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글로벌 ICT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업에 뛰어들며 기존 금융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반발의 대의명분은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로 수렴되지만, 사실상 밥 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핀테크 수준의 ICT와 금융의 만남은 기존 금융권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으나, 최근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금융권의 모든 것을 가져오려는 시도를 보여주자 ‘화들짝’ 놀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는 2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거대 기술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비판했다. BSI는 기술 기업이 빠른 행동력을 바탕으로 결제 및 보험, 금융에 진출하며 산업의 혁신을 이룬 것은 긍정적이나, 공정한 경쟁과 개인정보보호 위협 등 리스크도 커지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BIS는 “포괄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각 국의 관계 당국이 국경을 초월한 연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IS의 보고서가 비판하는 대목은 ICT 기술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일종의 시장교란 현상이다. 기존 금융업계 기업들이 강력한 규제를 바탕으로 보수적인 행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핀테크 기업이 등장해 기술기업 중심의 금융환경 변화를 비판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미있는 대목은 BIS의 진짜 우려가 페이스북 리브라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18일 자체 SNS 플랫폼을 통해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BIS는 즉시 보고서를 통해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금융업계의 초조함이 BIS의 보고서에 그대로 엿보인다는 반응이다. 최초 기술과 금융의 만남인 핀테크 시대가 열렸을 당시, 기존 금융업계는 처음에 반발했으나 이내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용자들의 눈 높이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금융업계 스스로 혁신하기는 어렵고, 이 대목에서 기존 기술기업들은 금융업계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즉 핀테크에서 테크핀의 시대로 진입해도 여전히 사업의 본질은 금융에 있었으며, 기존 금융업계는 이를 바탕으로 성장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술기업이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 보였다.

▲ 페이스북 리브라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문제는 페이스북 리브라다. 페이스북은 암호화폐를 통해 기존 기술기업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업의 주도권 탈취에 나서는 분위기다. 탈 중앙화의 블록체인을 통해 중앙은행의 중앙 집중형 패러다임을 버리고, 페이스북 스스로 기축통화를 설정해 금융업계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

결론적으로 기존 금융업계는 기술과 금융의 결합 당시에는 업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 자신감이 높았고, 실제로 막강한 자금력으로 자기들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리브라가 등장하며 막강한 기술기업이 더 이상 중앙은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 강력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BIS의 경고도 결국 밥 그릇 쟁탈전에 지나지 않지만, 거대 기술기업이 금융까지 아우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는 것에는 이견도 많다. 최근 구글 및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에서 대한 ‘기업 쪼개기’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이들이 기존 ICT 생태계를 확보한 상태에서 금융 인프라까지 가지면 완벽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연장선에서 적절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