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패션업계의 장수 브랜드가 변화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만 잡아도 반은 성공적이라고 인식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의해 주요 유통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역사 있는 브랜드는 기존의 기성세대 고정 소비자층이 있긴 하지만 올드하다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패션업계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90년대 스트릿 패션을 휩쓴 후 사라졌던 ‘빅로고’를 부활시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로고를 앞세워 브랜드 가치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또한 기존의 남녀 기성복 위주의 제품군 위주였다면 신발과 캐주얼 의류, 잡화 등 범주를 넓히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되 신선한 변화를 더해서 콘텐츠를 다양화시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 타미힐피거 가로수길 직영점. 출처=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계열 종합패션기업 한섬은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제품군을 기존 고급 여성복, 남성복 브랜드 중심에서 신발과 캐주얼 의류, 잡화 등으로 넓혔다. 한섬은 지난해 매출 22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7년 브랜드 매출 1950억 원에서 11% 성장한 수치다.

한섬은 그동안 고급 남녀의류가 주력 브랜드여서 기존 소비자 연령이 높았는데, 캐주얼의류를 통해 잠재 소비자층을 확대하는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최초로 ‘타미힐피거 풋웨어(슈즈)’를 론칭하며 글로벌 단독 매장 1호점을 현대백화점에 열고, 올해 2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영캐주얼 브랜드 ‘타미진스’ 단독 매장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론칭했다.

디자인 면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뉴트로’를 적극 반영했다. 한섬은 타미힐피거의 로고를 키워 ‘빅로고’ 티셔츠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고 올해 4월에는 코카콜라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 다른 업종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파격적 디자인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에 올해 1~5월 타미힐피거 신규 구매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하고, 특히 전체 구매고객 중 20~30대 비중이 50%에 이르는 등 고객층이 전반적으로 젊어졌다.

한섬 관계자는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타미힐피거를 젊고 밝은 이미지의 브랜드로 탈바꿈하고 신규고객 증가로 이어졌다”면서 “이에 올해 기존보다 300억원 올린 매출목표 2500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빈폴스포츠가 키르시와 콜라보한 제품. 출처=삼성물산패션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도 올해 탄생 30주년을 맞아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는 콘텐츠 변화에 나섰다. 30년 역사 속 다소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밀레니얼 세대들과 의 소통하고 있다.

빈폴은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되 새로운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했다. 빈폴의 상징인 자전거를 분해하고 재조립해 ‘세상을 표현하는 두 바퀴’를 주제로 새로운 타이포그라피를 선보였다. 빈폴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색상인 초록색을 더해 생동감도 더했다. 브랜드의 일관된 콘셉트와 스토리텔링, 이미지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특히 ‘빈폴스포츠’는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 ‘키르시(KIRSH)’와 함께 1020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빈폴스포츠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키르시의 심볼과 컬러를 반영해 생기있고 스포티한 상품을 선보였다. 빨강, 초록, 남색 등 키르시를 대표하는 색상을 중심으로 반짝이는 문양과 무지개 색의 체리, 로고 등을 사용했다.

이용선 빈폴스포츠 팀장은 “여름에 어울리는 체리 그래픽을 활용한 협업 상품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1020세대 여성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스트리트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젊고 생동감 넘치는 상품을 선보일 것” 이라고 말했다.

▲ 빈폴레이디스의 라임 빈폴. 출처=삼성물산패션

‘빈폴레이디스’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캡슐 컬렉션인 ‘라임 빈폴’을 출시했다. 빈폴레이디는 라임에서 느껴지는 새콤달콤함과 빈폴만의 젊은 감성을 더해 유니크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접목했다. 특히 라임의 다양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한편 파인애플, 사과 등 과일의 이미지와 컬러를 자수와 프린트로 활용해 초현실주의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또한 톤온톤 트렌드에 맞춰 아웃포켓과 오버사이즈 실루엣으로 아우터처럼 연출할 수 있는 셔츠와 이너를 매치하고, 베이지 컬러의 하이웨스트 팬츠와의 조합으로 젊은 감성을 강조했다. '라임 빈폴'은 빈폴레이디스 메인 상품 가격의 60~70% 수준의 온라인 전용상품으로 가성비가 우수하다.

▲ LF의 헤지스 피즈 크루 라인. 출처=LF

빈폴레이디스 강보경 과장은 “빈폴레이디스는 매 시즌 젊은 감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컨셉의 온라인 전용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라임 빈폴은 필수 아이템들에 유니크하고 트렌디한 감성을 불어넣어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기존에 빈폴은 올드한 이미지가 껴있었지만, 새로운 프로모션과 디자인, 서비스 등 브랜드 재활성화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빈폴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온라인 전용 상품을 출시도 젊은 고객층에 기존에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의 제품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 4월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반려견 전용 의류 라인인 ‘피즈 크루’를 론칭했다. 피즈 크루는 헤지스 브랜드 대표 라인인 ‘피즈’의 반려견 의류 컬렉션으로, 한 팀을 뜻하는 ‘크루’의 의미처럼 반려동물과 커플룩을 연출할 수 있게 기획됐다. 헤지스를 상징하는 사냥개 ‘잉글리지 포인터’를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 피즈 크루의 강아지 전용 의류제품. 출처=LF

피즈 라인은 원래 온라인 전용 상품이었으나 소비자의 인기를 얻자 지난해 피즈 라인의 유통망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했다. 이어 올해는 반려견과 함께 입는 컬렉션 ‘피즈 크루’까지 출시했다. 최근에는 피즈 크루 라인 출시를 기념해 헤지스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 H에서 피즈 스튜디오를 오픈해 반려견과 동반 출입을 가능하게 했다.

LF 관계자는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자 반응을 반영해 이전에 출시하지 않던 맨투맨, 프린팅 활용한 티셔츠 등을 활용해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요즘 세대들은 본인들의 새로운 감성을 분출 할 수 있는 신생 브랜드에 자연스레 눈이 가기 마련이다”면서 “이에 전통 있는 브랜드들은 젊은 층을 유입하기 위해 기존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콜라보나 가격을 낮춘 온라인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