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에서 28일부터 G20 정상회의가 열린 가운데 세계의 관심은 미중 무역전쟁의 주역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이 29일 세기의 담판을 통해 미중 무역협상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신경전과 유화적인 제스춰가 동시에 감지되는 등 '물밑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은 28일 일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앞두고 "매우 생산적인 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가 임박한 가운데 이를 유예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으나 시 주석과 필요이상의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평가다.

중국도 유화적인 제스춰다. 중국 신랑망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수입 확대 및 관세 인하를 골자로 하는 대외 개방 조치에 나서고 있다. 시장 추가 개방 및 자발적 수입 확대를 비롯해 기업 경영 환경개선과 전면적 평등 대우, 대대적인 경제 무역 협상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두 정상의 만남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전반적인 분위기도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며, 미국과 중국 모두 추가 관세부과와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추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라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 24일 전화통화를 통해 정상회담의 의제를 잡는 과정에서 이러한 합의안이 도출됐다는 설명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 5월 10일 두 나라의 협상이 결렬되며 확전 양상을 보였다. 미국은 즉각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섰고 중국의 기술굴기 선봉장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돌입했다. 이에 중국은 희토쥬 전략 무기화 카드를 꺼내는 한편 6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의지를 강조하는 등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두 수퍼파워의 전쟁은 휴전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SCMP의 보도가 나온 배경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두 나라가 무역전쟁의 휴전을 정상회담 전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후 합의문 서명 직전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북미 하노이 회담의 사례를 우려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중국 정부는 SCMP의 보도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담판을 통해 미중 무역협상의 불씨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쉬운 협상'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정상 모두 탑다운 방식의 담판으로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으나 만만치 않은 기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20 회의 첫 날 정상들의 기념사진 촬영 후 열린 토론 세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면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해 정보보호 및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디지털 경제의 성공 요인은 자유로움 및 자본, 혁신에 있다며 "미국은 디지털 거래에서 이런 접근법을 꼭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논란을 겨냥한 셈이다. 

시 주석도 반격했다. 시 주석은 "차별없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술과 인력의 교류를 늘려야 하며 시장이 폐쇄적으로 발전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으려는 미국의 로드맵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식재산권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아젠다였기 때문에, 두 나라 모두 각자의 입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근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나서는 한편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자, 중국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송 리우핑(Song Liuping) 화웨이 최고법률책임자는 최근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혁신의 기틀이 되는 지적재산권을 정치화하는 것은 세상의 진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지적재산권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특허 보호 시스템의 신뢰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일부 정부가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선별적으로 박탈한다면, 전 세계 혁신의 토대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송 리우핑(Song Liuping) 화웨이 최고법률책임자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담판을 앞두고 '냉온전략'이 정신없이 펼쳐지는 가운데, 두 정상이 29일 담판에서 합의를 끌어내도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두 수퍼파워의 이견이 너무 큰데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다양한 영역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를 통해 두 수퍼파워가 일단 휴전을 선언하며 글로벌 경제는 한 숨 돌릴 것으로 보이지만, 전쟁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도 미중 정상은 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전쟁의 휴전을 선언했으나, 미국은 직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해 강대강 대치가 시작된 전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