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방세동이 있는 노인은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심방세동이 있는 노인은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정보영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김동민 단국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양필성 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60세 이상 노인에서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 위험을 1.5배 높인다고 밝혔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이다. 이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럽고, 숨이 차는 증상을 보인다. 혈액의 흐름이 불규칙해 생긴 혈전(피떡)으로 뇌졸중의 위험요인이다. 실제 심방세동은 뇌졸증 발생 위험이 5배 높고, 전체 뇌졸중 20%가 심방세동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방세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 중 하나로 치매를 발생시킨다는 보고가 있지만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뇌경색 없는 상태에서 심방세동과 치매와의 연관성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자료를 통해 60세 이상의 노인환자 26만 2611명을 대상으로 심방세동이 발생한 환자(1만 435명)와 심방세동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2만 612명)로 분류해 치매 발생 위험도를 조사했다. 두 환자군에서 등록 당시 인지기능검사에서는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7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심방세동 환자 중 약 2536명(24.3%)에서 치매가 발생했다. 심방세동이 없는 환자에서는 약 3174명(15.4%)에서 치매가 발생했다. 치매 발병 위험도가 1.5배 이상 높았다. 이런 위험성은 추적기간 중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를 제외하고도 유의하게 나타났다. 뇌경색과는 별도로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의 형태별로는 혈관성 치매는 2배, 알츠하이머 치매는 약 1.3배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를 제외해도 큰 차이는 없었다.

▲ 심방세동과 치매발생 위험도. 출처=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항응고치료가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추가로 분석했다.

심방세동 환자 중 항응고치료를 시행한 환자 3092명(29.6%)과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비교한 결과 항응고제를 복용한 환자에서 모든 치매 발생 위험도가 약 40%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50%로 조사됐으며, 혈관성 치매는 약 20%로 낮아졌다.

정보영 심장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의 위험인자인 만큼 적절한 고혈압 관리 등 심방세동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뇌경색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해 항응고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정보영 교수는 또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큰 규모의 환자군에서 확인한 연구로 의미가 크다”면서 “노인환자에서 빈번한 심방세동 및 치매에 대한 예방 및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국제적 심장질환 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IF 23.425)’ 최신호에 게재됐다.

■ 서울대, 알츠하이머병 예방‧치료 가능성 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묵인희 서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대사 조절을 통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성 치매의 약 70%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이는 뇌 실질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의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만성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는 평상시 주변을 탐지·보수하는 신경교세포다. 이 세포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감지하면 활성화돼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포식·분해하고, 신경독성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아교세포의 이질적인 특성과 기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알츠하이머병에서의 미세아교세포의 정확한 역할과 기전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사시스템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알츠하이머병에서 미세아교세포의 보다 근원적인 생리적 역할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 미세아교세포에 급성으로 베타아밀로이드가 노출되었을 때 세포는 미토콘드리아를 통한 산화적 인산화로 에너지를 만드는 것 보다 에너지 효율이 빠른 해당작용을 선택하는 에너지 대사 재편성과정을 통해 빠르게 활성화가 일어난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험결과,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급성으로 노출된 미세아교세포는 에너지대사기전이 에너지생성 속도가 느린 미토콘드리아의 산화적 인산화(燐酸化)에서 에너지생성 속도가 빠른 해당(解糖)과정으로 이동하는 대사재편성(metabolic reprogramming)을 보였다. 이러한 대사재편성을 통해 단백질 포식작용과 같은 면역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만성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에 노출된 치매 뇌 조직에서 미세아교세포는 산화적 인산화와 해당과정이 모두 손상된 대사결손 상태에 이르고, 이에 따라 면역기능장애가 발생함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대사촉진기능이 알려진 감마인터페론을 유전자변형 치매 마우스에 처리해 대사결손 상태였던 미세아교세포의 해당과정을 회복시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켰다. 그 결과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줄어들고, 인지능력 또한 회복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알츠하이머병에서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역할과 베타 아밀로이드에 대한 대사학적 반응기전을 확인한 것이다. 미세아교세포의 대사촉진을 통해 신경퇴행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서곤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 타겟으로 하는 의약품을 개발하다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뇌 면역세포의 기능회복에 주목했다는 점에 혁신성이 있다”면서 “혁신적인 바이오 기술이 건강한 삶과 경제성장을 열어갈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담낭에 생기는 돌 ‘담석’ 녹이는 용해제 개발

