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항공업계 최초로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둔 신생 항공사 에어필립의 회생절차가 오리무중이다. 에어필립의 회생절차에 중대한 장애사유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에어필립의 회생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에어필립은 지난 4월 6일 광주지방법원에 회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무려 3개월 가까이 아무런 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회생을 신청하면 법원은 신속하게 보전처분과 포괄금지명령 조치를 내리고 법원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한다. 보전처분은 자산의 동결조치이고 포괄금지명령은 채권단이 자산을 법적 조치로 회수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해당 법원 결정은 일반적으로 2주 이내에 공개된다.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는 재판절차가 기업회생절차로는 이례적이라는 게 파산법조계의 평가다. 이 때문에 한 때 에어필립이 회생절차를 철회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광주지방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에어필립의 회생신청을 심리 중에 있다”며 “법원이 반드시 포괄금지명령이나 보전처분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전이 없는 회생절차로 소액주주와 채권자, 근로자들의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 소액주주 6100명이 에어필립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법원의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은 여전히 남는다. 에어필립은 회생신청 당시 M&A의향이 있는 투자자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액은 400억원. 컨소시엄 형태의 이들 투자자들은 회생신청을 투자조건으로 내세웠다. 회생절차에서 회사의 채무를 줄이고 주주의 지분을 주식병합 등의 방법으로 소각한 후 투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파산법조계에서는 광주지방법원 첫 자율구조조정 피플랜(P-Plan)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자율구조조정 피플랜(P-Plan,Pre-packaged Plan)은 채권자 또는 투자자와 본격적인 법정관리에 앞서 채무 상환계획서를 만드는 초단기 회생절차를 말한다.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상환계획서를 만드는 일반 회생절차와는 다르다. 이 때 법원은 포괄금지와 보전처분 등 채무자 기업에 보호막을 치고 법정관리 결정을 수차례 보류하는 등 자율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협상시간을 내어준다.
현재까지 회생절차 진행과정으로 볼 때 자율구조조정 피플랜 절차를 밟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파산법조계 한 관계자는 “에어필립의 경우 투자자가 M&A의향을 비치고 회생절차를 통해 부채감면을 원했던 만큼 피플랜 조건을 갖춘 상황”이라며 “회사가 투자자와 피플랜을 충분히 협의하려면 외부의 법적 공격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법원이 에어필립에 대해 보전조치를 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법원의 절차 운영 미숙 VS 에어필립 회생 부실 신청
에어필립의 회생절차가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광주법원이 회생절차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법원이 에어필립의 상황보다는 채권단의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회사가 다른 목적으로 가지고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재경지역 법원에서 회생업무를 수행하는 A판사는 “법원이 보전처분과 포괄금지명령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를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기업이 구조조정이 아니라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잠시 피할 목적으로 회생을 신청했거나 회생신청의 기각사유가 명백한 경우 재판부가 별도의 조치를 내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A판사는 “그와 같이 중대한 하자가 없다면 법원이 보전처분과 포괄금지명령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유치와 M&A 등 에어필립의 구조조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추론이 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에어필립의 투자자가 검찰과 마주 앉게 되는 불편한 상황이 절차진행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에어필립의 지분은 엄일석 회장 54%, 필립에셋 21%와 소액주주로 구성됐다. 회사는 필립에셋에 185억원의 차입금 채무가 있다. 최대 주주인 필립에셋㈜의 엄일석(50) 전 대표이사는 에어필립 자본금 166억원 중 55억원의 자본금을 가장 납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공판절차가 진행 중이다. 모기업의 지원은 이미 중단됐다.
검찰은 추징보전을 위해 엄회장이 에어필립에 가지고 있는 지분을 모두 가압류했다. 결국 에어필립의 투자자와 엄 회장의 지분을 가압류한 검찰이 회생절차 M&A 협상 테이블에 앉아 채무조정을 해야 하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어필립의 한 직원은 “여러 방안을 동시에 진행 중이나 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회생 이외에 기타 출구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도 있다”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 호남 거점 항공사 꿈꾼 에어필립은...
무안국제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둔 에어필립은 지난해 6월 취항했다. 항공사는 장외주식 영업 회사인 필립에셋의 자회사로, 필립에셋 엄일석 대표가 항공기사용사업자인 '블루에어라인'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본사는 서울이었으나 무안군과 협약을 맺고 무안으로 이전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에어필립의 저비용 노선인, LCC 신규면허 신청을 반려됐다. 최대 주주인 엄일석 회장의 가장 납입 혐의를 받고 있고 완전 자본잠식(-59억원) 상태의 재무구조가 신청 반려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회사가 면허 취득 조건으로 추진한 750억원 투자도 이 무렵 무산되면서 유동성이 악화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19년 항공수요 예측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LCC의 국제선 여객은 지난해보다 19.6% 늘어난 303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LCC의 최근 5년간 국제선 여객 증가율은 연평균 40%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