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 때아닌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들의 구애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방안은 빠져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글로벌 금리인하 분위기 속에서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하는 퇴직연금 유치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들이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꺼내들은 카드는 수수료 인하, 수수료를 인하하고 신규 가입자와 기존 가입자의 이동을 끌어내 전체 수탁고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퇴직연금 특성상 한번 가입하면 장기적으로 가입이 유지되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로 얻는 효과가 훨씬 크다게 이점이다. 특히 한번 영업으로 지속적인 이익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은행들의 유치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퇴직연금의 근본적 문제인 수익률 1%미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안보인다는 지적이다. 수수료를 인하해서 신규가입자나 기존 가입자를 끌어들이려고는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점인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방안을 발표하는 은행은 지금까지 한 곳도 없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퇴직연금 규모가 커져 전체 수익은 커져서 은행들은 좋겠지만 퇴직연금 가입자는 수수료 인하로 실질수익률이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방안을 이번기회에 제대로 내놓는게 순서 아니냐"는 반응이다.

가입자들의 유일하고도 간절한 요구사항은 수익률을 최대한 높여 최소 은행 정기예금 이자 수준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은 한 마디도 없고 일방적인 운용사 입장에서 작성한 자기관리용 대안을 내놓고 있어 시장에서 먹히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5월말 신한금융 지주회장이 제일 먼저 물꼬를 텄다. 퇴직연금 적립금 증대를 위해 그룹 전사적으로 3대 퇴직연금 전략과제로 운영체제 개편, 상품 경쟁력 업그레이드와 수수료 합리화. 고객관리 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퇴직연금 가입고객에게 최대 70%의 수수료를 감면하고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경우에는 수수료를 전면 받지않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어 하나은행이 퇴직연금 고객 확대 정책으로 만 19세~34세 해당 고객이 IRP(개인형 퇴직연금)을 가입할 경우 수수료율을 70% 할인, 55세 이후에 연금 수령 고객은 수수료를 80% 인하,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수수료 전액을 면제, 연금관리 기구를 격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NH농협은행은 어린이집, 아이돌봄서비스, 사회복지법인, 사회적기업 등 법인 가입자의 수수료율을 50% 인하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은 지주 산하에 연금본부, 연금기획부를 격상 신설하고, 퇴직연금 시스템을 개편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수익률 높일 대안 없고, 적립금과 수수료 더 높인 계획만

금융기관들이 퇴직연금 시장에 주목하고 기구를 확대하고 나름 서비스를 개선하고자 하는 뜻을 미래 계획에 담았지만, 가입자(투자자)들의 바람과 방향성이 다른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가입자(투자자)들의 유일한 바람은 연 1%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은행들은 듣기 좋은 여러 가지 조건을 개선책에 담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자산 운용 능력 부족에 대한 개선 대책은 한 마디도 없다.

자산 운용 전문가를 영입하든지, 양성하든지 어떤 장기적이거나 단기적인 계획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은행 예금 등 안전빵인 상품에 묻어두는 운용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자산운용사들의 계획은 심플하다. 고객을 많이 유치해서 적립금만 늘리면 비원가성 자금이 조달되고, 자동적으로 매년 수 십-수 백억 원의 운용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더해 매년 늘어나는 적립금으로 타 금융기관이나 대출로 운용할 경우 추가적인 수익(이 수익이 수수료 수익보다 큰 비중 차지)을 계속적으로 확대해 간다는 심오한 계획이다.

퇴직연금 고객 유치로 얻는 자산운용사의 이익은 다양하다. 고객 관리면에서 신규 고객 유치 때나 기존 고객 관리 때나 별 비용이 들지 않는 점이다. 한번 퇴직연금을 가입하면 가입자(투자자)가 퇴직할 때까지 20~30년간 인출하지 않는 초장기 적립식 상품이기 때문이다. 중간에 고객에게 운용보고서나 교육을 위해 자료에 드는 비용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고객은 고객 관리에 별 비용이 들지 않고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민원이 없는 점 또한 자산운용사에게는 매우 큰 매력이다.

자산운용사에게는 이처럼 수혜상품인데도 가입자(투자자)의 유일한 니즈를 어떻게 확보할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더 많은 파이(적립금+수수료)를 차지하기 위해서 자기관리에 치중한 개선 대책을 마련한 모습이다.

가입자의 인식 변화, DB형에서 DC형으로 흐름 전환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대비 2019년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총잔액을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 19.2조원, 국민은행 17.4조원, 기업은행 14.0조원, 하나은행 12.8조원, 우리은행 12.6조원, 농협은행 10.7조원 순으로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중 DB형의 규모는 신한은행 9.4조원, 하나은행 7.2조원, 기업은행 7.1조원 순으로 규모가 크다. 반면 투자자들이 직접 관리 운용하는 DC형과 IRP(개인형)의 규모는 국민은행 11.0조원, 신한은행 9.7조원, 기업은행 6.7조원 등 순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퇴직연금 신규 가입자는 원리금을 보장하는 DB형이 70% 이상이고, 원리금 비보장형으로 가입자가 직접 관리하며 운용하는 DC형과 IRP는 30% 수준의 적은 비중이었다.

2019년 1분기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의 신규 증가액을 보면 DB형은 –7828억원을 기록하며 감소했고, DC형은 1조 5834억원이 증가하여 DB형의 3배가 증가했다. 또한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IRP의 적립금도 전년 대비 6545억원이 증가했다.

과거 2016년과 2017년에 유형별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 추세를 보면 2016년에는 DB형이 11.3조원, DC형이 7.3조원 증가했다. 2017년에는 DB형이 10.3조원, DB형이 7.5조원 증가했다. 매년 약 6 대 4의 비율로 증가한 셈이다.

이런 투자 유형에 변화가 생긴 것은 가입자(투자자)들이 퇴직연금이 유일한 노후보장 수단이고, 퇴직연금을 은퇴자산으로 계속 관리해서 키워야 할 자산이다는 자산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가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