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통신3사가 또 으르렁거리고 있다. 5G 품질에 대한 이견이 갈리며 서로 “내가 최고”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5G 통신망 전체를 두고 가입자의 불만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도토리 키재기’라는 비야냥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통신3사의 소모적 출혈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통신3사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출처=각 사

또 싸운다

두르가 말라디(Durga Malladi) 퀄컴 5G 담당 수석 부사장은 지난 5월 한국을 찾아 밀리미터파를 아우르는 5G 전략을 소개하는 한편 “10년 전 처음 4G가 상용화 될 때 4개의 사업자만 존재했으나 5G 상용화 첫 해에는 20개가 넘는 사업자가 활동하고 있다”면서 “5G의 기술 속도는 4G를 압도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현재 5G는 4G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기술적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5G 정국에서 빠른 기술 진화와 비례해 상대의 품질을 문제삼고 헐뜯는 행태도 4G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점이다. 실제로 통신3사는 4G 시절 전국 커버리지 광고 등의 문제로 날을 세웠으며 법정 소송까지 벌였으나 당시는 4G가 시작되고 몇 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논란은 5G 상용화 후 불과 두 달만의 일이다. 5G의 빠른 속도만큼 다툼의 속도도 빠르다.

분쟁의 시작은 LG유플러스다. 지난 24일 일부 일간지에 애드버토리얼 기사를 게재하며 서울 주요지역의 5G 속도 측정 결과 186곳 중 181곳에서 LG유플러스의 5G망이 가장 빨랐다고 강조했다. 단말기는 LG V50 씽큐, 측정 소프트웨어는 벤치비다.

SK텔레콤과 KT는 즉각 반격했다. 두 회사는 26일 연이어 간담회를 열어 LG유플러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Infra그룹장은 “장소의 개념으로 쓰이는 것이 무선국의 숫자이고 장비는 하드웨어의 수”라면서 “장치의 경우는 8T장비냐 24T장비냐에 따라 포트의 숫자가 달라 장비 수와 장치 수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때문에 8T 장비는 장치 수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어느 회사나 유명한 장소, 주요 포인트에서는 각 사들이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을 찾을 수 있다”면서 “벤치비 측정은 고정 측정에 유리해 이동통신의 핵심인 ‘이동성(핸드오버)’에 대한 부분은 제대로 나타내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치졸한 처사”와 “수긍할 수 없다”는 날 선 반응도 나왔다. LG V50 씽큐로 5G 속도를 측정한 것도 문제삼았으며, 벤치비의 허술함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초반 5G 무제한 요금제 카드를 던지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KT는 아예 서울 강남 지역에서 드라이빙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7일 입장자료를 통해 5G 속도품질 공개검증에 나서자는 역제안을 던졌다. 벤치비는 모바일 인터넷의 다운로드 및 업로드 속도, 지연시간, 손실률에 대한 속도측정과 이력 관리 기능 및 측정통계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앱이라며 신뢰성을 강조했으며 그 외 SK텔레콤과 KT의 문제제기를 강하게 부인했다. 5G 네트워크 구축 계획에 대해 이미 충분히 밝힌 바 있으며, 현재는 3사가 유사한 커버리지를 확보한 상태라며 맞불을 놨다. 화웨이 통신 장비 도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금의 5G 통신망을 구축했는데, 그 결과를 SK텔레콤과 KT가 폄하하고 있다는 불만이 감지된다.

▲ KT가 벤치비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정다희 기자

전쟁의 연속

통신3사는 지금까지 필요하다면 합종연횡을 통해 공동전선을 구축했으며, 상황에 따라 대립과 반목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2016년 11월 KT와 LG유플러스가 협대역 사물인터넷 표준기술 NB-IoT(NarrowBand-Internet of Things) 상용화를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하며 SK텔레콤의 로라(LoRa)를 폄하하자 SK텔레콤이 발끈한 일도 있었다. 조창길 LG유플러스 전략담당은 "NB-IoT와 로라를 2014년부터 검토한 결과 NB-IoT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출력과 속도, 셀당 수용능력 등 모든 것을 봐도 NB-IoT가 로라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자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의 기자회견 직후 입장자료를 통해 "후발주자의 초조함이 엿보인다"며 "상대의 기술을 폄훼한 것에 유감이다"고 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8배터리 지속 논란을 두고 벌어진 충돌도 회자되고 있다. 2017년 4월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이 등장한 가운데, 자사 망의 강점을 돋보이게 만드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KT가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는 ‘C-DRX’ 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히자 SK텔레콤이 지난 2016년부터 해당 기술을 적용해 왔다고 말하며 KT의 기술 발표를 무색하게 만드는 전략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도 '이미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는 시행만 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KT는 기다렸다는 듯 SK텔레콤의 주장이 나온 직후 "SK텔레콤의 경우 C-DRX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로그 기록을 공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5밴드CA 기술을 통한 대립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SK텔레콤이 5밴드CA 기술을 갤럭시S8에 적용해 4.5G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자 KT는 4개의 주파수가 아니어도, 4개 대역에 1개 광대역 4X4 다중 안테나를 적용하면 5밴드CA의 700Mbps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이 5개 대역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KT도 충분히 비슷한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반박이다. LG유플러스는 "전국에 해당 속도를 구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2017년 12월에는 SK텔레콤이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현지에 방송통신설비를 설치하던 KT의 장비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위 관로 훼손 사건이다. SK텔레콤이 평창 동계 올림픽 국제방송센터의 통신설비를 무단으로 훼손했고, 이에 KT는 강하게 항의했다. SK텔레콤이 실수였다는 점을 밝히며 사과하며 문제는 일단락됐으나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는 SK텔레콤의 편법 마케팅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피겨퀸 김연아 선수와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선수를 모델로 내세운 평창 동계 올림픽 응원 광고를 KBS와 SBS에 방영하자 앰부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평창 동계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광고를 통해 사실상 자사 브랜드를 소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평창 올림픽 공식 후원사던 KT는 SK텔레콤의 편법 마케팅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10기가 인터넷을 두고도 충돌이 벌어졌다. KT가 지난해 10월 유선인터넷 분야에서 10기가 인터넷 시대를 선포하자 당일 SK브로드밴드도 비슷한 선언으로 맞불을 놨다. 두 기업은 서로 시장의 기선을 잡으려 빔포밍 기술의 특성까지 거론하며 충돌했다.

IPTV 등 미디어 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발표하자 SK텔레콤 및 KT는 즉각 ‘글로벌 업체의 국내 미디어 시장 공략’을 문제삼았다. SK텔레콤이 지상파 OTT 플랫폼 폭과 협력한 후 지상파와 함께 LG유플러스를 압박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5G 가입자 유치전도 점입가경이다. 최초 무제한 요금제 카드가 쏟아진 가운데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이른바 단통법 위반도 불사한 각 통신사들의 불법 마케팅은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 SKT 관로 훼손 현장으로 추정되는 사진. 출처=KT

5G 기대치 미달...“싸울때가 아닌데”

통신3사가 상황에 따라 갈등과 반목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지나친 출혈경쟁보다 건전한 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5G 통신망 논란도 통신3사가 각자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쏠린다. 5G의 성능에 대해 통신3사가 갖은 미사어구로 ‘확인되지 않는 사실’만 남발하지 말고, 충실한 커버리지 확충과 함께 전반적인 인프라 확립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5G에 가입했으나 여전히 4G 속도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4G 체감속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가입자들의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확실하고 투명한 가입자 중심 5G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