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영플라자 건담베이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전 세계적 트렌드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부진한 실적에는 온라인의 성장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과 가장 차별된 ‘공간’이라는 요소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집중시키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 공간들은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여러 ‘콘텐츠’들로 채워지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콘텐츠 적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는 롯데다. 오프라인 유통의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인 ‘모객’을 위해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콘텐츠를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들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소공동 영플라자 본점 지하 1층에 314㎡ 규모의 키덜트 샵 건담베이스를 열었다. 이곳은 2017년 9월 부산본점 그리고 2018년 9월 노원점에 이은 롯데백화점의 세 번째 건담베이스 매장이다. 전국 롯데백화점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본점의 매장 개점은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키덜트 콘텐츠와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5년 발표한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국내 키덜트 시장의 연간 경제 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최근의 관심도의 증가를 고려해 업계는 이미 관련 시장의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백화점의 키덜트 상품군 매출 실적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18년 롯데백화점의 키덜트 상품군 매출은 2017년 대비 94% 늘었다. 올해 2월까지 파악된 연 매출은 2018년 대비 1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롯데백화점은 최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 다시 불고 있는 K-POP 한류열풍을 반영해 콘텐츠 기업 CJ ENM과 협업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롯데백화점은 국내 대표 관광지인 명동에 인접한 영플라자 본점에 K-POP 문화공간 ‘팔레트’를 열어 많은 K-POP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롯데백화점은 테마파크의 체험형 콘텐츠 공간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8월 10일 롯데백화점은 건대 스타시티점에 가상현실(VR) 테마파크 롯데 몬스터 VR을 연 데 이어 지난 6월 19일에는 평촌점 식품관에 VR 테마 팝업 아케이드 체험관 ‘V 리얼 파크’의 운영을 시작했다. 이 팝업스토어는 올해 11월 10일까지 운영된다. 

▲ 롯데몰 김포공항점의 쥬라기월드 특별전 전시. 출처= 롯데쇼핑

그런가하면 롯데백화점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 함께 할 정도로 큰 규모의 체험 공간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롯데몰 김포공항점에 미국, 호주, 프랑스, 스페인에 이은 세계 5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쥬라기 월드 특별전(JURASSIC WORLD THE EXHIBITION)’을 유치했다. 이 전시는 영화 ‘쥬라기 공원’, ‘쥬라기 월드’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전시로 우리나라보다 앞서 전시를 연 호주와 프랑스에서는 월 평균 방문객 1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본 전시 유치를 위해 롯데백화점은 비밀리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가 제안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인기 애니메이션 ‘코코몽’ 콘셉트 키즈카페 조성으로 전년 대비 30%의 신규고객 유입 증가 효과와 아동, 유아부문 상품의 매출이 직전 연도보다 두자릿수 이상 매출이 늘어난 성과가 반영돼있다.  

롯데몰 김포공항점 김영희 점장은 “이번 쥬라기 월드 특별전 전시는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 등을 포함해 연간 3000만명 고객을 응대하는 상권에 있는 롯데몰 김포공항점의 입지 그리고 30대, 40대 부모와 어린 자녀가 동반하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는 속성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전시 공간 유치를 위해 점내의 우수 매출 매장인 선글라스 매장의 운영을 포기할 정도로 이번 전시로 인한 많은 신규고객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콘텐츠를 테마로 한 공간 조성과 이를 활용한 모객 전략은 최근 국내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에게 꽤 각광받고 있다. 신세계의 테마파크형 쇼핑몰 스타필드는 지난 4월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개봉 시기와 맞춰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와 협업해 조성한 테마 공간 '2019 마블매니아 인 스타필드'를 지난 4월 13일부터 5월 2일까지 하남·코엑스몰·고양점에서 동시에 열었다.

▲ 출처= 신세계 프라퍼티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월 천호점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키즈(유아동) 전용관을 마련했다. 이곳은 유아동 의류, 생활용품 등 80개 브랜드들이 입점된 ‘키즈&패밀리관’ 그리고 ‘패밀리 가든’ 야외정원으로 구성해 가족 단위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련의 변화들의 이유는 명확하다. 온라인 유통채널의 성장에 대한 오프라인의 대응 전략이다. ‘쇼핑’을 여가로 즐길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없다는 온라인 유통의 가장 큰 한계를 오프라인이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콘텐츠 부문을 담당하는 테넌트 MD 이주현 팀장은 “온라인 유통의 가파른 성장에 대해 물리적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채널만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롯데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법론은 오프라인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으나, 명백한 한계가 있다. 바로 많은 비용의 투입에 대비한 수익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물리적 공간과 콘텐츠를 활용한 오프라인 채널의 전략은 수익의 근원인 모객을 의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나 가뜩이나 본업으로 점점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오프라인 채널의 재정이 악화될 수도 있는 단점도 있다”면서 “어떤 콘텐츠로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모으고 그를 매출로 연결시킬 수 있는 고민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