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大阪)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세계는 지금 일본을 주목한다. 2019년 6월 28일 금요일과 29일 토요일,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는 G20 제14차 정상회의이다.

아베 총리는 2019년 상반기 내내 G20 정상 회의에 공을 들여왔다. 일본 내부의 주요 정치적 이슈 때문이었다.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도 있고, 행사가 잘 치러지면 7월 4일 참의원 선거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본으로 모여들 G20 정상들의 속내는 일본의 주요 이슈에 관심을 가질 만큼 여유가 없다. 자국이 맞이한 상황 때문이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은 두말할 것도 없고, 미북 갈등의 중재자를 자임한 한국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게다가 브렉시트 위기를 맞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어쨌거나 G20 정상회의는 곧 개최된다. 회의가 임박한 현재, 세계의 관심은 이번 회의의 의제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물론 이 회의는 유엔 안보리 결의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하는 이유는 의제에 대한 G20 정상들의 심중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이틀간 남미 아르헨티나의 부레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G20 제13차 회의. 당시 G20 정상회의에서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의 한계에 대한 논의가 의제로 취급되었다. G20 국가가 취하는 보호주의 행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미국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의 방향타 G20 정상회의. 이번 회의 핵심 의제는 무엇이 될까?

 

G20 정상회의의 본질

G20 정상회의는 경제적인 목적에서 출발했다. 1997년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 이후, 신흥경제 20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제금융현안 및 특정지역의 경제위기 재발방지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다.

1999년 9월 IMF(국제통화기금) 총회의가 개최됐는데, 그때 G7 재무장관회의가 따로 열렸다. 그 자리에서 G-7 재무장관들은 주요 신흥시장국가들이 참여하는 G20 회의를 정례화하자고 결의했다. 그리고 행동에 옮겨, 1999년 12월 첫 회의를 개최했다.

그런데 10년이 채 안 되어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고, 이로 인한 세계 경제 여파 역시 짐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G20 재무장관회의 참가국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청, 국제 금융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이것이 바로 제1차 G20 정상회의이다. 이후 제2차 G20 정상회의가 200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제3차 회의가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렸다. 그리고 이때 G20 정상회의 정례화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2010년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다. 제4차 회의부터 각국을 순회하며 정기적으로 열린다.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서 기억할 일이 하나 있다. G20은 서방선진 20개국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유럽연합(EU) 28개국도 단일 국가 형태로 참가하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G20의 실제 회원 국가는 정확히 44개국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에 간 까닭은?

6월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시련의 달이었다. 한 달 내내 내우외환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끝난 것은 아니다. 피날레 G20 정상회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6일 목요일,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M1A2 에이브럼스 탱크 108대와 대전차 군수품을 타이완에 수출한다고 전했다. 수출 규모는 20억 달러(2조3,560억 원). 미국은 타이완의 유일한 무기 수출 국가이다. 미국의 타이완 무기 수출은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대 타이완 정책을 무시하는 태도였다.

이어서 지난 6월 9일 일요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호칭하며, 미중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우호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이튿날 6월 10일 월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참여할 것으로 아는데, 참석하지 않으면 6,000억 달러(711조 원) 제품에 관세 25%를 매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공개적으로 묵살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홍콩에서 중요 범죄 피의자를 중국 본토로 이송하는 범죄인 인도 협약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1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전체 인구의 7분의 1이었다. 결국 지난 6월 15일 토요일, 행정수반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법안 처리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중국 정부는 홍콩의 시위가 중국 본토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갈등을 벌이면서, 중국의 입장이 곤란해진 것이다. 이란은 중국의 중요 원유 공급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중국에 대한 간접 견제로 작용했다. 복잡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난감한 와중에, 결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6월 21일 목요일과 북한 방문을 선택했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암묵적 합의안 북핵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6월 한 달 시진핑 주석을 힘들게 했던 뉴스들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미국의 타이완 무기 수출, 미중 무역 갈등, 홍콩 시위, 미국의 대 이란 경제 제재 관련 보도보다, 북핵 관련 기사들이 주로 소개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상황이다.

북한으로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았다면, 이번 제14차 오사카 G20 정상회의의 의제는 미중 무역 갈등이나, 홍콩 민주화 시위, 혹은 타이완 문제, 미국의 대 이란 경제 제재 등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관련된 사안이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북핵을 꺼내들었다.

중국과 관련된 거대 담론을 G20 정상회의로 끌어들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미중 무역 분쟁이나, 미중 패권전쟁에 대한 논의는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되기보다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처리되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는 꽤 심도 깊게 다뤄질 수 있다.

2019년 6월 28일 금요일,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북핵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암묵적으로 타협한 미중 무역 분쟁이나, 미중 패권전쟁의 대안으로 부상될 수 있다. 만약 북핵 문제가 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로 제기된다면, 한반도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미국은 원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중국은 세계의 이목을 북한으로 집중시키며 자국에서 벌어지는 사태들을 처리할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