김세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팀과 정관령 한국화학연구원 교수팀이 공동으로 새로운 담석용해제인 ‘메톡시메틸피리딘(MMP, 2-methoxy-6-methylpyridine)’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MMP를 기존의 용해제인 메틸삼차부틸에테르(MTBE, methyl-tertiary butyl ether)와 용해 효과를 비교 실험했다. 실험결과 MMP는 MTBE 대비 콜레스테롤 담석은 1.34배, 색소성 담석은 1.75배가 높은 담석 용해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담석용해력이 월등한 새로운 물질이 개발됨으로써 담석용해제만으로 수술 없이 담석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고 있다.

간에서는 담즙이라는 소화물질이 만들어진다. 담즙이 흘러내려가는 길을 담도계라고 한다. 이곳에 생긴 결석이 담석이다. 담도계는 담낭, 담관, 간내담관이 있다. 담석은 해당 부위에 생길 수 있다. 담낭에 생기는 담석이 가장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담석증 환자수는 2014년 12만 9226명에서 2018년 19만 2551명으로 4년새 49%가 늘었다.

대개 담석증은 증상이 없고 초음파 검사나 복부CT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 무증상 담석이라도 한 번 문제가 생기면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은 대개 담낭이 위치한 오른쪽 윗배 부분에 통증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다.

오른쪽 윗배가 쥐어짜듯이 아프다가 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가라앉곤 하는데 위경련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런 통증 외에도 소화불량이나 더부룩한 증상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담석증 치료는 증상이 없을 시 경과를 관찰하지만, 증상이 있는 담석증은 담낭절제술을 시행한다. MTBE라는 담석용해제가 개발돼 있지만 끓는점이 55도라 인체 내에서 기화돼 구역, 구토와 복통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담낭에 직접 도관을 삽입해 MTBE라는 약물을 주입하는데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환자가 콜레스테롤일 때에만 시행됐다.

연구팀은 담낭절제술 후 채취한 담석을 이용해 콜레스테롤 담석과 색소성 담석으로 분류하고, 두 가지 용해제의 효과를 측정했다. 시험관 실험에서는 MMP 용해도가 콜레스테롤 담석 88.2%, 색소성 담석 50.8%로 나타났으며, MTBE 용해도는 각각 65.7%, 29%로 나타났다.

생체 내 효과를 보기 위해 햄스터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는 MMP 용해도가 콜레스테롤 담석 59%, 색소성 담석 54.3%였으며, MTBE 용해도는 각각 50%, 32%로, MMP 용해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색소성 담석 용해 효과가 높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용해제 MMP는 끓는점이 156도이고 MTBE 보다 독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낮은 휘발성을 지니고 있어 기존 용해제에 비해 부작용을 크게 낮추고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담석증이 생기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질환이나 임신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 고령, 간질환, 비만, 당뇨, 약물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된다. 담석은 화학적 구성 성분에 따라 콜레스테롤 담석과 색소성 담석으로 나눈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담즙에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을 때 생기고, 색소성 담석은 만성 간질환이나 세균 감염 등이 원인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색소성 담석증이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데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증상이 있는 담석증은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표준 치료법이다.

김세준 간담췌외과 교수는 “작은 담석에 따른 통증에도 담낭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싶어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연구를 지속해 환자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담석용해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담석용해제는 향후 임상시험을 거친 뒤 처방이 가능하다. 연구결과는 ‘중개의학저널(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 6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