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어 올해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외형 확장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는 최근 몇년간 공격적으로 외형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 비율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외형확장 투자금 마련과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성격을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은 배당(이자비용)이 다소 높지만 부채로 인정되지 않고 자본으로 인정 받아 자본건전성 향상에 큰 역할을 해왔다.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이 하이브리드 채권인 신종자본증권을 꾸준히 발행하는데도 자본건전성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지난 몇년간 인수합병 등 외형확장 등으로 투자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본건전성인 총자본비율은 4대금융지주 모두 금융당국의 규정범위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어 향후 신규 자금 지출에 따른 대비 차원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계속해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까지 4대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규모는 총 1조1165억원에 달한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달 총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3.2%금리로 발행을 확정했고, 우리금융그룹도 이달 3000억원 신종자본증권을 지주사 전환이후 최초 발행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신종자본증권 발행확정일 기준으로 작성

KB금융그룹의 경우 KB국민은행 등 계열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적은 있지만 지주사가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그룹은지난 4월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2회에 걸쳐 발행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그룹도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을 3.27%의 금리로 발행했다.

4대 금융지주는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자본확충을 진행중이다. 금융그룹들은 M&A와 계열사 증자 등으로 향후 지출될 비용을 감안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으며 일부 금융지주는 당장 지출계획은 없지만 미래 자금계획에 따라 선제적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항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향후 부채로 상각되는 후순위채보다 건전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지만 이자비용이 배당형식으로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돼 자본삭감 효과가 발생한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러한 자본삭감 효과에도 금융당국의 자본건전성 기준인 BIS총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후순위채의 경우 만기가 5년 미만으로 낮아지면 매년 20%씩 자본인정 규모가 축소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자본항목으로 온전히 인정되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해 금리상황이 좋거나 유리한 환경일 경우 미리 자본확충을 진행하는 추세다.

◇ 우리금융-KB금융지주, ‘지출 자금산적’ 올해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규모를 확대했다. 

올 초 지주사로 출범한 우리금융그룹은 상반기에 우리은행 산하에 있는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고 부동산 신탁사인 국제자산신탁 인수도 결의했다. 

우리금융은 우선 우리카드 지분을 주식교환(우리금융 신주)과 현금매입 방법으로 취득하고 우리은행이 보유했던 종금지분 59.83%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신주발행을 제외하고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에 지급해야하는 주식 취득 금액은 총 9911억8000만원으로 신주발행비까지 합하면 1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달 자본확충을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측은 "자회사 편입을 위한 비용을 충당 등에 중간배당을 포함해 현금이 지출될 예정이며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더라고 BIS비율 관리를 위해 자기자본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3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이달 우리은행으로부터 6760억원의 중간배당이 들어오면서 총 979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있다.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편입에 앞서 앞서 우리금융은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까지 인수해 10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상황이다.

KB금융그룹도 지난 4월 4000억원에 달하는 신종자본증권을 첫 발행했다. KB금융그룹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규모는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큰 금액이다.  KB금융그룹 측은 "안정적인 자기자본 관리를 위해 올 상반기 조건부자본증권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KB금융그룹은 2017년말까지 BIS 총자본비율이 15.23%로 금융지주사 중 압도적으로 높은 건전성을 보였지만 매 분기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 상반기에는 14.83%까지 하락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대규모 M&A와 투자를 위한 지출을 하지 않았지만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지출로 올해 1분기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총자본비율이 하락했다. 1분기 KB금융은 희망퇴직 비용으로 480억원을 지출했다.

◇ 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 ‘BIS비율 하락방어+지출재원’ 확보차원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BIS총자본비율이 금융당국 권고기준을 크게 웃돈 상황이지만 향후 발생할 대규모의 자금지출을 감안해 자본항목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을 확보하는 중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특히 신한금융은 이달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조건부자본증권의 의존도는 금융지주 중에 가장 높다. 이달까지 신한금융은 총 7차례에 걸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규모는 총 2조306억원에 달한다.

이달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현재 시장환경을 고려해 자본확충했다는게 신한금융 측의 입장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이 굵직한 M&A를 2차례 진행한 만큼 선제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인수해 비은행 계열사를 확장했다.

단기간 인수합병을 할 경우 자본건전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한금융은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금융지주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M&A를 통해 자회사를 인수할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 BIS비율이 하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시기는 올해 안으로 오렌지라이프의 완전자회사편입을 위해 잔여지분(40.85%)를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은 지분 매입을 주식교환을 할것인지 공모가 기준으로 주식시장에서 매입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신한금융 측의 입장이다. 

신한금융은 올 하반기까지 오렌지라이프 지분 40.85%를 매입하기 위해 최소한 1조2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신한금융 측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언급한 것처럼 잔여지분매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매입방법은 정하진 않았지만 해당시점에 유리한 방향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하나금융그룹도 올 상반기 26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3월에 이어 자본확충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5차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한금융에 이어 조건부자본증권의 의존도가 높은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영구채 발행은 자기자본관리와 투자여력 확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하나금융의 BIS 총자본비율은 1.79%로 지난해 말 14.94% 대비 0.18%포인트 하락했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수익성 다각화를 위해 계열사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하나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 개선을 위해 총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나금융의 증자로 하나생명의 RBC비율은 2017년 178.32%의 RBC비율에서 지난해 말 197.31%까지 상승해 자본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국내 4대 금융그룹의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향후 투자 여력을 제고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