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한 고령 소비자들은 도시의 밀레니얼과 더불어 1인 가구의 두 축 이다.     출처= Phys.org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화장지를 뭐하러 보관해

프록터앤갬블(P&G)의 연구원들은 1인 가구의 증가를 지켜보면서 두 가지 주요 부문을 주목했다. 바로 도시에 사는 밀레니얼들과 고령화 소비자들이었다.

P&G는 화장지 점보 롤 제품이 두 부문에 모두 매력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젊은 사람들은 화장지 롤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에, 고령 소비자들은 더 쓰기 쉽다는 점 때문에 큰 롤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가족제품사업부의 혁신 책임자인 롭 라이너맨은, 회사의 연구원들이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분의 화장지를 침대 밑이나 이상한 장소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신제품 차밍 포에버 롤(Charmin Forever Roll)은 직경이 8.7인치(22cm) 또는 12인치(30cm)로, 일반화장지 롤의 5인치(12cm)보다 훨씬 크고 무료 스테인리스 스틸 홀더까지 포함되어 있다. 홀더는 모든 화장실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공간인 변기와 벽 사이에 설치할 수 있다.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1인 가구로부터 의견을 들었지요. 새 제품은 1인 가구에서는 2, 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포에버 롤은 현재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차밍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판매되고 있다. 일반 롤 24개 분 만큼의 양을 보관하는데 필요한 공간도 반으로 줄었다. 가격은 9.99 달러로 한 롤에 1700칸이므로 1칸 당 0.59센트인 셈이다. 차밍 울트라 소프트(Charmin Ultra Soft)라는 기존 대형 롤 6개 들이 ‘메가 팩’의 최근 월마트 닷컴 가격은 칸 당 0.43센트였다.

니콜 벡은 지난 2017년에 보스턴에서 오스틴으로 이사하며 이른 바 ‘솔로 성인의 자유’를 한 껏 누리고 있다. 텍사스에서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710 평방피트(20평)에 1050 달러의 월세를 내는, 모든 편의 시설이 갖춰진 새 아파트다. 전에 살던 보스톤에서는 600 평방피트(17평)의 편의 시설도 거의 없는 낡은 아파트를 룸메이트와 함께 같은 가격을 내고 살았었다.

"나는 매우 성취감을 느낍니다. 이제 비로소 재정적으로 홀로 설 수 있게 되었어요.”

▲ P&G의 1인 가구용 화장지 신제품 차밍 포에버 롤(Charmin Forever Roll)은 직경이 30cm로, 일반화장지 12cm보다 훨씬 크고 무료 스테인리스 스틸 홀더까지 포함되어 있다.    출처= Charmin Forever Roll

타이슨푸드는 1~2인 가구가 미국 전체 구매 가구의 59%를 차지하며 미국의 소매 식음료 판매의 51%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타이슨의 벤츠 부사장은 1인 가구가 향후 15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소비자 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Unilever PLC)의 세븐스 제네레이션(Seventh Generation) 브랜드 가정용 제품들은 오랜 세월 동안 주로 젊은 가정을 타깃으로 삼았다. 부모들은 첫 아이를 출산하면 환경 친화적인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븐스 제네레이션의 패티 맥그레이스 마케팅 담당 이사는 1인 가구의 증가로 그들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아이를 갖기를 기다리다가는 시장 진입 기회를 놓치고 말 것입니다.”

1인 가구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쇼핑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맥그레이스 팀은 그들을 동반하고 식료품점, 세탁소, 그리고 그들의 집까지 함께 다녔다. 맥그레이스는 지난해 가을 33세의 변호사 고객을 따라 맨해튼의 홀 푸드에 함께 가서 그가 어떤 치약, 청소 세제, 종이 타월, 주방 세제 등을 사는지 관찰했는데, 고객이 선택한 제품들은 대개 친환경을 약속하는 상품들이었다.

그의 원룸 아파트까지 따라가서 맥그레이스는 찬장, 옷장, 냉장고, 약장, 그리고 작은 부엌과 화장실을 둘러보았다. 역시 환경친화적 브랜드의 한 병에 45달러나 하는 향수 세제를 쓰고 있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종종 그들이 좋아하는 가정용품에 대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한 가지 이유는 그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자기가 쓰는 비용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적 이익을 약속하는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품들은 대개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어있게 마련이지요."

▲ 가전제품도 1인 가구의 쓸모에 맞게 소형화 되어가고 있다.     출처= Flickr

가전제품도 소형 붐

소비자들은 수 세대에 걸쳐 큰 용량의 가전제품을 선호해 왔기 때문에, 제조업체들도 그동안 세탁기에 얼마나 많은 빨래가 들어가는지, 오븐이 큰 칠면조가 들어갈 만큼 충분히 큰지를 자랑해왔다. 그러나 최근 소규모 가정이 늘면서 이들은 자신의 공간에 가장 잘 맞는 기기를 선택한다.

중국 하이얼 그룹이 2016년에 인수한 GE 가전사업부(GE Appliance)의 마케팅 및 브랜드 담당 부사장 메리 푸트먼은 "이제 사람들은 세탁기에 온갖 수건을 다 넣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이얼은 교외에 사는 가정에서나 쓸 법한 커다란 크기의 기계를 원하지 않는 젊은 도시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미국 사업을 구축하기를 희망한다. 회사는 주요 가전기기 구매 고객의 19%는 1인 가구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푸트먼 부사장은 "그들이 우리가 믿는 큰 소비층 중 하나”라고 말한다.

하이얼은 지난 3월, 피츠버그, 밀워키, 시애틀, 휴스턴, 클리블랜드, 보스턴, 뉴욕 등 여러 대도시 베스트 바이(Best Buy) 매장에서 소형 하이얼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본 포더 시티’(Born for the City) 캠페인을 시작했다. 식기세척기는 일반적인 24인치 제품보다 18인치 제품을, 냉장고도 일반적인 36인치 너비보다 좁은 28인치짜리 냉장고를 강조했다. 하이얼은 소형 가전제품의 판매량이 캠페인 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월풀(Whirlpool Corp.)의 젠에어(JennAir) 브랜드는, 작은 고급 아파트를 짓는 건축업자들이 월풀의 제품이 아파트에 맞는 게 없다고 불평하자, 고급 부엌 가구 디자인을 더 작게 줄였다. 젠에어는 지난 3월에 이전 크기의 절반인 15인치 쿡탑(cooktop)을 선보이면서 도시 지역에 사는 1인 가구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더 큰 것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벽장 제작회사인 LA 클로셋 디자인(L.A. Closet Design)의 설립자 리사 아담스는 바로 옷장 공간이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아담스는 자신의 고객 중 40%가 혼자 살고 있으며, 지난 12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그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1인 가구들이 더 큰 옷장을 원하는 경향이 있으며, 신발과 핸드백 컬렉션에 대한 맞춤 진열장에도 기꺼이 돈을 지출한다고 말한다.

"이런 공간은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는 공간이 아닌 순전히 본인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대담하게 지출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46세의 독신 고객인 쥴리 샤우브도 최근 몇 년간 그녀의 집을 개조하면서 어떤 것은 작아졌고 어떤 것은 더 커졌다. 그녀는 아담스 회사에게 서재를 큰 탈의실로 개조하도록 주문했다. 로스엔젤레스 한 병원의 간호사인 샤우브는 식기세척기도 작은 것으로 바꾸고 오븐도 유럽의 프리미엄 제품인 밀레(Miele) 스팀 오븐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