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최근 PC 온라인게임 결제한도가 폐지된 가운데 이에 대한 환영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해결된 업계는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온라인게임의 사행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업계 스스로의 자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PC 결제를 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7일 PC 온라인게임에 적용됐던 월 50만원 결제한도를 폐지했다. 지난 2005년 해당 정책을 시행한 이후 14년 만이다. 이제 성인은 자율적으로 온라인게임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청소년과 웹보드게임에 대한 결제한도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결제한도 폐지는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신임 장관의 앞선 약속에 따른 이행이다. 

해당 규제가 시작된 건 도입 당시 온라인게임의 과금 모델이 월정액 요금제에서 부분유료화로 대부분 바뀌면서다. 부분유료 게임 환경에서 과도한 결제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한을 두기 시작한 게 시초다. 

그러나 이는 성인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고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커진 모바일게임 시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며 반발이 꾸준히 나왔다. 온라인게임에 결제 한도를 두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점도 폐지 입장에 힘을 실었다. 게임 결제한도는 우리나라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오랜 기간의 지적 끝에 결국 이 제도는 폐지됐다. 

게임 업계는 곧장 이를 반겼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7일 성명서를 통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결정을 내려 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자가한도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결단에 대한 화답이라고 볼 수 있다. 자가한도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스스로 한달에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을 정하고 그에 맞게 합리적이고 건전한 결제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 시스템에는 ▲월 2회 조정 횟수 제한 ▲각 사별 최대 결제한도 설정 ▲개별 소비정보 페이지 운영 및 결제내역 알림 서비스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다. 결제시 즉시 이를 알려주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게임산업협회는 중소개발사의 부담 완화와 동반성장 환경을 위해 대형 포털에서 서비스 중인 채널링 게임에 협조를 요청하고 각 게임사들이 이용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와 자가한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업계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사행성이 더 조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결제한도가 폐지되면 헤비 과금 유저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돈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이럴 경우 업계에서 확률형 아이템 BM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는 결제 한도가 없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줄곧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선 게임사의 자체적인 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은 “과거부터 일관적으로 PC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는 옳다고 생각하고 있고 목소리도 내왔다”면서 “결제한도가 폐지되며 정상적인 정책으로 들어온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회장은 그러면서도 “이제는 게임사에게로 공이 넘어온 거 같다”면서 “게임사는 게이머들의 사행성 문제 지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잠재울 것인가를 고민하고 책임지고 답변할 때라고 본다”고 밝혔다. 

결제한도 외에도 게임 업계 규제는 차츰 완화되는 양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26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게임 셧다운제의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인터넷 게임을 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제도이며 2011년부터 시행됐다. 

이 또한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다. 한 청소년 프로게이머가 국제 이스포츠 대회에서 자정이 가까워 오자 강제로 게임이 종료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경기를 마무리하려다 게임에서 지고말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셧다운제는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방지는 국가 아닌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또한 부모의 계정을 활용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규제가 차츰 완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업계는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다. 가시적으로는 PC 온라인게임의 명맥을 잇고 있는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엠게임, 펄어비스, 크래프톤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작이 뜸해지며 활기를 잃은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활성화될 여지도 생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게임즈는 패스 오브 엑자일에 이어 에어를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고 넥슨은 커츠펠의 퍼블리싱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