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앨러간을 인수한다.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제품 모습. 출처=한국애브비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애브비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톡스’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사 앨러간을 약 630억달러(약 73조원)에 인수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 등 경쟁 의약품 4종 이상이 출시되면서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의 입지가 흔들리자 제품과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애브비는 앨러간 주식을 주당 188.24달러로 사들이는 방식의 인수 계약을 앨러간과 체결했다. 이는 전 거래일 앨러간 주식 종가보다 약 45% 높은 가격이다.

브렌트 손더스 최고경영자(CEO) 등 앨러간 이사 2명은 거래가 완료된 후 애브비 이사진에 합류할 예정이다. 애브비는 리처드 곤잘레스 애브비 의장 겸 CEO가 지속해서 경영한다.

앨러간은 보톡스로 미용성형과 안과 치료 사업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애브비는 앨러간 인수를 통해 80억달러(약 9조 3000억원)가 넘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과 미용 의약품 시장 부문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앨러간의 연 매출은 160억(약 18조 5000억원)달러다.

애브비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10% 이상 하락했고, 앨러간 주가는 30% 폭등했다.

애브비, ‘휴미라’ 매출 급락에 사업 다각화 시도?

애브비가 판매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휴미라’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매출 199억달러(약 23조)를 기록한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이다. 휴미라는 지난해 4분기부터 유럽에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휴미라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

▲ 애브비 '휴미라' 매출(단위 억달러). 출처=애브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지난해 10월 유럽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임랄디’, 암젠 ‘암제비타’, 산도즈 ‘하이리모즈’, 마일란 ‘훌리오’ 등 4종이 출시됐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외 지역 휴미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줄어든 13억 300만달러(약 1조 4607억원)를 나타냈다. 휴미라 특허가 방어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전년 동기에 비해 9.1% 증가한 36억 1500만달러(약 4조원)을 기록했다.

휴미라의 유럽 지역 매출은 지속해서 급감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휴미라 미국 외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27.8% 감소한 12억 3100만달러(약 1조 4300억원)다.

▲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임랄디 오토인젝터 제품 모습.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 삼성바이오에피스 '임랄디' 매출 추이(단위 만달러). 출처=바이오젠

휴미라 주성분인 아달리무맙 시장에 효과적으로 침투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임랄디다. 유럽에서 임랄디 판매를 맡고 있는 바이오젠은 올해 1분기 임랄디 유럽 매출이 지난해 4분기 1670만달러(약 193억원)에서 114% 증가한 3570만달러(약 413억원)라고 밝혔다.

임랄디는 최근 유럽 식품의약청(EMA)으로부터 상온 보존가능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28일까지 확대하는 제품 라벨 변경 건을 승인 받는 등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단백질 등 생물학적 원료가 주성분이므로 보관 절차가 까다롭다. 한번 상온에 노출된 제품은 다시 냉장 보관할 수 없으므로 임랄디의 보존가능 기간이 연장된 것은 아달리무맙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다. 임랄디를 제외한 아달리무맙 의약품의 허가기준 상온 보존가능 기간은 휴미라를 포함해 모두 14일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임랄디 상온 보존기간 연장은 환자 편의성과 유연성 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휴미라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애브비가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뒀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따른 휴미라 매출 감소는 이미 예상됐었다”면서 “애브비는 자궁내막증 신약 ‘오릴리사’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로부터 승인 받았고, ‘벤클렉스타’로 병용요법 통한 급성골수성백혈병 적응증 확대를 신청했다. 앨러간 인수로 보툴리눔 톡신 시장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브비 품에 들어간 앨러간…메디톡스 호재?

의약품 시장조사 기업 UBS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2016년을 기준으로 35억 6000만달러(약 4조 1153억원)에서 2020년 50억 6000만달러(약 5조 8500억원)로 연평균 9.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성장 전망(단위 억달러). 출처=UBS

보툴리눔 톡신은 대개 보톡스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용성형을 위한 의약품으로 알려졌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용보다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다. 보톡스는 사시 치료를 위해 사용된 이래로 눈꺼풀 경련과 안면신경장애, 국소경련 등 적응증을 늘려 약 30개 질환에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으로 유명한 한국 제약바이오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이노톡스(성분명 니보보툴리눔 톡신A)’를 앨러간에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했다. 이는 메디톡스가 동물성 성분을 배제한 제조공정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 보툴리눔 톡신이다.

▲ 이노톡스 제품 모습. 출처=메디톡스

앨러간은 라이선스 인(기술도입) 이후 5년 동안 이노톡스 개발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9월 이노톡스 임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판 허가 시기는 2022년으로 전망된다. 앨러간이 이노톡스 임상 3상을 성공하면 메디톡스는 마일스톤 약 3898억원을 수령할 것으로 분석된다. 로열티는 따로 받는다.

앨러간은 이노톡스와 관련해 4번째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참여자 수만 약 1200명이다. 앨러간은 앞서 ‘미간주름만 있거나 눈가주름도 있는 사람’ 375명, ‘눈가주름만 있거나 미간주름도 있는 사람’ 375명, ‘눈가주름만 있는 사람’ 225명 등을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했다. 4번째 임상은 ‘미간주름’과 관련해 225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앨러간이 진행 중이었던 임상은 대개 미용 목적의 임상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앨러간이 이미 보톡스 적응증을 치료용으로 확대한 경험이 있어 애브비에 인수되는 것과 보툴리눔 톡신 개발과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유통망과 대규모 자본력 등은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는 “이노톡스 임상 3상은 대개 2021년 1월에 끝날 것으로 예정됐다”면서 “애브비 유통망과 앨러간 유통망이 원활하게 활용된다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