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Blue, 130×162㎝ Acrylic on Canvas, 2009

서경자 그림을 보는 순간 우리는 숲속에 들어가기 직전, 뭔가 예기치 못한 것과 조우할 것같은 설렘의 착각에 빠진다. 숲의 향기와 함께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피곤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줄 것만 같다.

▲ Meditation(명상), 72.7×60㎝

작가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모을 수 있는 시각적 효과에 연연하지도 않으며 과대한 포장을 썩 좋아하지도 않는다. 대신 거추장스럽게 꾸미지 않은 정갈한 작업이다. 화면 정황도 다소곳할 뿐만 아니라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막 세안을 한 뒤의 개운함이 느껴진다.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솔직담백하게 추스려낸 탓이리라.

▲ Meditation, 24×24㎝

서경자는 미로 같은 자아의 수렁에 빠지거나 반대로 타인의 시선이라는 올가미에 걸려 정처 없이 끌려 다니는 법이 없다. 분명한 자아관,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속에서 꿈틀대는 ‘욕망’을 잠재워버린다. 오늘의 회화가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을 제시하는 것이 미덕인 양 받아들이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 Meditation, 72.7×60㎝

서경자(서양화가 서경자,SUH KYUNG JA,서경자 작가,여류중견작가 서경자, 서경자 화백,徐敬子 作家,画家 徐敬子)의 회화가 갖는 의미는 이렇듯 그가 가장 기본적이며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아주 사소하거나 별 의미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그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며,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가 던지는 물음은 캔버스라는 제약을 넘어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