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니예트 고드하이벨은 자신의 새 직장을 끝까지 지키며 자신의 트럭을 갖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에서 트럭 운전사, 전기 기사, 배관공, 정비사 등의 직업군에서 여성의 비율이 적어도 25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케니예트 고드하이벨은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이 트럭 운전사가 될 것이란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90% 이상이 남성인 직업에 여성이 끼어들기엔 너무 벅차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 때만 해도 트럭 운전수란,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담배를 피우고, 팔뚝엔 문신이 있는 백인 남성의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이제 날렵한 굽 높은 부츠를 신은 46세의 흑인 여성 고드하이벨은 18륜 트럭을 몰고 네브라스카 도살장에 가서 소고기와 닭을 싣고 식품 창고로 운반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오늘날, 오랜 기간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경찰관, 건설 노동자, 전기 기술자 등 블루칼라 일에 여성들의 참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고드하이벨도 그런 여성 중 하나다. 여성들의 이런 일자리 진출이 늘어나는 것은, 일손이 모자라는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이 보다 보수가 좋은 일자리에 ‘결코 외로운 일자리가 아니라며’ 여성들에게 채용 기회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트럭 운전사, 배달원, 창고 노동자 등, 운송과 자재 운반 같은 직종에서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들어 이 분야의 여성 노동자들이 2000년보다 43% 더 늘어났는데, 특히 지난 5년 간 노동시장에서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증가세가 빨라지면서 이 분야의 여성 노동자의 수는 15%나 증가했다.

경비원, 경찰관, 기타 보호 서비스 직원으로 일하는 여성의 수도 2000년 이후 40% 이상 증가했다. 건설업에서 여성 노동자의 수는 23% 증가했다.

뉴욕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에 따르면, 현재 트럭 운전자의 여성비율은 거의 9%에 달해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배달 운전자, 전기 기사, 배관공, 기계공 등의 여성 비율도 최근 25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평생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면서 수 없이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마침내 트럭 운전수로 직업을 바꾼 고드하이벨은 자신의 새 직장을 끝까지 지키며 언젠가는 자신의 트럭을 갖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녀는 3년 전 가족 모임에서 여성 트럭 운전수가 많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트럭 운전에 뛰어 들었다.

"나는 오토바이부터 픽업 트럭 운전까지, 여성들이 보통 하지 않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요.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꿈도 없었을 것입니다."

컨퍼런스 보드의 개드 레바논 이코노미스트는 "블루칼라 직업에서 남성 노동력 풀(pool)이 줄어들면서 여성들이 이 분야에 더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했다. 남성들이 대학을 진학하는 성향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블루칼라 직업을 택하는 노동력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때문에 채용 시장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블루칼라 업종의 기업들은 이제 전통적인 노동력 풀을 넘어서야 합니다. 많은 경우에 여성들이 그런 대안 집단 중 하나로 드러나고 있지요."

남성이 지배하던 직업에서 여성이 증가한 것은 최근의 노동력 추세를 반영한다. 노동 가능 연령의 여성들은 노동력 참여에 돌아오려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블루칼러 직군을 떠받쳐왔던 25세에서 54세 사이의 남성들의 참여는 크게 부진하다.

운송회사 스코틀린 트랜스포트(Scotlynn Transport LLC)의 라이언 D. 카터 부사장은 회사에서 트럭을 운전하는 여성의 비율이 5년 전보다 거의 두 배 증가하며 전체 운전자의 약 16%에 달한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 여성들은 정말 훌륭한 운전사들입니다. 근속 기간도 남성보다 더 깁니다. 이직율이 높은 트럭 운송 산업에서 이것은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는 운송 업계에서 운전자의 근무 시간이 전자적으로 모두 기록되도록 의무화된 것도 여성이 이 업계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운전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상황까지 있었지만, 전자 모니터링이 도입되면서 이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정 블루칼라 분야에서 여성이 증가한 또 다른 이유는 여성을 이러한 직업에 준비시켜주는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미시간주 빌록시(Biloxi)에서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기관인 ‘건설 여성’ (Woman in  Construction)의 줄리 쿠클린스키 대표는 예전에는 주로 여성들에게 간호조무사, 미용사, 청소부 같은 직업을 안내해 왔다고 말했다.

