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가 27일 클레이튼의 메인넷을 정식 런칭했다. 몇 차례 메인넷 런칭이 늦어지며 일각의 우려를 샀으나 기술적인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최선의 방안을 찾았다는 평가다. 대기업부터 강소기업을 아우르는 거버넌스 카운슬도 눈길을 끈다. 이들의 몸 값을 모두 더하면 75조원에 달할 정도로 존재감이 강하다.

카카오가 최근 톡비즈 등 매출 포인트 확보를 통한 방안으로 커머스 인프라에 집중하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클레이튼에 합류한 카카오 공동체에서 토큰 이코노미를 가동할 가능성도 열렸다. 다만 그라운드X 관계자는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당장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비앱 파트너가 보인다. 출처=카카오

플랫폼? 생태계
그라운드X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클레이튼 메인넷을 오픈했다. 클레이튼은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와 유용성을 증명해 대중화(Mass Adoption)를 이끄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플랫폼으로 실질적인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3개월 동안 테스트넷을 운영했으며 1초의 블록 생성 및 확정 시간을 통해 빠른 응답성을 확보했다. 보안업체 4개사와 함께 안전성을 확보했고 개발자, 이용자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 사용성을 개선했다.

클레이튼 메인넷은 단순 플랫폼이 아닌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바탕으로 음식 리뷰를 쓰면 토큰을 받고, 토큰으로 레스토랑 결제가 가능한 힌트체인을 비롯해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미션을 수행하면 토큰으로 보상받는 앙튜브(Antube.TV), 이미지 콘텐츠를 공유하는 이미지 중심 SNS 피블 등 9개의 서비스가 7월초까지 1차로 공개된다.

동기부여 시스템인 PoC(Proof of Contribution)와 KIR(Klaytn Improvement Reserve)를 추가했다. 토큰 이코노미 가동에 따른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야망이다. PoC는 클레이튼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경우 클레이(KLAY) 토큰을 지원하고, KIR은 클레이튼이 기술 및 사업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할 때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클레이 비앱(BApp, Blockchain App) 파트너의 존재도 눈길을 끈다. 자체 토큰이 아닌 클레이를 보상 및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파트너들로 이용자들은 다양한 비앱에서 클레이를 획득하고, 자유롭게 교차 사용할 수 있게 된다.

PoC와 KIR로 토큰 이코노미에 집중한 생태계 활성화를 노린다면, 클레이 비앱으로 생태계를 넘나드는 역동성을 담보한다는 전략이다. 클레이 비앱 파트너로는 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게임을 선보여 흥행성을 입증한 개발사가 다수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비스킷이 블록체인 게임 부문 1위를 차지한 이오스 나이츠(EOS Knights)를 진화시킨 클레이튼 나이츠(Klaytn Knights), 하이퍼 스네이크(Hyper Snake)’의 개발사 믹스마블의 신작 마블 클랜스(Marvel Clans), 베트남 게임 개발사 스카이마비스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반 반려 동물 육성 게임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출시가 예고되고 있다. 노드게임즈의 크립토 소드&매직(Crypto Sword & Magic)과 노드브릭의 파밍형 RPG 인피니티 스타(Infinity Star)를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

막강한 친구들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20여개의 '막강한 친구들'로 꾸려졌다. LG전자와 LG상사 등 LG그룹의 계열사가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을 통해 암호화폐 지갑을 구축하는 등 관련 행보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LG는 카카오의 손을 잡고 승부수를 던지는 분위기다.

최근 엔터 등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가는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과 넥슨 인수전에서 카카오와 격돌했던 게임 기업 넷마블, 누적 가입자수 5억명 이상인 미르의 전설 IP를 보유하고 있는 위메이드도 참여한다.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 펍지와 인기 MMORPG 검은사막의 개발사인 펄어비스를 비롯해 네오위즈의 투자 계열사 네오플라이, 식스코인을 보유한 옐로모바일 종합 디지털 광고 그룹 퓨쳐스트림네트웍스(FSN)가 포함됐다.

카카오는 물론이고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IX 등 카카오 공동체도 참여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톡비즈 등 매출 증진을 위한 변형된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정식 커머스 시장도 노리는 상황에서 해당 분야의 토큰 이코노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에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력이 적용되거나, 카카오페이지를 통한 콘텐츠 구매에 토큰 이코노미 등이 가동될 수 있다. 클레이튼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아시아 시장에서 움직이는 해외 '친구'들도 있다.  필리핀을 대표하는 은행인 필리핀 유니온뱅크와 동남아시아 최대 통신기업인 악시아타 그룹의 디지털 서비스 계열사 악시아타 디지털이 합류했다. 여기에 중국 '완샹 블록체인랩스'의 전략적 파트너인 홍콩의 핀테크 기업 해쉬키, 한국, 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부동산 및 투자 사업을 진행하는 에버리치, 홍콩의 대표적인 여행 및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유니콘 기업 하이(hi), 일본을 대표하는 소셜 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 기업 코코네와 일본 유수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구미가 거버넌스 카운슬에 이름을 올렸다.

메인넷을 런칭하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외연을 확장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단순 플랫폼이 아닌 실제 서비스가 가능한 생태계의 활성화에 집중하면서 토큰 이코노미 등 다양한 전략을 가동한다는 의지다.

중앙 집중형의 플랫폼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탈 중앙화 블록체인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그라운드X는 탈 중앙화는 물론 마이크로 레코드 기능에 집중한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는 “이번 메인넷 공개를 통해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클레이튼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서비스 파트너, 클레이 비앱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 참여한 업체들의 시가 총액을 모두 합치면 약 75조원에 달하는데 이렇게 가치가 높고, 책임감 있는 기업들과 클레이튼을 함께 운영하게 되어 플랫폼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