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이스라엘의 아다 요나스 박사가 25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10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이스라엘의 아다 요나스 박사가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해 경고했다.

요나스 박사는 25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10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오늘날 의학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라면서 "의사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도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생제는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물질로 감염질환의 주요 치료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때 '기적의 약'이라 불리며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던 페니실린이 바로 최초의 항생제다.

하지만 기적의 약도 완벽하진 못했다.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내성을 가진 균들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거론되고 있다. 이전까지 잘 치료됐던 세균들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면서 더욱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자연 분해되는 항생제 만들어야

'리보솜 연구의 선구자' 불리는 요나스 박사는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항생제 개발을 적극 강조했다. 그는 2009년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에 서로 다른 항생제들이 어떻게 달라붙는지를 3차원 모델로 제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연구 결과는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내성 박테리아의 출현을 해결할 실마리로 주목을 받았다.

요나스 박사는 "미생물부터 인간까지 모든 종류의 세포에서 리보솜은 동일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항생제는 박테리아가 다른 박테리아와 싸우게 만드는 것으로 항생제의 절반 정도가 리보솜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생제는 세균의 특정 부위나 특정 효소를 표적 삼아 작용한다. 특히 박테리아 세포 내에서 항생제가 작용하는 주요 표적 중 하나가 리보솜이다. 리보솜은 리보 핵산(RNA)과 단백질로 이뤄진 복합체로, 세포질 속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한다.

항생제 내성은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항생제가 더는 박테리아에 효과가 없을 때 생겨난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이 아니라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다는 의미다. 박테리아에 내성이 생기면 기존 항생제로는 효능을 기대할 수 없어 더 강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요나스 박사는 "오늘날 항생제는 생분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체내에 계속 축적된다"면서 "특정 감염균을 대상으로 부작용과 독성이 없고, 생분해성을 가진 항생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부분의 제약회사가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항생제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돈벌이에 급급한 항생제 시장 변해야

현재 요나스 박사는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에서 특정 감염균을 대상으로 독성이 없고 자연 분해되는 항생제를 연구하고 있다.

요나스 박사는 "전체적인 증상에 대한 항생제가 아니라 특정 감염균에 작용하는 항생제가 있다면 내성이 적어질 것"이라면서 "작은 감염에 걸린 사람이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복용하면 유익한 박테리아도 함께 죽지만 특정 감염균에 작용하는 항생제를 개발하면 미생물과 유전체를 모두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나스 박사의 기대와 달리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은 내성 박테리아의 출현 속도를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약회사가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항생제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대비 항생제의 수명이 짧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제약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항생제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평균 5년 이상의 기간과 4억 달러가 넘는 연구 개발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성 박테리아의 등장과 동시에 항생제의 수명이 끝나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항생제 개발보다 만성질환 환자가 많은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요나스 박사는 이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어떤 제약회사도 상업적 활용을 위해 리보솜 응용 연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기존 항생제로 충분히 이윤 창출이 가능해 제약회사들이 반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응용과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을 만들고, 기업들과 혁신적인 성과를 찾기보다는 생명에서 중요한 리보솜을 연구하고 싶었다"며 "의약품 개발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지금 진행하는 연구가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