"물론 그런 직업들도 모두 존경할 만한 직업이지만, 생활비를 보장하지 못했지요.”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노동 시장에 제조업 일자리가 47만 7000개였던 반면, 건설업과 운송업 분야에서는 약 25만 개의 일자리가 나왔다. 건설 노동자들의 지난해 평균 시간당 중간 임금은 22.12 달러였고, 트럭 운전사들은 시간당 18.66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개인간호조무사들은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물론 학위는 아니다) 시간당 수입은 11.55달러에 불과했고 그 중 80% 이상이 여성이었다.

인디애나주 해몬드(Hammond)에 사는 카미에 마시아스도 최근, 그동안 여성들이 접근하지 않았던 블루칼라 분야에 진출했다.

3명의 자녀를 둔 28세의 마시아스는 던킨 도너츠 가게에서 7년 동안 케익과 커피를 서빙하는 일을 했으나 그런 일로는 생활비를 벌 수 없었다. 그녀가 직업훈련원 굿윌 인더스트리스(Goodwill Industries)에서 직업 훈련을 신청했을 때 직업 코치들은 그녀에게 간호조무사 훈련과 용접 훈련 두 가지를 제시했다.

“노인들의 엉덩이를 닦아주며 평생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마시아스는 용접 교육을 받았고, 최근 시카고 외곽 인디애나주 북서부에 있는 호이스트 머티어리얼 핸들링(Hoist Material Handling)이라는 회사의 공장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녀의 임금은 던킨에서보다 시간당 8달러 더 많고, 정육점에서 일하는 남편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남편은 내가 자가보다 많이 번다는 것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는 청구서를 갚기 위해 모진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 카미에 마시아스는 던킨도넛에서 홀서빙으로 7년간 일한 후 인디아나주의 호이스트 공장에 새 일을 찾았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물론 보다 임금이 높은 분야로 옮겨가는 것은 위험이 수반된다. 또 건설, 운송, 제조업의 일자리는 경기 침체에 더 민감하다.

여성정책연구원(Institute for Women’s Policy Research, IWPR)에 따르면, 2007-09년 침체기에 여성 건설업 근로자들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많이 일자리를 잃었다. IWPR 프로그램의 아리안 헤게위시 고용담당소장은 이러한 현상이 차별 때문이라고 말했다.

헤게위시 소장은 수의사 같은 전문 직업은 1980년대 이후 크게 사정이 변해서 현재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아졌지만, 블루칼라 직업군에서는 진입 장벽 때문에 그런 변화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루칼라 직업에서는 기술을 습득하는데 동료들에게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기술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으니까요. 그것도 여성들에게는 불리한 요인이지요."

블루칼라 분야에 진출하는 여성들에게는 이 외에도 협박, 노골적인 괴롭힘, 성차별 같은 장애물들이 많이 존재한다. 37세의 루디 멀리건도 뉴욕에서 목수로 일하면서 숱한 좌절에 직면했다.

"작업반장은 항상 ‘여자와 어떻게 같이 일하라는 거야’라는 식이었지요.”

자기보다 경험이 적은 남자 작업자들이 팀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장은 매일 아침 그녀에게 전체 팀원들을 위한 커피를 준비하도록 시켰다.

멀리건은 "이것은 여성들 사이에서 매우 전형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옮겼지만, 여전히 다른 여자 직원이 그 일(커피 타는 일)을 계속 했다.

테네시주 내슈빌(Nashville)에 사는 31세 여성 라타샤 데이비스도 10년 동안 청소 작업만 하다가 건설 전문지식을 쌓으면서 임금이 크게 올랐다. 그녀는 올 봄에 6주간의 건설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병원의 수술실 철거 현장에서 통로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을 맡았다. 그 일을 하면서 그녀의 임금은 시간당 2달러나 높아져 15달러를 받게 되었다. 이후 그녀는 남자 근로자들과 함께 공구 작업을 하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갔다. 그녀는 4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을 위한 역할 모델이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도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또 아이들이 엄마가 알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신나는 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