylic on canvas 130.3×162.1㎝

서경자의 바람대로라면 바탕색을 아마도 별과 같이 찬란한 존재로 나타내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중심의 빛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빛은 점점 가장자리로 갈수록 어두워지는데 이는 초자연적인 영적 실재에 근접할수록 충만하고 그로부터 멀어질수록 빈곤해진다는 것을 표상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그 빛은 생명의 빛으로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경자(서양화가 서경자,SUH KYUNG JA,서경자 작가,여류중견작가 서경자, 서경자 화백,ARTIST SUH KYUNG JA,徐敬子 作家,画家 徐敬子)작가가“기의 흐름이 바깥으로 흘러나가 퍼지는 것”을 상징한다고 말한 것에서 인식할 수 있듯이 그가 말하는 ‘기의 흐름’이란 ‘생명의 기류’로 바꾸어 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 130.3×162.1㎝

동그라미를 감싸고 있는 듯 한 가지와 가지에 달린 잎사귀, 그리고 대나무나 강물 등을 배치함으로써 생명이 넘쳐나는 광경을 연상시킨다. 다시 말해 생명의 빛은 사물들의 ‘숨결’로 다른 존재에 생명을 불어넣거나 혹은 사물들의 ‘염료’로 다른 존재들을 싱싱하고 해맑게 물들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생명의 빛으로부터 숨결을 부여받은 존재들은 리드미컬한 운동감을 동반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인간 유기체는 개인적, 사회적, 역사적 성장을 통하여 영적 실체를 포함한 주위의 실체들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단순히 물질적 차원의 삶만 영위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궁극적 실체와 긴밀히 조응할 때 결핍은 충만으로, 단절은 연속으로, 무질서는 질서정연함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수법과 스타일만으로 작품을 다 해명하기는 어렵다. 또 열심히 그렸다는 것을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하기도 어렵다. 어떤 통상적인 기준을 가지고 적용한다는 것은 실증적일 수는 있어도 작품의 이면에 흐르는 심오한 의미의 물줄기를 헤아리는 데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